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은행 빈고 새로운 홈페이지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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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만행 친구 규섭의 글...
기본소득제를 소규모에서 실험해보자는 제안으로 끝나고 있는데...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요. ㅎ
참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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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는 자여, 계속 먹고 놀아라 - 섭
2011년 6월 7일 화요일 녹평반
현재 일 안하고 빌어먹고 있는 나는 통장에 돈이 별로 없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이 급해서 얼른 임금노동을 구했겠지만, 지금은 마음이 급하지 않다. 친구들이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으니 교통비 안 들고, 잠도 돈 적게 드는 행간에서 자고, 그래도 여행도 많이 가니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가끔 행간에서 아르바이트를 조금 하긴 한다. 타이핑 치는 알바인데 시간이 조금 걸려서 그렇지 노동의 힘은 적게 든다. 여기에서도 소득이 나오겠지만, 들인 노력에 비하면 많은 돈일 것이다.
어느덧, 행간에서 지낸지 2년이 가까워온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여기서 살면 설거지, 식사 준비, 청소 등 그림자노동을 많이 하게 된다. 그 때문에 화폐로 받는 소득은 없지만, 주거를 해결하는 데서 오는 심심한 절약이 가능하다. 그 절약분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평소에 느끼지 못하지만, 만일 서울에서 혼자 원룸에서 사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천양지차일 게 분명하다. 단순 비교해도, 절약된 화폐량이 주는 만족보다 그림자노동으로 인한 강도가 훨씬 적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보다 그림자노동은 마음을 다스려주고 재미와 보람을 주는 노동이기에 마다하면 손해다. 이것 외에도 친구들이 사오는 먹을거리, 친구가 건네주는 옷가지, 심심했던 차에 재미있는 이야기와 웃음들, 함께 잘 때의 편함과 따뜻함, 혼자 잘 때 느끼는 내 집 같은 분위기 같이, 이런 20대를 보내지 못했더라면 분명 나중에 후회했을 정도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특수한 환경에 있기에 적은 양의 노동을 통해 유무형의 소득을 올린다(물론 소득이라고 표현하기 부적절한 경우가 많지만). 하지만 만일 행간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살았더라면, 행간에서 나가라는 압박이 커져 결국 나갔을 거다. 그렇다면 역시 어떤 형태로든 소득을 얻으려면 노동을 해야할까. 불로소득은 왜 부정의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일반적인 돈, 기본소득, 지역화폐, 이 세 가지 주제 중 지역화폐를 제외한 나머지 주제를 혼합하여 글을 쓰고자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별안간 학자금 이야기를 쓰는 나를 보고 놀랐다. 아마 요즘 반값등록금 투쟁을 거리에서 열심히 하는 이들이 많기에 무의식 중에 그랬나보다. 이 주제는 나중에 자세히 쓸 거리가 있을 것 같아 기본소득 문제를 건드리고 싶다.
녹색평론사 홈페이지 초기화면을 보면 기본소득 관련 글이 세 개 있다. 2009년 9~10월 108호에 나온 세키 히로노의 “삶을 위한 경제 ? 왜 기본소득 보장과 신용의 사회화가 필요한가”라는 장문의 글이 있고, 2010년 3~4월 111호에는 역시 세키 히로노의 “사회신용론과 기본소득”, 그리고 리처드 쿡의 “통화개혁과 국민배당” 이라는 글이 있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서도 2010년 8월호(한국판 23호)에 곽노완 교수의 “오래된 미래, 기본소득의 꿈”, 강남훈 교수의 “기본소득,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백승호 교수의 “계속 가난하라, 그러면 복지를 주마” 라는 글이 실렸었다. 사회당은 기본소득을 강령으로 채택했고, 2009년 기본소득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석유배당금 형태로 기본소득을 시행 중이고(2008년 3,269달러),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호주, 일본, 브라질, 독일, 네덜란드, 나미비아, 몽골, 이탈리아 등에서 시행할 예정이거나 논쟁 중이다. 알래스카주의 경우 석유경제에서 나오는 돈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므로 기본소득제의 지향점과는 다르지만,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면 기본소득이 꿈의 개념은 아님을 알 수 있다.
- 일하지 않는 자여! 희망을 가져라! 기본소득이 있다! 계속 먹고 놀 수 있다! 아, 그런데 그 전에 잠깐 생각해 보자. 성경에는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고 했는데?
- 괜찮다. 현대인은 노동이 너무 내면화되어 있고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이미 산업생산은 충분하고 식량이 남아도는데 빈곤이 만연한 이유는 하나뿐이다. 나눠먹기가 안 된다.
- 나는 산업생산에 전혀 도움을 준 바가 없다. 내가 태어나서 한 일은 딴따라질하고 연애질뿐이다.
- 괜찮다. 태어날 때부터 노래 잘 부르고 연애 잘 했나? 그것도 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의 딴따라질과 연애질은 간접적으로 산업생산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당신 때문에 당신 남친(여친)이 직장에서 일 잘 하는 게다.
-일하지 않고 돈을 받는다는 게 참 뭐하다. 불로소득자가 왜 욕을 먹는가?
- 일하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느끼는 세상. 인정 받지 못하면 살 가치를 못 느끼는 세상이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당신이 욕하는 불로소득자는 욕 먹을만 하기에 욕하는 거다. 국가와 기업에 충성하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자신의 만족, 친구와의 유대에 노력을 쏟는 이들이 많아질 거다. 당신처럼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적극 기본소득을 찬성하고 알리자.
기본소득은 현행 복지제도처럼 선별복지가 아니라 보편복지이기 때문에 노동할 여력이 있거나 노동을 해야 하는 이들은 기본소득과 관계없이 노동을 하게 된다. 마치 영국스피넘랜드 법을 보는 듯. 또 부자에게도 기본소득을 줌으로써 보편적 복지를 구현하는 한편, 부자의 세금이 많아져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다. 세금이 높아지거나 신뢰 있는 정부 통화를 발행한다면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기본소득이 능사는 아니다. 반값등록금 시위를 보면 장하고 대견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무턱대고 ‘반값’, ‘공약 준수’, ‘MB OUT’을 외치는 이들에게는 공감이 안 간다. 원가의 반값인지 소매가의 반값인지 따져야 하고, 모든 공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정치에 대한 환상은 깨야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최소한으로 줄어야 한다. 교육과 대학이 삶에서 어떤 의미일까? 기본소득 문제에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다. 평소 구매력은 어느 정도인지, 상품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지, 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녹평 2010년 7~8월호 113호 중, “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참조), 기본소득 외에 생활을 기쁘게 만드는 수단은 뭐가 있는지 등. 기본소득은 물질적, 제도적 수단일 뿐, 행복과 웃음이 따르지 않는 삶이라면 아무리 돈이 공으로 생겨도 살 맛이 나겠는가. 명품 옷이 행복이라면 기본소득 아무리 받아도 못 산다. 또한 관련 글들을 읽다 보면 국가 가부장적 느낌도 얼핏 든다.
그렇다면 작은 규모로 실험해 보는 건 어떨까. 모두의 소득을 모아 일정 비율로 ‘세금’을 걷어 모두에게 일괄 지급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지금까지 많이 이야기된 ‘몰아주기’로,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하여 순차적으로 1~2인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6명이면 한 달에 한 명씩, 8~10명이라면 한 달에 두 명씩 지급할 수 있지 않을까. 몰아주기를 시험한 후 기본배당을 실시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질문
1. 돈을 좀 덜 받더라도 원치 않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짜여진 사회 제도, 회사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경영기법으로서 노동 줄이기가 아니라, 노동자 삶 개선으로서 하루 4시간 노동, 하루 6시간 노동 운동은 없나요?
2. 꽁돈을 받는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꼭 돈을 받는 것 말고 나름대로 생활을 기쁘게 하는 수단은 뭐가 있나요? 함께 할 수 있는 거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