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즐거운 계모임이었어요~

왕수다의 쓰나미가 심했지만요 ㅎㅎ 

모임에는 수다가 있어야죠 암요


다음 계모임에 뵈요~ 



<빚>

해방계

2011. 11. 29 이경

하나의 빚은 줄이고, 또 다른 빚은 늘리자

우리는 보통 빚이라 하면 이중적인 의미를 떠올린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마음으로 지는 의무로서의 빚과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서 빚, 이 두 가지가 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빚’이라는 주제로 쓴 책을 보면 “단순한 의무감 즉 어떤 식으로 처신해야 한다거나 누군가에게 뭔가 빚지고 있다는 느낌과 부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돈이다. 부채와 의무의 다른 점은 부채는 양을 정확히 책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측정은 돈으로 한다.”라고 정리해두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부채 그 첫 5,000년> 41면) 지금 해방계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건 아마 후자의 의미로 ‘돈’일 것이며 시도, 실험하려고 하는 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친구들에게 ‘빚’을 지고, 빚을 지우려 하는 것 일테다.


재밌지 않은가. 빚을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 하나의 빚은 줄이고, 다른 하나의 빚은 늘리는 방식이 말이다.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건 살아가면서 당연한 일이다. 태어나서 부모님과 가족에게, 그 동네에 사는 이웃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잘 커나가는 것도 하나의 의무이자 빚을 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인 교환보다는 서로에게 발생하는 부채감을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갚아가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이러한 ‘빚’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건 가족 외 관계에서는 서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혹은 가족의 관계에서도 이것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사례들을 종종 접한다. 예를 들어 성적으로 구박하던 어머니를 찔러 죽인 고등학생이나 재산 다툼으로 칼부림이 일어나는 형제들 이야기 등.


돕고, 의존하는 관계망이 줄어들수록 은행에 지는 빚은 늘어만 간다. 간단히 숫자로 이 상황을 살펴보자. 올해 가계부채는 9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가계대출은 올해 9월 기준으로 840조 9000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약 100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자만해도 56조 2000억원에 달하고, 국민 1인당 연간 110만원 꼴로 이자를 물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지난해 국민총소득 1173조의 4.8%를 차지한다고 하니… 총소득의 5%정도를 이자를 내는 데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편안한 곳에서 먹고 자기 위해 빚을 져서 집을 구해야 한다. 또 교육을 받기 위해 정부나 은행에 돈을 빌려야 한다. 땅을 사고 팔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돈을 끌어다 써야 한다.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생활하는 내내 나의 삶을 움켜쥐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끌어다 쓴 돈과 이자이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일 해야 하고, 쉬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다른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거나 위로하는 데 쓰는 돈이나 시간을 줄여야만 한다. 이것이 과연 정상인가. 지금은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끌려다니며 사는 게 맞을까. 누가 이런 구조 속에서 행복할까. 1%?


<모모>와 화폐경제

미하엘 엔데가 쓴 <모모>는 시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읽는 내내 돈, 빚, 이자에 대한 생각을 자꾸 불러일으킨다. 쉬운 프레임 속의 묘한 구도다. 소설의 한 구절 중 “과거와 미래만 있을 뿐 현재란 처음부터 없는 것”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다가오는 미래와 지나가는 과거 사이에 있는 찰나만 있을 뿐이라는 의미다. 미래를 위해 보험도 들고, 빚도 지고, 꿈도 꾸며 살아간다. 현재는 찰나이기 때문이며, 과거가 좋아야 미래도 밝다는 생각에 우린 그 찰나의 고통은 묵묵히 견딘다. 시간을 아껴가면서 말이다.


시간 저축은행. 우리는 시간을 아껴야 합니다.

마음대로 쓰실 수 있는 당신의 재산이 곧 시간.

자는 것, 먹는 것, 애완 앵무새를 돌보는 것, 친구를 만나는 것, 사랑하는 것

간단히 말해 당신은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20년 전부터 하루에 한 시간씩만 저축하셨더라도 당신은 지금 2,628만초의 재산을 갖고 계실 겁니다. 앞으로 20년간 2시간씩 저축하시면 우리 시간 저축은행은 저축을 하신 시간을 보관해드릴 뿐 아니라 맡기신 시간에 대해 이자를 지불합니다.

다른 인생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 이제부터 시간을 아끼리라.

시간은 수수께끼처럼 그냥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들은 인간의 시간을 도둑질해서 살고 있어. 그러나 이 시간은 진짜 주인으로부터 떨어지면 문자 그대로 죽어버리는거야.


위에서 나온 시간이라는 단어를 돈으로 바꿔 읽어보자. 묘하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우리네 삶이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 그 위대한 돈의 위상 때문에 많은 부분을 빚진 채 살아가고 있다.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쓰기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일, 더 알아주는 일을 해야 인정받는다. ‘쓸데없다’는 것도 곧 돈과 결부될 뿐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다.


미하엘 엔데는 “달리 말하면 자연에 적합한 화폐시스템이 실현되어 회색의 금리생활자들이 이자를 통해서 인간으로부터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그들은 인간 존재로서가 아니라 부정한 시스템의 수익자로서 ‘안락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근대경제 중에서 화폐경제가 자연자원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화폐경제가 다른 경제를 압도한 지 길게 보면 500면, 짧게 보면 200년 정도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는 200년도 채 안 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짧은 시기 동안에도 우리는 화폐경제에 적응하며 사는 지혜를 남기지 못했다. 엔데가 말한 것처럼 “예전에는 과거의 문화나 역사를 배움으로써 현대의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까를 터득했지만,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돈’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대한 규범이 과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지혜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자본이 뒤통수를 치고, 이자 빚이 발목을 잡고, 국가는 위협만 한다. 이럴 때일수록 몇 없는 이웃이나 친구를 붙잡아야 한다. 시간을 배분하는 호라 박사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시계만 갖고는 소용없어. 시계를 볼 줄 알아야지” 이 말은 “돈만 갖고는 소용없어. 돈을 볼 줄 알아야지.”라는 말로 바꿔 읽을 수 있다 ^^


암튼 그래도 그 어떤 것보다 돈을 제대로 보고 지혜를 만들기 전에 모모를 본받자 ^^ 친구를 만들고 꼬시는 건 ‘내’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것’이라는 걸. 그저 들어주자. 바쁘다, 바쁘다 하지 말고 내 시간을 친구에게 선사하자. 모모를 괴롭히는 회색신사들이 모모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 여자애는 친구들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자기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선사하기를 좋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