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김치국물, 형사놀이

조회 수 2780 추천 수 0 2011.04.03 00:25:42

1.

아랫집 옥상 올라가는 계단. 오래되어 굳어버린 검붉은 김치국물이 그 날의 끔찍한 사건을 말해주고 있었다.

피가 고여 굳은 곳은 두 군데, 한 곳은 김장김치가 가득 있었던 냉장고 밑. 한 곳은 각종 공구와 짐들이 올려진 선반 아래.

이미 러니 멍니 수사묘들이 현장에서 나는 냄새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서 보고했고. 오늘은 우마 과학수사대원이

현장 감식을 하는 날이다.

 

2.

현장 감식을 위해 굳은 김치국물 자국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우마 대원. 하지만 이미 굳어버린 김치국물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공구를 찾기 위해 공구함을 뒤져, 양군 형사의 조각칼을 찾아 꺼내든다.

'슥슥~ 슥슥~'

현장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옆 옥상에서 담배를 꺼내 문, 양군 형사와 자주 형사가 한 마디 한다.

"살인범이 현장에서 혈흔을 제거하는 것 같다."

 

3.

손을 열심히 놀려 표본을 채취하지만, 잠시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상상의 나래를 펴는 우마 대원.

'어차피 루미놀 반응이 나올텐데 뭘. 제거한다고 되나? 그럴바엔, 루미놀반응의 화학적 원리를 이용해, 피의 철 성분과

더 잘 반응하는 용액으로 성분 변화를 미리 시켜두는게 더 확실할텐데.. 역시 뭘 알아야 범죄를 저질러도 뒷수습을

할 수 있다니까."

왠지 싱긋 미소 짓는 우마 대원의 입술이 소름이 돋는다.

 

4.

자 형사와 양 형사가 다른 현장으로 가고, 러니 멍니 수사묘들은 따분한지, 옥상 화분에 앉아 하품을 하거나

현장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우마 대원도 슬슬 지루해지는 모양이다. 냉장고 밑은 현장 감식이 끝난 후 깔끔하게 정리했지만,

선반 아래는 대충 해버리고 싶은 마음. 과학수사대에 함께 하는 동료가 더 있다면 일이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5.

대충 현장 정리를 마무리 하고, 아랫집 거실 현장에 돌아온 우마 대원.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후 거실 청소를 하는

석류 대원을 본다. '멋진 친구군. 다음에 부서 이동이 있으면 꼭 스카웃 해서 함께 가야겠어.' 하고 생각한다.

 

* 루미놀 반응 : 현장 감식에서 혈흔을 찾기 위해 뿌리는 용액. 혈액의 철과 반응하여 색깔이 나온다고 한다.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찾아보시긔.


석류

2011.04.03 22:33:04

우마 대원 수고했어요. ㅋㅋ 꽤 오래된 김칫국물 (핏자국?)이었을텐데..음 형사놀이라...아마 배추토막사건의 핏자국이 아닐런지? 이런! 아랫집이 토막 사건의 현장이었다니!!! 

지음

2011.04.04 00:32:09

혹시... 작년 여름에 실종되었다 변사체로 발견된 토마토 소년 연쇄 유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게 사실이라면... ㄷㄷㄷ

손님

2011.04.04 17:58:55

앗 이 엄청난 현장을 나는 그냥 스윽 지나쳐 나갔군요.

이따 오후에 그 현장에 나가서 한 번 씨익 웃음이라도 보낼게요^^ 하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210225 빈집 게시판&공통장&폰 정리 회의 [1] 사씨 2021-02-26 13108
공지 '2014 겨울 사건의 가해자 A'의 게시글에 대한 빈마을 사람들의 입장 [19] 정민 2016-05-19 154722
680 [네이버 온스테이지]이발사 뮤직비디오 at 두물머리 [1] 디온 2011-04-09 2659
679 내일 빈집에서 하루 묵고 싶은데요! [2] estasenmi 2011-04-09 2334
678 해방촌 마을탐사? [2] 지음 2011-04-08 3652
677 엠 부친상 [3] 지음 2011-04-07 2578
676 검찰개혁에 동참합시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저자강연회 합니다 손님 2011-04-06 2442
675 [빈집이론(?)] 1. 빈집의 노동 (2) file [4] 지각생 2011-04-06 22669
674 이번주 금요일 하루 묵으러 갑니다~ [2] 그너머 2011-04-06 2441
673 빈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빈역학' - 연재를 시작해볼랍니다. file [4] 지각생 2011-04-05 4584
672 마츠모토 하지메의 반핵(원전 반대) 전세계 공동행동 제안 KenZzang 2011-04-05 4031
671 가시마상으로부터 11 [2] KenZzang 2011-04-05 2723
670 지난주말 두물머리 농사액숀숀 [1] 디온 2011-04-05 3147
669 서로살림생협, 영등포산업선교회, 다람쥐회, 서울의료생혐.. file 우마 2011-04-04 3734
668 이사한 민중의 집 나들이 겸 시민강좌 후기 file [2] 우마 2011-04-04 2342
667 노랑 우체통이 가게에 file [5] 살구 2011-04-03 2610
» 피, 김치국물, 형사놀이 [3] 우마 2011-04-03 2780
665 이발사 4월에 올라오나봐요? 콘서트 소식이 file [1] 지선 2011-04-02 2308
664 내일 단투하겟음니당 ^^ 손님 2011-04-02 2079
663 내일 , 냉이캐러 팔당 갑니다 file 디온 2011-04-01 2631
662 신촌민회, 청년 주거권 토론회 file 디온 2011-04-01 3752
661 일요일 두리반 뒷마당 벼룩시장+반핵음악회 놀러와요. 손님 2011-03-31 3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