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약속

해문동 조회 수 4699 추천 수 1 2011.12.19 08:30:51

 

 

빈집의 약속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 문태준 시집『가재미』에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부팀 빈책+빈집포럼+진보복덕방

  • 지음
  • 2010-01-11
  • 조회 수 15460

반찬팀 밥포럼 첫번째 - 빈그릇운동 [1]

  • 지음
  • 2010-01-11
  • 조회 수 5677

공부팀 한 출판사에서 연락왔어요 [1]

  • 지음
  • 2010-01-14
  • 조회 수 3986

공부팀 <계속 써주세요> 같이 공부할 책들 가져오고 알아오기 [2]

  • 디온
  • 2010-01-15
  • 조회 수 4138

운영팀 아이디어 투척 : 빈집 트위터 만들기

공부팀 진보복덕방 + 읽고싶은책

  • 지음
  • 2010-01-16
  • 조회 수 3476

운영팀 사이트 관리 매뉴얼 1 - 게시판 글 옮기기 file [1]

반찬팀 미역줄거리가 거의 없습니다. [4]

  • 아카
  • 2010-01-20
  • 조회 수 4814

건강팀 침뜸놀이는... [2]

주류팀 1월 마지막 주 모임은...

공부팀 빈책모임 첫 세미나 - '주거', '건축'의 의미 file

  • 디온
  • 2010-01-29
  • 조회 수 4754

공부팀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

  • 아규
  • 2010-02-03
  • 조회 수 3190

공부팀 선언 읽기 - 첫번째 <에콜로지스트 선언> [3]

  • 손님
  • 2010-02-04
  • 조회 수 4231

반찬팀 설날 가래떡 맞췄어요. [3]

  • 지음
  • 2010-02-10
  • 조회 수 3931

공부팀 [빈책모임] 2/10 간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2]

  • 손님
  • 2010-02-10
  • 조회 수 3366

반찬팀 반찬팀 1월 재정 결산 [1]

  • 지음
  • 2010-02-13
  • 조회 수 4140

반찬팀 오늘 쉬었습니다. [3]

  • 지음
  • 2010-02-18
  • 조회 수 3780

공부팀 어제, 오늘 쉽니다 [2]

  • 디온
  • 2010-02-18
  • 조회 수 2925

공부팀 [니체 강독] 3월 첫째주부터 시작합니다 [14]

  • 디온
  • 2010-02-19
  • 조회 수 4543

운영팀 내일 모임합시다 [3]

  • 디온
  • 2010-02-21
  • 조회 수 4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