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빈집 / 빈마을

안녕하세요. 해방촌에서 서울 노리밋을 준비하던 팀의 사 입니다.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그간 저희에게도 몇몇 변화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서울 노리밋에서 완전히 빠지기로 하였습니다.

8월 29일 노리밋 사무국에 전달한 입장문을 공유합니다.

‘도쿄노리밋 입장문’에 대한

노는집의 입장문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번 서울 노리밋 기획에 참여하기로 한 단체 중 하나인 ‘노는집’의 노리밋 팀(이하 노는집)입니다. 노는집은 서울 노리밋 기획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그 이유와 함께 최근 올라온 도쿄 노리밋의 입장문에 대한 노는집의 생각을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노는집의 노리밋과 관련된 상황을 전달하겠습니다. 노는집은 서울노리밋의 기획팀 참여 제안을 받고나서 회의에 참석하며 행사 준비를 논의하는 단계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7월 7일, 노리밋 일본 스텝 채팅방에서 있었던 대화 번역문을 공유받았습니다. 사건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노는집은 몇 번의 내부 논의 후, 그 시점의 내부상황 등을 고려하여 행사 참여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노리밋 서울 측에 전달하였습니다. 해당 회의에서 사무국 측은 도쿄 채팅방 사건의 문제를 절감하고 있으며,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고 약자를 배려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동의한 노는집은 평등을 살현하가 위해 행사의 전 과정에서 규칙처럼 이용될 ‘평등문화약속문 (가칭)’ 작성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올라온 도쿄 노리밋의 입장문을 읽고 노는집은 크게 실망하고 노리밋 참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평등문화약속문’은 노리밋 기획팀을 포함한 참여 주체들이 자발적인 마음에서, 인권침해의 여지를 없애고 평등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만들어 공유될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도쿄노리밋이 성평등이 훼손된 사건을 겪었음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은, 노리밋 기획 팀 내에서 도쿄 노리밋이 평등문화를 실현할 참여주체로서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또한 도쿄 노리밋의 입장문이 나오긴 했지만 문제제기한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몇몇 노리밋 참여자들이 분위기를 만들어나갔고, 이런 지점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도쿄노리밋 입장문의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는, 입장문이 해결 방안 없이 안이하게 결론내려져 있다는 것 입니다. 입장문의 원문에는  ‘저희는 이 사건을 진지하게 생각해서, 다양한 논의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가겠습니다.’라고 마무리 되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면 좋을지 내부에서 논의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나, 방법을 찾는 모임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없습니다. 도쿄 주최측의 입장문에는 이 문제가 어떤 구조에서 일어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 다시 일어났을 시의 대처에 관한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고민이 부족해 보입니다.

두번째는, 사과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준 발언과, 그 후의 대응이 부적절함에 대해서 죄송합니다.’라는 구절은 사건 해결의 가장 큰 요소의 하나인 ‘사과 받을 대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특정지어지지 못한 대상에게 사과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쿄 노리밋 주최측은 채팅방 내 문제제기자에게 구체적인 사과를 했어야 합니다. ‘그 발언의 문제를 지적한 사람이 있었음에도, 그룹 내에서 대응이 늦고, 문제 제기를 한 사람들의 절실함을 담아 내지 못했습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목소리가 묻어지면서, 채팅방 내에서 다수의 침묵 혹은 대응부족을 겪었기에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주체가 없는 사과는 당사자에게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입장문에서는 피해자를 구체화하고 적절하고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객관적 상황을 설명해야하는 ‘경위’에 대한 부분에 주최측의 입장을 싣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위라는 것은 일이 진행되어온 과정을 뜻합니다. 그러나 도쿄노리밋의 입장문에는 주관적인 의견의 글이 경위 항목에 올라와 있어 오해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위의 의도는 실제 원문의 내용을 공개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잣대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실제 채팅방에서 이루어졌던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채팅방 글의 원본에 가까운 시간 순서의 정리의 글처럼 객관적 사실이 실렸어야 합니다.

불완전한 개체인 ‘사람’의 일이기에 어느 단체에서든지, 행사를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대응과 사건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모임 내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튀어나오는 것은, 문제의 발언을 한 개인의 문제만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쿄 노리밋 입장문에도 ‘그룹 채팅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아서 모든 사람이 편하게 말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라고 인정한 것처럼,  ‘그러한 발언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당시 채팅방 내에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따라서 도쿄 노리밋 측에서 보다 고민했어야 하는 것은, 이러한 발언이 나온 채팅방 내에서의 배경과 구성원들 그리고 분위기 전반에 대해 다시 점검해보고, 차별적인 발언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여지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쿄노리밋 측이 사람들의 문제제기에 동의하고 바뀔 것을 약속한다면, 도쿄 채팅방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당사자의 상황에 대한 변명이나 이해의 요구가 아닌 문제제기자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어떤 식의 해결을 하겠다는 의지와 고민의 방향성에 대한 공유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도쿄노리밋의 입장문에는 그러한 개선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노는집은 도쿄노리밋 입장문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며, 서울 노리밋 기획에 완전히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바입니다.

2017년 8월 29일

노는집 노리밋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