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318 살림집 회의
참여: 나면 민정 지비 정민 느루(금석) 그림 하루 파스 산하
근황공유
빙거: (빙거는 오늘 중성화 수술을 받고 왔습니다)웅이랑 앞으로 덜 다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진짜 마음이 아파. 꿍해 있고 울지도 않아요. 풀이 확 죽어가지고.
그림: 어. 나는. 어... 아 나는. 그냥. 원래 지난주까지만 해도 네. 회사에서 샤워를 했는데 이번주는 늦게 일어나서 안 씻었어요. (퇴근하고 씻지?) 그렇게 안 되네. 내일부터 열심히 운동 나가야지. 유도장을 끊으려고 해요. 새로운 게 생겨서 생활이 잘 되지 않고 있어요. 곧 정리가 될 것 같아요.
산하: 지지난주 일주일 동안 일본에 갔다왔어요. 베로가 갔었던 곳이에요. 그리고 3월 말에 서대문 쪽으로 갈 예정이에요. 늦어도 3월 말까지.
느루: 나 요새 일 잘 다니고 있고. 대신 공부하는 거는 완전히 중단됐고. 제주도 사장한테 전화 계속 하고 있고. 사장이 태도가 바뀌었고. 그래요. 용산에서는 전자상가 내에서 컴퓨터 부품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ADHD 환자한테는 정말 잘 맞아요. 계속 움직여야 하고. 머리도 좀 쓰고 있고. 하루에 아홉 시간 일하는데,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주말엔 토요일은 일하고 일요일은 쉬고. 이번주 토요일에 벙커에 3호선 버터플라이가 온대. 꼭 갈 거야.
나면: (이사가려고 했던)집주인과의 분쟁을 해결했고. 계약파기하기로 되었어요. 그래도 손해 많이 봤죠. 그리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알바를 했었고. 앞으로의 거처가 정해진 건 아닌데, 계속 하던 고민은 끝내고 내가 혼자 사는 집으로 옮기든 다른 집으로 가든 정하려구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정민: 미국에서 키니네가 왔어요. 이번주부터 직접 만든 토닉워터로 진토닉이 나올 셈입니다! 물론 맛은 보장 못해요.
지비: 저는 마을로 활동가에 교육받으러 저번주 다녀왔고요.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재밌고 잘 보낸 것 같아요. 오늘은 빙거 데리고 지음이랑 목동 가서 중성화수술 시키고 왔구요. 빙거는 울줄 알았는데 되게 자연스럽게 잘 가더라고요. 캐리어에 어떻게 싣지? 했는데 저 혼자 들어갔어요. 수술은 되게 빠르게 15분 만에 끝났고. 그 다음에도 얌전하게 잘 왔어요. 목 칼라 1주일 동안 잘 채워둬야 한대요. 웅이랑도 격리조치. 밥은 내일부터 평소처럼 먹이면 된대요. 이 병원 참 좋더라구요. 8만 6천원 들었고. 되게 빠르게 잘하더라고.
민정: 학교 다니고 있고요. 되게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좋았다 나빴다. 요새 뭔가 학교생활에 열중을 못하고 있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뭔가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돈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긴 하지만.
파스: 지난주에 청년혁신활동가 교육 들었고요. 열시에서 여섯시까지 계속 했는데 월화수목 다 저녁에 회의가 있었구요. 주말엔 알다시피 대청소 했고, 일요일은 동동분교 아침부터 여섯시까지 있다가 여섯시에 회의했구요. 어제는 회의 세 개 했구요. 오늘은 회의가 네 개째네요. 그래도 빙거가 크다니까 참 좋네요.(아빠 미소)
하루: 일하고 있고. 어제 정민이랑 사람들이랑 틸트라는 바 다녀왔어요. 그거 제외하곤 그 동안 술 별로 안 마셨어요. 대신에 토요일에 일탈을 하고 왔어요. 가게 일도 갑작스럽게 빼먹고 행주 산성에 갔다왔어요. 원래는 그냥 와서 일하려고 했는데, 가서 술 한 잔 하고 바람도 쐬니까 왠지 그냥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우리 착한 마스터들 꼬드겨서 하루 빼고. 지난주엔 집중해야할만한 일이 많아서 집에 잘 못 들어왔어요. 4월달은 이번달보다는 조금 널널할 것 같아요. 잘 지내고 있어요.
안건
=안건1
민정: 산하가 확실히 빠지는 건가요?
산하: 네.
지비: 산하가 빠지고 남현씨 빠지면 다섯인데. 다섯명이면 유지 가능한가요?
정민: 예전에 다섯명이서 괜찮게 지내긴 했었어.
지비: 남현씨가 살림집 떠나려는 이유를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현: 생각해보니까 들어온지 한 달이 지났더라구요. 처음엔 어떤 곳인가 좀 눈치보면서 파악을 하려고 했었어요. 지금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제가 잘 해결을 할 방법이 있겠죠. 하지만 그러지 않고 나가는 걸 선택하는 게 있는데 저는 나가는 걸 택한 거고. 나가는 이유를 왜 굳이 이야기하느냐 물을 수도 있는데 살림집이 잘 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생각해서 안건을 내는 거구요.
첫째로 우리가 사는 게 공동생활이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건데, 일을 정해서 하는 집도, 그렇지 않은 집도 있죠. 우리 집은 안 정하고 하는 쪽이죠. 근데 잘 안되더라구요. 누가 한 명이 해야 하고, 다같이 하려면 그럴 방법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제가 목소리를 더 키워야할 것 같더라구요. 근데 제가 그러기 힘들 것 같았어요. 청소랑 식사. 세탁이랑 그런 것들. 집이 잘 굴러가기 위해 공동으로 분담해야할 일들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각하고.
두번째로는 제 개인적인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식구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느루와 싸운 게 있기 때문에 집회의자리에서도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공동생활이라면 느루가 사용하는 언어, 욕 같은 거 있잖아요. 욕을 하는 게 싫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여전히 쓰는 걸 보면 고칠 의사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구요.
그림 있을 때도 이야기했는데, 고양이 발톱 깎는 건 그냥 고양이 발톱 깎았다고 했으면 좋겠고, 빙거가 싫어했다고 하면 됐지 그걸 강간했다거나 겁탈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요.
그림: 그 단어를 쓴 건 기억하는데 강간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남현: 그런데 누가 했어. 둘 중 하나가요.
하루: 예전에 남현씨한테 그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근데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일의 경우엔 되게 정확하게 기억해요. 근데 지금은 그림이 내가 그랬나? 저랬나? 하면서 말 자체에 집착하는 게 좋아보이진 않아요.
그림: 아, 그렇죠.
남현: 그래서 그날 싸우게 된 상황이, 그런 전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림이 나온 사진이 그냥 여름에 재미있게 놀다가 찍은 사진이란 생각이 안 들고, 순간 겁이 나더라구요. 내가 이런 곳에 있어야 한다니. 그런 광경을 보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구나. 그런데 그 사진을 벽에 붙인다고 해서 내가 안 붙였으면 좋겠다고. 계속 우리는 항상 그렇듯이 장난 치는 분위기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니, 금석씨가 감정이 격해져서 그렇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느루: 그때 화를 냈었던 것 같긴 한데 뭐라고...?
남현: 그때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잖아, 곧 나갈 사람이 왜 그러냐고.
느루: 그 사건뿐만이 아니고 그 전에도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어요. 나도 그냥 화를 낸 게 아니었어요.
하루: 근데 그게 진짜 하면 안 될 말인 게, 연인 사이에서 헤어지자고 쉽게 말하면 안 된다 하는 것처럼, 이곳에도 그런 말이 있어요. ‘넌 잠깐 있다 갈 사람이잖아. 왜 이 일에 참견해.’ 빈집엔 늘 누가 있을지 몰라요. 언제 왔다 언제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구요. 감정이 상하면 그 자리에서 조곤조곤히 풀어나가면 되잖아요. 무작정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 후에 그 말을 한 걸 후회하잖아요. 미안해하고.
우리집은 특성상 되게 이상하게도 사람이 많은 시즌과 그렇지 않은 시즌이 있잖아요. 그러니 집에 있는 사람들이 시간 좀 써서 집안일을 더 하는 거죠. 물론 집에 있는 사람들끼리 분담해서 해야하는 거지만. 예전엔 지비가 많이 했고, 최근엔 남현씨가 많이 했구요.저 한 달 쉴 땐 집안일을 많이 했었는데 그땐 진짜 소리 지르면서 집안일을 했었거든요. 민정한테 짜증내고. 그러다보니까 집에 있는 친구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돼요. 느루가 집에 많이 있으니까 느루한테는 더 그러고.
느루: 나도 집안일 많이 했어. 근데 자꾸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나도 서운하지.
하루: 알아요. 우리도 느루가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 많이 하는 거 알죠. 그런데 정리가 안 되잖아.
파스: 나도 느루 이해해. 나도 설거지 안 돼있고, 그런 적이 많았는데 그런 것 때문에 욕 먹는 경우가 많았었단 말이야. 근데 그때 큰 일은 많이 벌였었어. 옥상 텃밭 가꾸려고 나만 올라가서 일하고 그랬는데, 그건 아무도 안 알아주고. 그런데도 집안일 안 한다고 욕 먹으니까 억울하다고.
남현: 큰 일을 해주는 건 고맙고, 다 같이 하자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집이 깨끗해질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 자기가 한 거 잘 수습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큰 일이에요.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버리고, 씻고 나면 머리카락 치우고, 그걸 잘 하면 너무 쉽게 할 수 있는데. 물론 살아온 걸 바꾸긴 정말 힘들겠지만. 그래서 제가 말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 제가 잔소리 많이 하는 역할이 되는 것도 싫었고, 그랬었어요.
하루: 나는 금석한테 속상한 게, ‘나는 많이 하는데 왜 그래요’ 하는 게 정말 싫었어요. 우리도 좋아서 하는 말이 아닌 건 알잖아.
하루: 그림도 총에 대해서 좀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본가에 가져다놓거나. 아무렇지 않은 거라 생각했는데, 빈집 친구랑 이야기하다 우리집에 총이 있다고 하니까 화를 내더라고요. 근데 그냥 취미 문제가 아니라 빈집의 감수성 문제를 생각해야겠더라구요. 빈집 근처에 병역거부를 하는 친구도 있고.
그림: 저도 거기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요. 게임을 안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병역거부 하는 친구 중에 스타 안해본 사람도 없고.그 친구들이 게임을 안 한다면 모르겠는데.
하루: 그래도 눈에 안 띄는 데라도 뒀으면 좋겠어요.
그림: 그러면 남자방 안에 넣어둘게요.
하루: 그런 거 보면서 특히 인권적인 부분에서 우리집 친구들과 같이 공부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은 거라도 같이 이야기하면서 공부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림: 같이 공부하는 건 좋은 거 같아요. 가치관을 공유하는 게.
하루: 얘기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패턴이란 게 있어서, 네가 잘못했어 하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조심조심해야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우리집에서 그동안 없는 듯 했지만 감정적인 트러블이 많았잖아요. 이제는 다들 조심하려고 노력해야하는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왜냐면 그런 것들 때문에 집에 안 들어오는 것도 있단 말이에요. 자꾸 나가고 싶게 되고.
지비: 느루는 지금 표정 되게 안 좋은데 느루 입장의 이야기는 없어요?
느루: 나도 내가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하긴 했었는데, 나도 그 전에 굉장히 모욕적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어요, 내가 말을 해봤자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한숨을 푹 쉬고 그랬죠. 그런 게 내가 불편하단 의사표현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던 건데,그 뒤로도 그런 말을 지속적으로 들어서 혹시 나를 무시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아왔었는데, 그날 몸살이니 좀 아팠던 날 남현씨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서 또 터졌던 거죠.
하루: 이 집에서 금석 무시하는 사람 없어요. 알잖아요.
남현: 이게 어디까지가 개인하고 풀어야하는 문제고 어디까지가 집회의에서 풀어야하는 문제인가 고민이 되긴 해요. 근데 금석씨를 정말 무시한 건 아니고요. 개인적으로 어떤 계기를 통해서 거리를 둬야겠다 한 건 있었어요. 요 며칠 동안 내가 한 말을 생각해봤는데, 정말 어느 부분에서 무시받는다고 느꼈는지는 모르겠어요,
고양이는 싫어하는데, 금석이 고양이가 좋다고 엉덩이 때리는거나 하는 것도 불편했어요.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거고요.
느루: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요?
남현: 행주 던지지 말라고 했을 때?
느루: 명령투도 싫었고... 그리고 그것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연해주에서 술 먹고 온 다음날이었는데, 그 뭐 ‘너는 너의 인격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 같다. 근데 너는 창피한 줄 알아야된다,’ 이런 말을 들은 적 있고 그런 말이 싫어서 앞에서 한숨을 쉬었는데, 그게 나름 의사표현이라고 했는데 전달된지는 모르겠고. 그 뒤로는 남현씨한테 말 안 걸고 그랬거든요. 그 뒤로 또 들었던 말은 남현씨가 고양이 보고 ‘먹고 싸기만 하니까 참 좋겠다,’ 그러니까 “어, 나도.” 그랬거든요. 근데 남현씨가 ‘너도 그러고 있잖아.’ 그랬거든요.
남현: 기억이 나요. 근데 그때 말을 해줬으면 참 좋었겠다고 생각하는 게, 나는 느루가 어떤 부분에서 불편했는지 몰랐거든요. 나는 그때 되게 당황스러웠는데, 아무 말 없이 바로 문을 닫고 들어가서 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했나 하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그 말에 대해서는 사과해요. “너 그거 자랑스러워하면 안 돼. 그거 자랑스러운 거 아니고. 남들한테 창피한 걸 알아야지.”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건 내가 그만큼 가까워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던 건데 느루가 그렇게 생각할줄은..
느루: 근데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그땐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남현: (그 이야기를 한 건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이전이었다는 이야기)
남현: 금석씨는 연해주에서 온 다음날 저를 보고 그냥 갑자기 방으로 들어갔잖아요. 왜 그러는지 정말 당혹스러웠어요.
느루: 그건 연해주 안에 있을 때 남현씨가 무슨 말을 해서, 내가 화를 냈는데도 남현씨는 내가 화를 내든 말든 상관 안한다 얘 집에 가봐~ 다시 또 그런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길래 화를 냈었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 나도 기분 나빠.’ 하고 말을 했고. 연두는 그걸 인식하고 더이상 하지 말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화가 났어요.
남현: 진짜 미안한데..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 나든 안 나든 그건 잘못했던 거 같아요.
하루: 그럼 느루는 그때 정확히 이야기를 해줘요. 그때 불편했을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화가 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느루: 대화 자체보다는 특정 단어에 꽂혀서 화가 난 거긴 한데.
하루: 그런 걸 얘기를 해달라구요. 우리 계속 같이 살 사람이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얼굴 보고 살 거니까 얘기를 해서 풀자구요. 그 전에도 우리가 파스한테 불편한 걸 계속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파스도 그런 말을 안 해요. 단순하게 나 기분 나빠, 하고 한 숨 쉬고. 훅 나가버리고, 그런 게 사람들이 당혹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걱정되는 마음과 동시에 당혹스러웠고, 왜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느루가 기분이 나빠졌을 때 무섭기까지 한 게, 갑자기 문을 확 닫기도 하고,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하고,그럴땐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거든요.
느루: 응, 의사소통을 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고..
하루: 응. 신경을 쓰게 될 수밖에 없고. 나도 금석한테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느루: 내가 특정 단어에 대해서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이번에도 남현씨와 많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으면 친해서 그렇구나, 할 수 있지 하긴 하는데, 남현씨가 멀어지려고 한다는 걸 느끼는 상황에서 무시 당하는 말을 들었고, 그래서 그냥 무시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서먹서먹한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까 혹시 무시해서 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다른 집사람들이 하는 말이었으면 그냥 넘겼겠죠. 집에 와도 딱히 대화도 안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지비: 이런 자리가 좀더 일찍 있었어야 되는데.. 그동안 남현씨 이야기도 좀 듣고 그랬어요. 어떻게 보면 회의 자리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다가, 회의시간이 되면 다시 화기애애해져서 이야기 못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려고 들어왔어요.
근데 남현씨도 좀 그런 게 있었어요. 맨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빈집에서 나가려는 게 있었잖아요. 그래서 다들 그런 것 때문에 어정쩡하게 느끼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집에서 불편한 게 있었으면 바로 이야기해줬으면 좋을 텐데..
하루: 근데 저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던 게, 저도 맨 처음엔 남현씨가 여기 임시 거처처럼 있는 건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보니까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내가 잠시 있다 갈 곳이라면 그냥 자기 앞만 치우고 신경 안 써요 사람들은. 근데 남현씨는 집안일에 진짜 신경을 많이 썼단 말이에요. 그리고 다른 집에 놀러가요. 그리고 가게에 놀러와서 다른 사람이랑 놀아요.
지비: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내가 어떤 게 불편하니까 이 집에 있으려면 이런 게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좋았겠어요.
느루: 그리고 싸운 직후에 나는 남현씨한테 사과하고 싶었는데, 바로 집에서 나가서 그랬어. 또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야기하는 것도.
남현: 다른 데서 이야기 퍼뜨린 건 아니고 그땐 혼자 있었구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루: 어디서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했다고 생각했어요?
느루: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길래,
지비: 남현씨가 사랑채에도 놀러 오고. 그런데 나가려고 하고. 그러니까 제가 직접 물어봤고 그래서 간접적으로 들었어요. 그래서 뭔가 문제가 있구나, 싶었고 풀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온 거고. 그래서 어떻게해야 될까용?
민정: 좀 다른 맥락일 수도 있는데, 저는 우리집이 너무 소홀했구나 하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들어왔을 때 우리끼리 이 사람이 계속 있을 것 같다 금방 갈 것 같다 하는 판단을 그냥 했던 것 같아요. 회의 때 그 사람에게 직접 그런 걸 물어보고 나누는 시간이 있었어야 하는데 우리집의 누구도 그런 시간을 못 냈던 것 같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남현씨든 누가 오는 상황이든 우리가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것 같아요.
지비: 결론은 우리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대화하고, 불편한 게 있으면 그대로 이야기하고. 하지만 요즘 살림집 왔을 때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요.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잘 없어서 불편한 게 계속 이어졌던 건 아닌가 싶어요. 얼마 안 남았잖아. 세 달 밖에 안 남았어.이제 집 마무리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이대로 가다보면 서로 감정의 골 깊어지고 그러다 해체라도 되지 않을지 걱정했거든. 물론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와서 풀어왔고, 그런 게 있었지만.
파스: 사실 작년 겨울 끝나고 사람이 많아진 뒤부터 이런 일들이 일어났었지. 나랑 베로 같이 들어오고서.
하루: 그러면서 다섯 명이 됐고. 그땐 저희집 회의도 없었어요.
(갑자기 사람이 그때 네 명이었는지 다섯 명이었는지 역사 토론이 시작됨 ㅋㅋㅋ)
하루: 아무튼 살림집엔 고비 많았어요. 이번에도 잘 넘길거라 생각해요.
파스: 암튼 이야기하니까 감정이 어때요? 느루도 그렇고 남현씨도 그렇고
하루: 아빠 ㅋㅋㅋㅋㅋㅋㅋㅋ
남현: 파스는 그렇게 챙겨주기 전에 고양이에게 보내는 눈빛의 따뜻함의 십분의 일이라도 보내줘 ㅋㅋㅋ
그림: 아무튼 남현씨 원래 이사가려던 집으로 안 가게 된 건 다행인 것 같아요. 사람 살 집이 아니었던 것 같고.
지비: 그 이야기 해도 돼? 분담금..그거.
남현: 그림 나랑 사는 거 좋아요?
그림: 분담금도 나눠지고 좋지 ㅋㅋㅋㅋ
남현: 그땐 분단금‘도’가 아니었어 ㅋㅋㅋㅋ
그림: 아무튼 남현씨 앞에서 그런 단어를 썼다는 게 미안하긴 하네.
=안건 2: 2차 대청소
그림: 우리가 우리집 사람들 물건이 아닌 걸 전부 다 모을 거예요. 창고랑 베란다에 있는 것들.
하루: 근데 우리집이 아직 완전히 정리가 안 됐어요. 좌인 짐도 아직 안 들고 갔고. 연두 짐이 다시 들어올지도 모르고.
그림: 아 근데 다른 사람 짐을 다 뺄 건 아니고 정리를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정민: 그러면 전달을 조금 잘못 한 것 같긴 해. 주인 없으면 다 버려버릴 거라는 게 짐 남기고 간 사람들이 감정이 좀 상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고.
민정: 좌인도 인식하고 있긴 해. 그래서 책이랑 물건들 조금씩 들고가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했었던 건, 우리가 7월에 짐을 빼야한다면 그 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한다는 이야기였어. 주인 없는 것들 미리미리 확인하고 버릴 건 버리고.
하루: 여자방은 내일 한 시까지는 시간이 비니까 오전에 제가 정리하려고 했거든요.
민정: 혼자 있을 때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일이 많아서.
하루: 얘기를 들어보니까 벽에서 물이 새는 것 같다고 해서 벽지를 바꿔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림: 벽에서 물이 새는 거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거네요?
민정: 그런 건데 이사 갈 동안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살지는 말자는 걸로 청소를 하려는 거예요.
하루: 집주인한테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수리를 받는 게 좋지 않을까? 벽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니까.
남현: 집에 문제가 있으면 그 전에라도 이사할 수 있고, 7월에 이사하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림: 다음 대청소는 그럼 언제 하면 좋을까요?
하루: 이번주 일요일 오후 어때요?
그림: 이번주 일요일은 제가 안 될 것 같아요.
파스: 다음주에 합시다. 지난주에도 했는데.
하루: 다음주 일요일 저녁에 할까요?
그림: 그때 좋아요.
하루: 그러면 그때 맛있는 것도 먹고. 해먹을까요 사먹을까요?
느루: 사먹어요.
하루: 보쌈 시켜먹자 그럼!
하루: 어쨌든 이 집에서 계속 못살아요. 그렇죠. 화장실 곰팡이도 점점 번지고 있고.
그림: 자연의 섭리지 뭐. ㅋㅋㅋㅋ
느루: 그러다 암도 자연의 섭리다 그러겠어.
파스: 그런 말 하면 안 돼. 암도 자연의 섭리라니..
하루: 드라마 패러디 한 거야. 막장 드라마 X로라 공주에서.
민정: 아무튼 부모님한테는 내가 지금 곰팡이를 피해서 연구소에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 상태야. 이번달 안에 곰팡이를 지우지 못하면 난 내가 돈을 벌든가 집으로 돌아가야 돼.
파스: 재정 문제는 다섯명이라도 괜찮게 살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여름 되면 볕도 잘 들고 좋아요.
정민: 회의록 그대로 올리는 거 다들 괜찮아요?
일동: 괜찮아요.
하루: 우리 회의록 프린트해서 집에 두고 일주일 정도 읽어보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자 ㅋㅋ
그림: 아. 우리 이번주에 청소기도 샀죠.
빙거는 괜찮나 좀? 물은 먹었나?
(회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