1.
바람은 좀 쌀쌀했다. 자주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파커를 입고 있었다. 두꺼운 파커에 달린 모자를 깊게 쓴 채 바람이 따라 들어올까 급히 현관문을 닫으며 들어왔다.
"아직 시작안했지?" 우마에게 물었다.
우마는 짧은 반팔티를 입은 채 그만의 조심스럽고 낮은 목소리로
"응, 아직 시작안했어!", "미나가 저녁 다 먹은 후 10시쯤 하자"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미나는 조용히 저녁을 먹고 있었다. 잔잔은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석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씩 훑고 지나간다. 그러면서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음 병채는 아직 안왔군!!” 하며 혼자 생각하는 것이다.
2.
약간의 침묵이 감돌았다.
대부분은 조용히 머리를 무릎에 기댄채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시선은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는 듯 했고 가끔 몸을 앞뒤로 혹은 좌우로 살짝 살짝 흔들 뿐이었다.
“특별히 얘기해야 할 게 있어?” 항상 해오는 일에 대한 무관심이 묻어났다.
“음! 뭐 특별한 건 없어.”
“3월27일 마을잔치때 음식 뭐할까?” “식비는 아직 좀 남았고...” 예의 그 나지막한 목소리의 답변이 흘러 나온다.
3.
모두들 크게 관심을 기울이진 않는다. 내내 침묵을 유지하는 이도 있다.
석류는 모두 함께 잘 지낸다는 게 어떤 것일까?라고, 회의중에 자신만의 생각에 골몰한다.
혹시라도 짜증섞인 어투가 새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차라리 말을 아끼며 혼자생각에 빠져있는 지도 모르겠다.
병채가 늦게 현관문을 열고 겸연쩍게 들어온다.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수요일엔 특강이 있어서...” 하며 미리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늦었다는 미안함을 전달한다.
4.
“단지 착한 방식으로만 살아가면 빈집에서 벌어지는 갈등들을 잘 해결하며 살아가는게 가능할까?” “만인에게 착하게 환대하겠다는 것은 너무 소박한 생각이지 않을까?” “아랫집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도 좀 더 세련되고 책임있는 판단 또는 사리분별같은게 필요하지 않을까?” “모두가 손님이다. 손님이지만 주인처럼 살아간다는 취지의 빈집, 그 아름다운 이상이 몸을 꽉 쪼여오는 느낌이 싫어...” 라고 석류혼자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나니 회의는 끝나있었다.
급하게 주요사항을 물어물어 정리하는 것이다.
주요사항 정리
* 잔잔 월요일-금요일 저녁 10시 요가한다고 함.
*3/27일 마을잔치때 소면종류를 하자고 함
*다음주부터 아랫집회의 당분간 월요일에 하기로 함
*이번주 일요일 3/20일에 날맹 후원가 홍대쪽에 있는 공중캠프에서 열린다고 함.
*4월중 따뜻한 날에 대청소하기로 함
*책읽기 모임에서 진화의 무지개를 읽고 있음
문학작품 읽는 느낌! 혹자는 행간을 읽으며 지적도 하는데, 저는 마냥 좋아요. 앞으로 종종 글 올려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음 회의 서기는 이슷에게 부탁해봐야겠어요. ㅎㅎ 한가지 수정 사항, 요가는 월, 금요일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