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주민 의정참여단 구의회 방청 후 “놀랍다!” 동료 구의원의 발언권을 거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
주민들을 위해 일할 구청장과 구의원을 뽑아놓고 주민들은 궁금하다. 이들은 과연 잘하고 있을까? 서울의 용산지역 시민단체인 용산연대는 의정참여단 사업을 시작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4월과 5월에 의정참여단 교육을 4차례 진행하고 지난 6월 4일에는 임시 구의회를 방청했다. 이후에 의정참여 소식지 배포, 구청 예산 분석과 정책 제안도 계획하고 있다. 의정참여단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따끈따끈한 소감을 물었다. 이날 행정위원회에서는 주민참여조례를 다뤘다.
오00: 냉방이 강해서 회의실이 너무 추웠다.
윤00: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의회 회의인데 중요한 안건인데도 불구하고 두 명이 불참하고 네 명이서 결정하더라. 고민도 부족해 보였다. 주민참여조례를 검토하면서 한 의원이 구의원의 권한과 중복된다는 발언을 했다. 주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00: 구의회가 구청을 감시, 견제해야 하는데 협력하는 관계라는 느낌이었다. 한 의원이 주민참여조례에 따르면 구청을 이중으로 감사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해가 안되었다. 많이 화가 났다. 이런 구의원들의 태도를 주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00: 한 의원이 발의한 조례는 상위법 내용을 그대로 담은 행정정보공개 조례였다. 너무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다.
윤00: 한 의원은 회의 중에 거의 자는 수준으로 졸고 있는 것 같았다.
오00: 구의회 회의는 요식행위에 가까웠다. 발의한 의원이 구청을 상대로 질문을 하려하는데 그걸 못하게 했다. 주민들이 구의회를 방청하고 방청기를 쓴다거나 구의회의 모습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구의원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형식적으로 제안, 토론, 질의와 응답을 하고 10분 정회를 하고 “심의 보류 하는 것에 이의가 없습니까?” “없습니다.”“없으면...” 이런 식이었다. 적극적으로 토론을 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김00: 주민들이 참여하는 의정참여단이 목소리를 내야겠다. 한 의원은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거 같았다. 그래서 근거가 있는 토론이 되지 않았다. 서울시와 다른 지역의 주민참여조례의 ‘주민’에 주민등록주소와 사업장주소를 포함시키는 것이 보통인데 거주자가 아니면 주민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상식도 부족하고 구의원이 직장에서도 주민세를 내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오00: 한 의원은 공무원에게 반말 투로 했다. 주민입장에서 그런 반말 투는 듣기가 매우 거북했다.
이날 용산구의회 행정위에서는 한 의원이 발의한 성인문해교육지원조례를 부결시켰다. 참고로 이 조례는 한글을 모르는 성인들, 특히 노인 분들에 대한 문해 교육을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의회 방청 주민들 오전 회의 연기에 "납득하기 어렵다"
6월 10일(월) 오전11시, 용산구의회 본회의장에는 20여명의 주민방청객이 개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11시에 열려야 할 본회의가 11시 30분이 넘도록 열리지 않자, 방청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35분이 훌쩍 지났는데 구의회 측에서 오후로 구의회 개회가 연기되었다고 통보를 했다. 이유를 묻자 설혜영 의원이 5분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구의원들이 회의참석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의원이 5분 발언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죠?”
“회의를 연기할 거면 공식적으로 왜 연기되었는지 구의회 의장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항의를 들은 박석규 구의회 의장은 의장 자리에 올랐다.
“구의회 개최가 5분 발언에 대한 합의가 원활하지 않아 오후로 연기된 것에 대해 죄송합니다”
방청 주민과 박석규 의장은 의장실에서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다. 방청 주민들은 왜 구의원의 발언자체를 막느냐는 의견이었고 박석규 의장은 이에 대한 해명이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2시에 다시 구의회가 열렸다. 방청 주민들은 3명만 남았다. 회의가 시작되고 조금 있다가 회의장에서 갑자기 고성이 튀어나왔다. 5분 발언을 취소하고 간단한 신상 발언만 하기로 했던 설혜영 구의원이 “왜 신상발언도 못하게 하고 의사진행 발언도 못하게 하냐?”고 의장에게 계속 따졌다. 회의장이 어수선해지자 다시 정회를 했다. 또한 번 정회를 했다가 구의회는 폐회했다. 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서. 국회에서 많이 보여준 풍경이었다. 이른바 ‘날치기 통과’.
이날 나는 현 구의회 박석규 의장과 전 구의회 박길준 의장과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었다. 전직, 현직 용산구의회 의장은 나에게 성인문해교육지원조례가 부결 된 것과 관련하여, 5분 발언을 절대로 들을 수 없다고 동료의원의 발언자체를 거부하는 구의원들에 대한 설명, 성인문해교육지원조례가 왜 용산구에서는 별로 필요가 없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나도 반론을 펼쳤다. 구의회에서 의원의 발언권을 제한해서는 안되는 것, 성인문해교육지원조례를 충분한 토론도 없이 성급하게 부결시킨 것에 대한 부당성을 말했다.
용산구의원들은 조례를 심의하면서 관련 전문가, 관련 단체,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구의원들은 자신을 비춰볼 거울이 필요하다. 주민 감시자도 필요하다. 구의회를 짧은 시간 지켜본 용산의 의정참여단과 주민들은 찹찹하고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13년 6월 10일 <이원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