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하라"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탱탱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탱탱 역시 고병권쌤의 최근 책을 읽으며, 오큐파이 시위에서의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빈마을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이 책을 읽어본 대목 중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가 총회(제너럴 어셈블리)에서의 진행방식이었는데.

그 중 손신호 등 일부에 대해 옮겨 적어보아요.

마을전체회의나 빈고총회 등에서 사용해보면 재밌을 듯 해요.

 

<<점령하라 - 시위자 쓰고 그림. 임명주 옮김>>

“반짝반짝으로 옆 사람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요. 상대방이 동의하는지 아닌지, ‘온도체크’를 하는 거죠. 반짝반짝 손 신호의 의미는 계속 바뀌어 왔어요. 처음에는 박수였다가 ‘괜찮아요?’라는 질문이 되었고, 지금은 동의와 강동까지 알 수 있게 됐죠. 그러니까 중간 반짝반짝과 아래 반짝반짝이 있는데 손가락을 앞을 향하고 반짝반짝하면 중립적이란 뜻이고 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고 반짝반짝하면 ‘반대합니다’ 혹은 ‘별로에요’라는 뜻이죠. 저는 수많은 집회나 시위에 참여했는데 반응의 온도를 체크하는 손신호는 월스트리트 시위에서 처음 보았어요.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서도 소리를 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손 신호에요.”

총회에서는 다양한 손 신호가 사용된다. 먼저 ‘진행 포인트’는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삼각형을 만들어 표시하는데, 합의된 회의 절차에서 벗어났을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차례를 지키지 않고 말을 한다든가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경우, 진행자에게 회의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요청하기 위해 사용한다. ‘정보 포인트’는 검지를 올리고 손을 드는 것인데, 생각해야 할 중요한 문제나 발표와 연관된 보충 정보가 있을 때 손을 들어 표시한다. ‘설명’은 한 손을 머리에 대고 팔을 C자 모양으로 만드는 것인데,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설명이 필요할 때 이 신호를 사용한다. 그리고 연사에게 ‘빨리 끝내라’는 신호를 보내고 싶을 때는 두 손을 돌리면 된다. 물론 진행자가 항상 강조하는 것처럼 친절하고 존경을 담아서 신호를 보내야 하며, 지금 발언 중인 사람에게 이제 마무리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라는 듯이다.

총회에서 사용되는 손 신호 중에서 ‘블록’이 가장 중요한 신호라 할 수 있다. 양팔로 가슴 높이에 X자를 만드는 것인데, 말하는 사람의 주장에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 반대할 때 사용한다. 회의 진행자는 반대한 사람이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회의를 떠나야 한다고 설명하며, 블록 신호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고 신중을 기해달라고 주기적으로 경고한다. 일반적으로 블록을 한 사람은 자신의 반대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우호적인 수정안’을 제시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

총회의 진행 방식 중 또 다른 중요 요소는 ‘발언 순서 교체’로 참가자들이 안건에 대해 의견을 발표할 때 쓰는 방식 중 하나다. 톰킨스 스퀘어 공원에서 점령운동을 준비하는 총회가 열리던 시절, 진행자들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개방적인 총회를 만들려고 애를 썼지만, 광장에 끝까지 남아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은 주로 백인 남성이었다. 이러한 불평등을 없애고, 지금까지 목소리를 잘 내지 못했던 여성과 유색인에게 우선권을 주는 ‘발언 순서 교체’ 방식이 채택되었다. 총회에서 발표자의 순서를 정하는 사람이 ‘발언 순서 교체’의 조정도 맡는다. “누군가 다른 사람들의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거나 자신만의 관점에서 발언하면, 그런 부분이 바로 보충됩니다. 그런 발언은 금세 지적당하죠. ‘발언 순서 교체’ 제도 덕분입니다.” [...] 총회의 사람들은 이렇게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불평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을 이끄는 이들 역시 어떤 종류의 계층 구조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총회를 시작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설명이 스텝 업/ 스텝 백이다. 이 개념은 한 사안을 놓고 발언 기회를 요청하기 전에 자신이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특권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스텝 업’하여 발언을 포기하거나 ‘스텝 백’하여 전통적으로 발언의 기회를 잘 얻지 못하는 그룹의 사람에게 발언의 기회를 넘기도록 유도한다.

손 신호, 발언 순서 교체, 스텝 업/스텝 백 등은 총회 진행자가 민주적인 방법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회의 진행 수단이다. 그래서 회의가 시작되면 진행자는 먼저 이런 회의 진행 수단들에 대해 설명하고, 그다음에 회의 의제를 소개한다. 의제는 보통 건의사항과 각종 활동그룹의 보고, 안내사항 등으로 이루어진다. 발표자들이나 중간 발언을 신청한 사람들은 짧고 느린 속도로 말해야 하는데, 너무 길거나 빠르게 이야기하면 인간 마이크나 정보포인트, 설명, 수정, 반짝반짝 등의 손 신호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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