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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아무르, <다른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 금융제도> 중 발췌, <<다른 경제>>, 김신양 편역, 함께일하는재단 발행
지금까지는 모든 이들이 '마이크로파이넌스=연대'라고 생각하였다. 연대? 의도는 분명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연대적 사회를 건설하는 일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연대적 세상을 꿈꾸고 건설하기 위하여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이 우선 신용거래를 할 수 있고, 그 다음엔 시장에서 물건을 살 수 있으며 생산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사람들이 모두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미 거대한 경쟁의 장이 되어버린 삶의 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럴 수 있는 부를 축적할 수 있는가? 또는 그들의 자손들이 활용하고 증대할 수 있는 부나 '사회적 자산'을 창출하기 위하여 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가? 이 게임에서 누가 장기적으로 승자가 될 것인가?
연대금융은 여러 차원에서 규정될 수 있다. 첫째, 그 임무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개발과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기 위하여 금융도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둘째, 그 활동주체는 다양하며 활동양식도 상이하지만 공통적으로 특정한 성향을 드러낸다. 그들의 능력은 폭넓게 사고하며, 금융활동을 중심으로 일반인들과 활동가들을 묶어내며, 개인사업가들을 비롯 어떤 경제사회적 조건에 놓인 지역 공동체건 그들의 욕구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들의 직업은 사회적 자본을 존중하는 사람들과 활동을 위한 금융지원이며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나 금융지원을 받기 힘든 이들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마이크로파이넌스조직들은 연대금융을 흉내내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룹형성, 모임과 정기회비 납부, 상조를 위한 긴급기금 설치와 같은 것들을 연대금융으로부터 도입하여 여기에 대출상환을 보장하는 기능을 부여하며 그들이 지원하는 고객들에게 동일한 방식을 강요한다. 그리고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는데 강요되는 길을 걸음으로써 이 조직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야 만다. 결국 사회적 자본을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들이 도구화되어 신용대출의 '기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금융도구를 통하여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지역 공동체와의 끈이 없는 개별 사업가들에게 금융서비스와 자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 그러나 사실상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과도한 발전은 사회에 또 다른 장벽과 위험을 가져왔고 사회는 비인간적으로 변하였다. 이에 대응한 새로운 연대활동이 창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지역생산과 소비를 발전시키고 개인들간의 관계를 재창조하며 각각의 능력과 욕구를 상호 인정하는 지역교환체계를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지구 이편의 최종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고, 다른 저편의 생산자는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을 수 있도록 두 주체들 간의 거리를 줄이는 공정무역이 있다. 마지막으로 예금자는 자신의 예금이 어떤 사업을 지원하는 지 알 수 있으며, 사업가는 일반은행으로부터 얻기 어려운 자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연대성 예금이 있다. 이렇듯 세계화에 맞서 곳곳에서 사회적 관계는 재창조되고 있으나 모든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경험에 의하면 효율적인 프로그램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효율성은 고객과의 근접성, 서비스의 질, 고객의 요구에 서비스의 적합성 여부 판단 능력 등에 기인한다. 따라서 효율성과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 간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대금융은 구호금융도 아니고 복지금융도 아니다. 연대금융은 효율성으로 승부를 본다. 왜냐하면 현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적합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금융지원활동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여정은 아주 길다. 특히 초기 단계에 비용이 많이 들고, 몇 해가 지나서야 비용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길이 또한 효율성과 영속성을 보장하며 마이크로파이넌스의 안정성을 강화하여 변화와 위기상황에 노출되어도 끄떡하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종종 기부자가 강요하는 단기적 금융수익을 추구라는 목적은 사회적 자본의 증가에 따른 장기적인 영속성과 효율성과는 모순됨을 알 수 있다.
마이크로파이넌스는 보기와는 달리 그 정의를 보더라도 연대적이지 않다.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정' 연대적인 금융은 어떻게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인가? '책임감있고 다양하며 연대적인 사회를 위한 연합' 단체의 연구팀은 이 주제에 관하여 몇가지 권고사항을 제출하였다.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사례조사를 통하여 연대금융이 그 모습을 확연히 드러내고, 연대금융의 부가가치를 보여주는 사례에 관한 자료를 강화함으로써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력을 측정하고 마이크로파이넌스에 드는 비용을 면밀히 분석하여 국제회의와 각종 지면을 통하여 알리는 일이다.
두번째는 연대금융이 제도권에 알려져야 하며 공공정책으로 하여금 세제혜택을 부여하도록 해야 하고, 국제 기부단체들이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도록 유인하는 조치를 채택하고, 투자가 가지는 장기적 효과를 받아들이도록 하며, 은행들이 이 새로운 유형의 금융기관을 인정하도록 관련전문조항을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대금융은 실천적 측면에서는 생산, 금융, 유통, 소비 등 다양한 경제 라인에서, 그리고 정책적 측면에서는 제도권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연대적 경제 전체 프로젝트 내에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연대의 경제가 '다른 가능한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