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14 잔잔

 

<빈고와의 1년>

 

1. 빈고의 역할과 위상

*<빈마을금고에서 공동체은행으로>에 대한 생각

  2011년 2월, 이리저리 떠돌다 갑작스레 빈집에 짐을 들이밀고 살기로 했을 때, 빈가게에 모여 있는 빈집 사람들, 그리고 빈고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달 말, 새내기장투새로배움터 겸 빈고설명회가 열렸고 나는 빈고조합원이 되었다. 설명을 듣고, 취지문을 읽고 나니, 빈집에 산다는 것은 곧 빈고조합원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돈 가진 것이 자랑이 아니고,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돈에서 비롯된 수입은 돈을 가진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같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공유의 실천이 빈집을 가능하게 합니다. (…)

빈집은 세상 모든 사람들과 세상 모든 생명들을 다 받아 안은 후에야, 빈집이 온 세상이 되고서야 확장을 멈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빈마을금고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 나누고 주고받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2010 빈고취지문 중)

 

 

  그리고 아랫집에서 신나게 놀며 지낸지 세 달만에 빈집확장을 함께 하게 됐다. 나름의 평가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생활리듬을 잡아가며 빈집 생활을 아홉 달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아홉 달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감히 오늘 하고픈 얘기는, ‘세상 모든 사람들과 세상 모든 생명들’과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것이다. 빈집엔 주로 사회활동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백수인 미혼 남녀들이 모였다가 자유롭게 흩어진다. 물론 다른 범주의 존재들도 투숙을 하긴 하지만 내 생각엔 이미 특정범주안의 존재들만이 빈집을 공유하고 있다. 그 범주에 속하지 못하게 됐을 때, 그러니까 내가 임산부가 됐을 때, 함께 사는 사람들과 얘기를 해서 내린 결론은 결국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원해서 내린 결론이었지만 역시 함께 살 방법은 없나 여전히 고민이다. 내 경우 뿐 아니라 십대장단투들과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래서 이번에 빈고의 시즌3 변신과 더불어 ‘빈집확장’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사실 ‘다른’ 존재들과 함께 하는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빈집의 장점이자 강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기존 빈집의 한계점이라고 본다면 여기서 또 다른 사고의 전환을 꾀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빈집 안에서 다른 존재들을 만난다는 것을 깨는 것이다. 그 주변에 혹은 멀리 살더라도 서로 공유하고 즐거운 일들, 힘든 일들을 함께 하는 방법을 찾는 것. 물론 이것 역시 잘 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허나, 본격적인 지역운동이나 주민운동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웃에 살고 있는 누군가들에게도 그들의 집을, 사적공간이자 소유물이기만 한 그 집을 새로운 친구들과 공유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혹은 그런 생각을 가진 다른 단체나 공동체를 초대하기.

  그 과정을 새로운 방향의 ‘빈집확장’이라고 보는 것이 어려울까. 만약 가능하다면 빈고의 방향전환을 일관된 빈집가치지향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빈집에 사는 사람들도 홀연히 왔다가는 주인이자 손님인 여행객이기보다는 얼마간의 삶을 열심히 꾸려가는 지역주민이 되어가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빈집이 가진 기존의 게스츠하우스성질말고 다른 성질도 필요하게 됨을 뜻하며 이에 맞춰, 빈고는 처음의 마음과 변함없는 위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 평가를 해본다.

 

 

2. 빈고의 재정과 살림

*재정

  2012년 1월까지 88명의 조합원이 1억 1190만원의 출자금을 모았다.

  조합원은 총회 즈음하여 2, 3월에 그 수가 많이 늘었고, 매달 1명 이상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1기 때보다 조합원의 수는 배가 넘게 늘었지만, 출자금은 오히려 (2천3백 여만원)줄었다. <빈고2기정산 조합원과 출자금> 그래프를 보니 고액출자자가 줄고, 그러면서 출자금 반환이 있었고, 소액출자자가 늘어난 결과다. 소액출자자가 늘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빈고가 안정적인 재정을 꾸려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월별출자금현황을 보면 5, 6월 두달 빼고 매달 출자금이 꾸준히 모였다. 액수의 폭은 소액출자자들로 하여금 매달 꾸준히 출자할 수 있도록 독려하여 월별 최소출자금이 일정하게 하면 좋겠다. 88명의 조합원이 매달 만원씩 출자하면 매달 88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꾸준한 소액출자를 독려할 수 있는 재밌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내가 눈여겨 본 항목 중 하나는 수입 중에 선물항목이다. 선물은 매달 3만원대에서 30만원대까지 전체수입의 7.6%를 차지한다. 집선물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대출관련 선물인데, 이건 대출이자를 말하는 건가? ... 암튼, 지출세부목록을 보면 운영 및 사업비가 전체지출의 8.6%정돈데, 선물수입금으로 운영되는 빈고라고 봐도 될 정도로 선물 수입의 비율이 높은 것 같다. 이 점을 계속 살리면서 즐겁게 갈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운영회의를 하면서 느낀 건데, 대출요청 또한 꾸준하다. 대출에 대한 규칙과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살림

-운영회의

  12차례의 운영회의가 열렸다. 조합원들은 1년에 한 번 이상 운영회의에 참여해야한다는 규칙이 있던데, 조합원들의 활발한 운영회의 참여가 있도록 하면 좋겠다. 올해 처음 운영위원들의 소모임이 만들어졌는데 각 소모임들이 재밌게 일을 꾸려갔으면......하하하.

-활동, 사업

  이제는 숙원사업이 될 것만 같은, 반복되는 활동계획들이 보였다. 예를 들면 뉴스레터만들기나 대안경제 세미나 같은 구체적인 계획과 짜임새 그리고 지속성을 필요로 하는. 그러려면 어느 정도 안정된 빈고의 공간과 데이터들이 관리 돼야 할 듯하다.

 

3. 평가서에 대한 평가

  빈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빈집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었다.

  재정에 대한 평가는 역시 어렵다. 이 정도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어떤 기준이나 감이 없어서. 다른 조합들의 재정현황을 함께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각 조합들의 다른 성격을 고려해야하는 또 다른 어려움이 오겠지만..흑.

하지만 이 기횔 빌어 운영위원이란 이름하에 빈고2기 정산을 눈여겨 볼 시간을 갖게 되어 매우 좋았다. 더불어 그동안 재정에 무관심했던 게으른 운영위원이었음을 반성해본다.

  그리고 꼼꼼히 보니 할 일이 많다. 이럼 좋겠다, 저럼 좋겠다, 말만 말고 해야지.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