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디입니다.

이번 마을회의때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회의때 사람들을 직접 보고 말을 꺼내면 또 삼천포로 빠질까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제가 지난 10월,  6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빈마을에 다시 돌아온것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빈마을에.. 빈고에.. 해방촌에.. 많은 일들에 얽매여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여행준비다 마을일이다 계속 계속 일을 했었죠. 그래서 인수인계라던가 뒷정리라던가 제대로 했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이 남아있던 다른 분들이 잘 받아주셔서 무사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에서.. 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행을 다녀와서 처음에는 주력발전소에서 머물렀어요. 다른 집들은 자리가 없었고 주력발전소의 손님방이 비어있지만 손님방이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손님이 오면 다른방이나 거실로 제가 옮겨도 되고. 정 여의치 않으면 다른집으로 옮겨서 사람들과 낑겨 자도 되는거니까요.

하지만 이부분은 저만의 생각이었던거 같아요. 잘 모르겠네요..


주력발전소에서 지내면서 저는 떠나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아마 제가 많이 불편하셨나봐요. 지금 사시는 분들에게 저의 처음 온 사람답지않게 머뭇머뭇하지 않고 행동하는 점이라던가…. 그런게 불편했던게 아닐까 추측만 해봅니다. 다른 이유가 더 있을거라는 추측과 함께요.

그런 점은 차차 풀어가면 된다고 생각한 저는 주력발전소에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다면 잠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주력발전소에서 계속 생활을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듣게 되었고 저는 주력발전소를 떠나기로 정했어요.


그 후로 저는 사랑채로 옮겼어요. 사랑채에도 손님방은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여자 장투는 받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던 상황이었죠. 그래도 저는 새로 빈집을 만들기 전까지 갈 곳이 필요했고 사랑채에서 옮겨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옮기게 되었어요.


사랑채는 사람들도 적고 다들 바빠서인지 주로 멍니러니와 지냈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마을에 자리 잡으면서 점점 할일이 늘어나 저도 바빠진 것도 있고요. 그러다 회의시간에 사건이 일어났지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확인하세요. 두번째 안건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후 저는 구름집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아직 집회의에 참석을 안해서인지 아직까지 구름집에서 지내고 있고요. :-)


지난 한달여 기간 동안 빈집에 돌아와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중에 가장 커다랗게 저를 찾아온건 실망이에요.

그리고 ‘내가 왜 빈집에서 계속 살아야하는가?’라는 생각이었죠.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돈이 없어서?

마을 활동을 하고 싶어서?

서울에 살고 싶어서?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전 지금 새 빈집을 구해서 여기서 적어도 2년은 살거라는 거에요. 아직도 고민중이지만 여기서 고민을 하려고 해요.


그리고 제가 빈마을에서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돌아와서 실망했다고 하는 부분을 찬찬히 고민해 봤어요. 실망이라는건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거잖아요. 그러면 전 어떤 것을 빈마을에 기대했던 것일까요?


첫번째는 변화였던거 같아요.

빈마을의 소통에 관한 문제, 공유에 관한 문제, 성폭력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문제 등등은 제가 여행가기 전인 6개월 전부터, 훨씬 전부터 있었고, 그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제가 떠나기 전에도 그리고 떠난 이후에도 계속 이야기 되었죠. 그래서 조금이나마 달라져있기를 기대했던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돌아와서 본건 지치고 피로한 사람들뿐이었어요.


둘째는 당위성이었던거 같아요.

빈집은 비어있는 집. 이라는 말장난 같은 거 말고요.

빈집은 무엇이며 어떤게 빈집이어야하는가?

빈집은 정의 내릴 수 있는것인가?

라는 질문은 빈집의 초기부터 계속 되어왔던 질문이죠.

하지만 빈집이 정의내릴 수없는 무엇인가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고 동의했다고 생각해요.

각자 다른 빈집을 가지고 있겠지만 빈집으로 정의되는 건 무엇일까요? 왜 빈집인걸까요? 빈집에서 우리가 추구해야할것은 무엇일까요? 빈마을 공동체로서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죠. 그리고 사람들은 적어도 모든 빈집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있다고 동의했고 그 세가지가 자치/공유/환대였죠.

하지만 전 빈마을에 돌아온 후로 그 세가지가 무너져 있다고 느꼈어요.

주력발전소에서 살짝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엄청난 반발을 받았죠. 그래서 이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우정국에서 살아본적도 없고 구름집에서는 커다란 문제가 아직까지는 없었어요. 그러니 빈마을 전체가 문제다라고 확대시킬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다른 두 집의 문제로만 국한 시키기에는 문제들이 너무 길게 이어져오고 있는거 아닌가 싶어요.


이런 이야기를 통채로 마을회의에서 다른 안건들과 이야기하기에는 깊은 이야기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거 같아요. 그래서 구체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천천히 풀어가려고요.

기회가 된다면 수다회를 따로 해도 좋을거 같아요.



제가 처음으로 풀고 싶은건 사랑채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지난 사랑채와 구름집 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석연치 않게 마무리되고 말았어요.

지난 회의에서 제가 짚고 싶은 점은,


첫째, <반성폭력교육에서 들은 내용을 생활에서 실천하자>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폭력들이 있지요. 아무리 많은 교육을 해도 사전에 모든걸 예방하기는 힘들어요. 특히나 빈집 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은요. 그러면 중요한 건 폭력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일거에요.

제가 사랑채에서 격었던 일은 언어성폭력이에요. 그리고 주변의 방조이고요.

이미 일어난 일은 어떻게 할 수 없는거잖아요. 가해자 본인의 의도도 확실치도 않고,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주변의 방조는 공동체에서 특히나 나쁜거라고 생각해요. 피해자 스스로 반박하지  않는 이상 주변에서 아무것도 도와주는 않는 상황은 가해자를 정당화 시킬 뿐이에요.

아니 가해자가 스스로 반성을 했다고 해도 주변에서 그런 폭력 상황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면 그것 자체는 더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건 폭력을 정당화 하는 문화를 만드는 거니까요.

빈마을의 문화와 분위기는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생각이 스며들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성폭력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심한 모습을 보이면 그건 성폭력을 용인하는 것과 같다는 걸 모두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걸 알아주길 바랍니다.


둘째, <단투도 손님이자 주인이다.>입니다. 빈마을에 돌아와서 저의 위치는 애매했던거 같아요. 처음 오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계속 있던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단투가 겪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거같아요. 자기가 뭘 가질 수 있는 지를 알아야 뭘 못 가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거와 같다고 생각되네요.

구체적인 예는 집안 운영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반발을 받게 되었어요. 빈마을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아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이니까 무시하거나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집 내부의 일에’ ‘단투면서’ 관여를 하는건 지나치다고 느끼는 것같았어요.

그런데 말이죠. 전혀 모르고 이상한 제안을 한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 같이 논의를 해봐야하는거 아닌가요? 너무 이상한 문제제기나 질문이 많으면 빈마을에 대해 공부해오라고 알려준다거나. 다른 대안이 있었을 텐데. 제가 겪은건 ‘거부’였어요.

이건 제가 이미 마을의 구성원이어서 더 큰 ‘거부’를 느꼈을 거라는 추측을 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동안 계속 운영의 문제점을 ‘집 외부’에서 말했을 때, ‘우리 집 방식’이라면서 거부했었거든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어느 사이에 오래 사는 사람, 잠깐 사는 사람, 이 집에 사는 사람, 저 집에 사는 사람….

벽이 생기고 말았어요.


셋째, <힘든 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니가 그런 이야기해서 내가 힘들어라고 하지 말자.>입니다. 힘든건 말씀하세요. 나중에. 힘든 점을 이야기하면 그부분을 해결하고 나서 당신의 힘든 상황을 공유하세요. 그리고 같이 이야기 해봅시다.


여기까지가 지난 회의에서 제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 <안건은 이미 전달 되어있었다>입니다.

회의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자리에 있던 (아마도) 모든 사람이 나마스떼에게 안건 내용이 하나도 전달이 안되었다고 생각을 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저도 나마스떼의 이야기를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받아들였으니까요.

하지만 텔레그램으로 우더가 11월 1일에 “사랑채 유지에 관한 이야기와 저저번 회의에서 있었던 발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공지하였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으셔서 (따봉만 시간이 안된다고 하셨죠) 모임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1월 3일에 구름집에서 제안한 M안건과 같이 이야기 하는 자리가 만들어졌고요.

구름집에서 모임을 제안하기 전에 저는 너무 늦기 전에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을 해서 3일에 이야기 자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친구가 엉뚱한 안건을 이야기해서 혼란을 만들고 말았어요. (왜 그런 이야기가 전달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유로 불러놓고 사랑채 이야기하려나 보다’라는 의심을 하신거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누굴 속여서 함정에 빠뜨리거나 ‘악’으로 몰아가려거나 그런 의도를 가지고 여기에 있는게 아니라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누군갈 처단하고 벌하고 그런거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낀건 제가 그들을 벌하러 온 사람 처럼 거부하고 밀어낸다는 거였어요.


저는 당신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왜 여기에 사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듣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만들어 가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마을을.

그러기 위해서 많이 싸울 수 도 있겠지만,

그러면 뭐 어떻습니까.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고 그렇게 서로 맞춰 갈 수 있으면 그걸로 된거 아닐까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절대 양보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건 빈집이 자치/공유/환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이곳은 성폭력에 반대하고 성평등(을 포함한 만인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것.


그 이외의 것들은 같이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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