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블로그에 올린 글 : http://blog.jinbo.net/h2dj/754


서울 노원구에 좋은 컴퓨터 가게 하나 발견!해서 소개합니다. 노원구 하계동 주공9단지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ChipChp 컴퓨터"라는 곳이에요. 컴퓨터 A/S를 주로 하구요, 사회적기업 한국컴퓨터재생센터가 만든 재생PC를 위탁 판매한다고 합니다.

 

이제 시작한지 두달이 꽉 차간다는데, 동네 사람들에게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가게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지각생이라고 하는데, 인상이 참 좋네요. 저도 제 컴 들고 함 가보렵니다.

 

자, 위의 두 단락을 자유롭게 복사해서 트위터에 홍보를 부탁.. 흠흠

 

 

지각생이 올해들어 또 일을 벌였습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자그마한 컴퓨터 수리점을 차린 것인데요. 원래 사회적기업 컴퓨터재생센터(KCR, http://refurbish.co.kr/)가 운영하던 ChipChip 이라는 매장을 6월1일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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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R이 올해들어 컴퓨터 뿐 아니라 휴대폰도 재생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력이 많이 필요해졌고, 여차저차 이유로, 지각생의 팬인 KCR의 구자덕 대표님의 제안을 받아 덜컥, 가게를 맡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시설과 정비 도구 일체, 그리고 약간의 부품까지 그대로 인계 받고, 몸만 들어가 바로 운영하면 되는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어요.

 

컴퓨터 정비일을 본격적으로 배운적은 없지만 재작년부터 "NGO IT품앗이"를 하고 다니며 정비기술들을 익혔고, 실제 경험을 통해 배웠기에 근거없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주로 가까운 동네의 주민들이 가져오시는 컴퓨터들을 고쳐주는 일을 하고, 가끔 노원구내의 여러 지역으로 출장을 나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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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를 시작하게 된 비전은,

* 컴퓨터 수리점을 스스로 운영하면, 예전에 하던 NGO IT 지원서비스를 좀 더 안정적으로 제대로 할 수 있겠다. 대신 활동 범위는 인근 지역으로 한정하고.

* 지역 주민들과 밀착된 관계를 형성해서 IT가 비싸고 어렵고 무서운 것이 아닌 가깝고 흥미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해보자. 그래서 사람들이 IT를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보자.

* 여러 분야의 "비영리 / 공동체 IT"란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사람들 혹은 그런 활동들이 연결되는, 교류 및 협력할 수 있는 한 지역 거점을 만들어보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하면서 최소한의 가게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정 기간동안 입증할 수 있다면, 이 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확산시키자, 지역 공동체가 흥하는 곳으로 가서 "동네 컴퓨터 수리점"을 겸한 "공동체 IT 센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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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일에 가게를 맡기 시작했고 이제 두달이 다 됐습니다. 처음에 예정한 "공동체 IT센터" 실험기간은 일단 6개월입니다. 그 안에 비영리/공동체 IT 활동을 하며 자립이 가능한 모델,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이 안에 만들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고, 적어도 좀 더 착한, 믿을 수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컴퓨터 가게로라도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성공입니다.

 

첫달은 가게 넘겨 받고 일단 운영하는 법부터 스스로 익히느라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동네 손님들에게는 과잉 친절, 지나친 서비스도 마구 베풀었지요. ㅋ 어쨌든 한 달 동안은 거의 다른 생각을 못하고 그저 열심히 컴퓨터를 고치며 스스로 가게 운영에 적응시키는 노력만 했습니다. 예전에 도구 없이 NGO들 찾아가서 불편하게 낑낑대며 컴퓨터를 고치던 때에 비하면 너무나 훌륭한 여건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어요. 정비 기술도 익히고, 나름의 체계도 잡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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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다른 무엇보다 컴프레셔가 있다는 것이 처음에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컴퓨터 고장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PC 내부의 먼지를 시원~하게 제거할 수 있으니까요)

 

한 달이 다 갈때쯤부터 가게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했는데, 제일 먼저 한것은 "개방"입니다. 그 전에는 상가 바깥쪽으로 향하는 문만 열고 안쪽 통로와 닿은 문은 닫아 두었어요. 그리고 높은 파티션과 벽지로 그쪽을 가리고 여러 물건들을 쌓아두었지요. 그 자체로도 나쁘다 할 수 없는 인테리어이긴 했습니다만 제가 지향하는 가게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6월이 거의 갈무렵, 지친 몸과 마음으로 새벽에 자전거로 퇴근하다, 한강에서 잠깐 자고 일어나며 휴대폰-열쇠-지갑을 놓고 오는 대형 사고를 일으킨후, 그 충격을 자신을 괴롭히는데 쓰지 않으려고 며칠간 몸을 쓰는 일을 마구마구 했는데요, 그 덕에(?) 가게 내부 구조를 조금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파티션을 치우고, 물건들을 정리하며, 뒷문을 개방하고 가게를 가려놓은 벽지를 제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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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많은 동네 주민분들이 상가 바깥쪽 길보다 안쪽 통로를 이용했는데, 이 가게는 완전히 가려져 있어 뭐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이 많았습니다. 가려 놨으니 어둡고, 막아 놨으니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았습니다.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는 적어놨지만 그저 무심히 지나치게 될 뿐이었죠. 하지만 그 쪽을 트고, 가린 것을 제거하고 나니 동네 분들이 지나시다가 많은 관심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새로 연 거에요?" "워메.. 여긴 뭐하는 곳이여요?" "아.. 컴퓨터? 가까운 데 컴퓨터 가게 생기니 좋네~" "아 진즉 이렇게 했어야지, 좋잖아" "아 여기 원래 있던거야, 몰랐구먼?"

 

그 다음으로 한 것은 "앉을 곳 만들기" 였습니다. 가게 중앙에는 같이 화면을 보며 문제를 파악하고 상담할 수 있는 작업대가 있고, 그 밖에는 손님들이 편하게,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을 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판매할 컴퓨터를 진열했던 테이블을 응접용으로 바꾸었습니다. 집에 있던 책들을 가져와 작은 SF도서관도 만듭니다. 아직 많은 분들이 이 곳에 오래 머물러 가시진 않지만 (컴퓨터 자체가 부담스러운 분이 아직 많으니까요) 가끔 상가 이웃분들이 잠시 피신?해 있다 가시고, 아는 사람이 놀러왔을때 오랜 시간동안 편하게 담소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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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시작한 얘기는 일단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가게 일하며 생기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놓겠삼.

 

계속 지각하던 지각생이, 결국 "사장됐다"...고 놀리는 분도 있지만 애초에 이런 동네 가게 몇 달만에 수입이 많이 생길리도 없고 여전히 지각생은 그대로, 비슷하게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협력 부탁드립니다. 우선, 가게에 한번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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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 주소는 "서울시 노원구 하계1동 256 주공9단지아파트 108호"이고 7호선 하계역과 중계역 사이입니다. 하계역 3번 출구에서 1224번을 타고 세 정거장을 오시면 되요. 정거장 이름은 "노원경찰서 / 혜성여고 앞"입니다.

* 전화번호 : 흠.. 잊어먹었네요. 늘 착신전환을 해두어서. 내일 업데이트합니다.

* 운영시간은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인데 아무때나 오시면 됩니다.


우마

2011.07.29 02:48:41

고생 많아요 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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