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퍼왔어요.

빈집이야기도 중간중간에 나오네요.

출처는...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3770&bigcateidx=11&width=250



윤영배 인터뷰

3월, 아직도 바람이 쌀쌀하다. 골목 몇 개를 돌아 도착한 푸른곰팡이 스튜디오 안은 분주했다. 커다란 창 너머로 보이는 윤영배씨는 진지한 얼굴로 기타를 잡고 있었다. 3월 17일에 있을 두 번째 EP <좀 웃긴 >의 발매 기념 공연 연습이었다. 함께 자리하고 있는 연주자 중에는 낯익은 얼굴들도 보여 새삼 하나음악에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그로부터 30여 분간, 긴장과 설렘 속 기다림은 살짝 헝클어진 머리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이발사에 등장으로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발사라는 별명은 어떻게 붙었는지?
실제로 본인 머리를 스스로 깎는다고 하던데 그래서 별명이 이발사인가?

- 필명이자 별명이다. '빈집(용산 해방촌)'에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내 주변은 모두 '자기 머리는 자기가 깎는다'는 식이다. 머리를 (종이처럼)오리는 거지(웃음). 머리처럼 패션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시장에 예속되어 있지 않다라는 생각.. 복합적이고 독립적인 거랄까. 

해방촌 빈집도 그렇고, 홍대 두리반이나 양평 두물머리 얘기가 윤영배씨 이름 뒤에 자주 나오더라. 활동이나 연대 쪽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 그렇다. 그래도 내 입으로 직접 활동가라고 말하기엔 부끄럽다. 성격도 소극적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애쓴다. 음악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같이 가서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한다. 혼자 가서 풀을 벨 때도 있다. 내가 농부라서 다른 농부들과의 정서적 위화감 같은 게 없으니까. 얘기도 통하고. 그런 움직임을 연대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 제주도에서 거주하는 걸로 안다. 서울에는 얼마나 자주 오는지?
- 서울엔 일이 있을 때만 온다. 아내는 제주도에 쭉 있고. 제주도에 산 지 10년 됐다. 

푸른곰팡이 멤버들이 다 제주도에 살고 있지 않나? 
- 동익이형(조동익), 동진이형(조동진), 필순 누나(장필순)... 동익이 형이 애들 둘이 있는데 형수랑 상의해서 내려오고, 그 담에 동진이 형이 또 내려오고. 그렇게 다들 한명씩 오게 된 거다.

왜 다들 먼 곳까지 내려갔나?
-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데, 매일 사진 찍어서 올리고 그러니까 그럴듯해 보였을지도. 실제로 지네가 나오는지 쥐가 나오는지 모를 일인데 내가 그런 것까진 안올리니 알 수가 없는 거지(웃음). 처음엔 좋아 보이니까 막연한 동경 아니었을까 싶다. 가끔 여행한다고 내려오면 일단 위로가 되는 곳이니까.

다 같은 마을에 사나?
- 지금은 같은 마을에 사는데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무책임한 게, 제주도에서 이렇게 모여 사는데도 공연을 자주 하지 못한다는 거다. 새로운 친구들도 많은데 다들 폐쇄적이라 선뜻 다가가지도 못하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이제와 제주도에서 음악 한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몸만 제주도에 사는 거다. 그냥 집에서 자기 일 하는 거지. 그게 우리한테는 음악인 거고. 각자 자기 일, 음악 하는 것뿐인데 제주도에 산다는 이유로 거창해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주도의 생활, 정말 서울의 삶과 많이 다른가?
- 친구들끼리 그런 말을 한다. 3년이 고비라고. 제주도에서 잘 지내다가도 3년째 되면 갇혀있다는 느낌 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근데 땅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자의식이 어디있는지가 문제 아닐까. 도시든 산골이든 스스로 갇혀 있다 생각하면 다 힘든 거다. 도시를 부정하거나 시골만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 상대평가 하는 게 위험한 것 같다. 나는 어릴 땐 대구 시내 한복판에서 지냈고 아내는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대학은 서울에서 다니고.. 나는 살던 곳이 도시인데도 시골로 가고 싶어 하고 아내는 살던 곳이 시골인데 다시 시골을 원했다. 

대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한철과 같이 대구에서 음악하지 않았나?
- 대구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교내 밴드에서 활동했다. 매해 신입생을 뽑는데 한철이가 눈에 띄더라. 정말 돋보이는 아이였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아는 곳이라곤 홍대 쪽 밖에 없어서 상수동 당인리 발전소 쪽에서 2년 정도 살았다. 그 때도 한철이랑 같이 지냈다. 

서울에 오게 된 계기는 '유재하 가요제'인가? 
- 그렇다. 당시 유재하 가요제에 입상하면 자연스럽게 하나음악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들이 있었다. 만나고 얘기하고 연주하고.. 

이한철은 유재하 가요제에 입상한 뒤에 대학가요제에 또 나갔다. 대학가요제는 왜 같이 안했나?
- 나는 유재하 가요제 입상 하나로 충분했다. 한철이가 로큰론 스타일의 곡을 가져와서 대학가요제 나간다고 했을 때 때려치우라고 했다. 그 때 내가 로큰롤을 싫어했기 때문에(웃음). 근데 그 곡으로 대상을 타더라. 나는 스스로 행위자이기도 하지만 감상자 입장에서는 고전음악을 특히 좋아했다. 뉴욕에서 매달 나오는 'CMJ'라는 음악지가 있는데 그걸로 록을 많이 접했다. 집에서는 재즈나 메인스트림 쪽만 들었다.

들었던 음악이랑 하는 음악 방향이 다른 것 같은데?
- 표면적으론 차이가 있을 거다. 듣기를 원하는 음악과 하고자 하는 음악은 다를 수 있다.
학교에서는 팀으로 연주해야 하니까 할 수 있는 게 록밖에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록 기타를 쳤지만 곡을 쓰면 웨스 몽고메리나 조지 벤슨 같은 스타일이 나오더라. 그런 걸 워낙 좋아했으니.

이제 음반 얘기를 해보자. 17년 만에 데뷔반이 나온 건데..
- 가요제 입상 때부터로 따지면 17년인데 사실 음악은 계속 해왔다. 내가 노래할 일이 있겠나 싶어서 음반을 따로 내지 않았고 그래서 음반이 늦게 나온 것뿐이다. 예전에 하나음악에 있을 때도 노래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굳이 그럴 생각은 들지 않더라. 두물머리랑 빈집 활동하면서 1년 정도 서울에 머물게 됐는데, 그 즈음 여유시간도 어느 정도 있었고 쓸모 있는 일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만나던 친구들도 같이 뭐 좀 해보자.. 라는 말을 했고. 그래서 EP앨범을 만들게 됐다.

앨범 자켓에 나온 발이 누구 것인지 궁금하다.
- 아내 발이다. 앨범 자켓 디자인도 아내가 맡았다. 

앨범 이름이 '좀 웃긴' 인데 내용에는 웃긴 게 없다.
- 은유다. 표면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직설적인 건 내 정서와 안 맞는다. 

사회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서 직설적인 가사를 쓸 줄 알았다.
- 예전부터 음악적 언어로 어떻게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적극적인 언어로 표현할 것인지 아니면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 법한 넓은 범위의 언어를 쓸 것인지. 언어에 갇혀서 말만 열심히 한다고 해도 우리 생각과 삶이 그렇지 않다면 소용없는 일 아닌가. 어디 갖다 붙여도 별 내용 없는, 혼자 떠드는 얘기라고 해도 내가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만약 '투쟁'이라는 단어를 써서 노래를 하라하면 나는 못한다. 
내가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이 도망자의 것일 수도 있고 앞장서서 행동하는 자의 것일 수도 있다. 행동하는 사람이 도망자인가 또 다른 혁명가인가. 항상 그 질문을 머리에 이고 산다. 사실은 하고 싶지만 능력이 안 되서 못하는 거다(웃음).

첫 EP는 평가가 좋지 않더라.
- 마땅히 그렇다(웃음).

하지만 두 번째 EP(좀 웃긴)는 평이 좋더라. 공감하는가?
- 내 음악을 듣는 분들의 생각은 공감할 방법이 없다. 알지도 못할뿐더러. 그래도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고 본다. 이미 음반은 시장에 예속된 물건이고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하다. 여러 사람의 다른 생각들을 나누는 건데, 어떤 평가를 받던지 상관없는 일 아닐까.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두 앨범 중에서 더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건 뭔가?
- 글쎄, 꼭 상대적으로 평가를 해야 할까. 그 때 할 수 있는 걸 그만큼 했을 뿐. 내 스스로 상대화시켜서 줄 세우기를 한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근데 듣는 분들은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장에 개입하는 입장이 아니다. 내가 혼자 떠든 걸 음반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앨범은 일기고 기록이다. 

'일기'라는 표현을 했는데, 그렇다면 그 일기를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줬으면 하는지? 몇 번 봐도 이해하기 힘든 가사도 있던데, 일기라서 그런 것인가?
- 내 앨범은 냄비받침으로 써도 된다(웃음). '들어보라'는 식의 말은 건방지게 느껴져서 안한다. 일기는 형식만 빌린 것이고 기록에 더 가깝다. 물론 평소에 내가 얘기하는 스타일이 '일기'스럽긴 하다. 주변 사람들도 못 알아듣겠다고 하더라. 

곡 작업에 시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
- 이번에는 50일 정도 걸렸는데 혼자서만 할 때는 일주일이면 된다. 한다고 결정을 했을 땐 나올 수 없는 걸로 애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그래야 일기에 적절하다. 과하게 욕심을 내는 것은 나랑은 맞지 않는다. 작업이 길어지는 걸 힘들어하기도 하고.

두 앨범 모두, 전곡에 더블링(목소리를 두 번 입히는 것)이 되어있다. 엘리엇 스미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포함되어 있나?
- 예전부터 해온 버릇이다.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말린 적도 많다. 근데 노래를 워낙 못해서 더블링을 해야 안심이 된다(웃음). 엘리엇 스미스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그래서 한 건 아니다. 

목소리에 힘이 많이 빠져있다. 
- 작은 목소리가 전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청각 구조도 그렇고 마이크 같은 기기도 그렇고 크게 지르면 소리를 다 담아내지 못한다. 목소리 어택을 줄이고 작게 부르면 마이크가 잔향까지 다 실을 수 있다. 정서적인 부분도 포함이 된다. 화났을 때, 상대방을 작게 '야'하고 부를 때 더 단호해 보이지 않나.

녹음할 때, 장비가 복잡하게 꾸며진 걸 싫어한다고 들었다. 요즘엔 전략적이고 기술적인 음악이 대부분인데, 기술적으로 깨끗한 것에 대한 생각은? 이번 앨범에 마스터 버전도 함께 실었던데.
- 우리가 듣고 있는 소리는 전기신호다. 소리는 전기신호를 담아낼 수 있는 기기, 대기업들이 만든 기기시장에 의해 바뀐다. 악기가 아니라 장비에 따라 소리가 바뀌는 거다. 소리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달라져야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중간개입(녹음 장비)을 최소화하자고 생각하는 거다. 여러 장비로 깨끗하게 다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곤란하지 않나. 마스터링 자체를 없애버려야겠다는 것부터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 중인데, 앞으로 이런 생각들을 친구들과 모여서 구체화시키고 싶다. 여러 단계의 소리가 있지만, '좋은 결과를 내자'는 말에 대한 생각이 다른 거라 본다. 어쨌거나 힘닿는 데까지 해서 좋은 소리를 만들자는 건 같다.

실용음악과 같은 전공자나 해외 유학파 쪽이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굳이 말하자면 그쪽은 기술과 가까운 쪽인데.
- 내가 크게 무책임한 부분이, 남의 음악을 안 듣는다는 거다. 같이 연주하는 애들 음악도 안 들으니까. 그게 많이 미안하다. (이)상순이한테 많이 혼난다. 주도하는 분들의 음악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할 말이 없다. 

이번 앨범에 이상순의 참여는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 
- 두물머리에 (이)규호랑 상순이를 데리고 갔다. 거기서 얘기도 하고 나중엔 이것저것 연습하게 됐는데 느낌이 좋아서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러다가 상순이가 제주도 놀러 와서 리듬 기타를 치게 된 거다.

네덜란드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나? 그 곳에서 얻은 건 뭔가?
- 암스테르담 콘서바토리라는 학교다. 상순이랑 같은 학교더라. 유명하다는데 나는 몰랐다. 
친구가 시험 치러 네덜란드에 간다기에 여행 삼아 따라 갔는데, 교회에서 후배들이 통기타를 들고 와서 나도 시험을 보게 됐다. 학교는 관심 없었고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비자 때문에 걱정했는데 시험에 합격해서 잘 됐다 싶었다. 하나음악 쪽 일이 한창 많을 때여서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다. 이미 프로로 음악을 하고 있는데 거기 가서 뭘 배우겠냐고. 그래도 지내보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불쑥 가버렸다. 녹음도 하고 있었는데 다 팽개치고 가서 욕도 많이 먹었다(웃음).

내가 산 곳은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사이에 있는 오래된 도시, 그 곳에서도 아주 외곽이었다. 외지인도 없고 제약이 없고 적응 할 것도 따로 없어서 온 몸이 행복했다. 오후 6시가 되면 세상이 깜깜하고 주택가엔 상점하나 없고.. 서울에서 살다온 나에겐 그 곳의 새로운 방식이 스며드는 게 빨랐다. 실질적인 생활 방식의 차이를 실감하고 체감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꼈다. 음악작업은 전혀 안했다. 근처 도서관에서 음반을 빌려주는데 2년 동안 고전 음악만 수천 장 들었다. 가끔 시내 나가서 공연하나씩 보고. 

추천하고픈 고전음악은?
- 감히 어떻게 추천을 하겠는가(웃음). 쉔베르그, 바하..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 특히 좋긴 하다. 영화에서 알 파치노가 그러던데, '인간이 만든 신은 안 믿는다. 나는 바하만 믿는다'고.

곡마다 기타 연주가 상당히 좋다. 연주 앨범 낼 생각은 있는지? 
- 현대 음악 편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기타가 아닌, 다른 악기가 앞으로 나서는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하다. 오보에나 첼로, 피아노..

예전에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에 인생 전부를 건다'고 말하곤 하지 않았나. 하지만 요즘엔 '생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 윤영배씨도 음악이 생의 한 '부분'으로 보인다.
-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생존방식'이다. 자유, 새, 나무 이런 것만 노래하는 건 거짓말이다. 농부가 예술가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내가 쓰는 따뜻한 물은 내가 데울 수 있어야한다는 정서로, 어떻게 살고 뭘 노래할지 고민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코드와 가지고 있지 않은 코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나음악에 대한 이미지가 부담스럽다고 했다던데?
- 부담스럽다기보다 부풀리고 신화시키는 게 좀 그렇다. 다 걷어내고 보면 우리도 별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생각이 소박하다는 것, 그걸 공감해주시는 분들에겐 늘 감사한다. 다만 그리움이 과장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우리 말고도 좋은 음악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준비하고 있는 공연은?
- 3월 17일에 상순이랑 규호랑 같이 한다. 일렉트로닉과 록을 섞어서 하는데 10분씩 되는 곡도 있다. 그리고 민트 페스티벌에도 나간다. 상순이가 가져다줬다(웃음).

공연이 끝나면 다시 제주도로? 
- 내려간다. 민트 때 다시 올라오고.. 그러고 나면 조금씩 앨범 준비하겠지. 회사와 약속했다. 해마다 앨범 한 장씩 내기로(웃음).


진행: 김반야, 조아름
사진: 박기현(backgugo@naver.com)
정리: 조아름

2012/03 조아름(curtzzo@naver.com)


- 나는 ㅎ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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