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앗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이름

케이
인권오름 제 368 호 [기사입력] 2013년 11월 06일 14:14:49

http://hr-oreum.net/article.php?id=2540

소위 "서울대 담배녀 사건"(이 명칭은 다분히 여성혐오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흔히들 이렇게 알려져 있어서 따옴표 쳐서 가져옵니다) 은 상당히 논쟁적인 사건이었는데, 이에 대한 하나의 시각이라 생각해 가져옵니다. 맥락을 잘 살리지 못한 발췌일 수 있으므로 원 글을 읽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9월 27일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가 반성폭력학생회칙을 개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른바 ‘서울대 담배녀 사건’이 재조명되었다. 이 사건은 남학생이 줄담배를 피며 이별을 통보하는 상황에 모멸감을 느낀 여학생이 이 상황을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남학생이 속한 단위에 공식적인 문제해결을 바라는 요청서를 보내면서 시작되었고, 해당 단과대의 학생회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공론화된 바 있다. 

사건이 재조명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당시에 느꼈던 복잡한 심경이 다시 일었다. 먼저, 담배를 피우며 고압적인 태도로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친구의 태도에 무척 기분이 상했다는 당사자의 기분에 동의와 지지의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 불쾌감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사건을 ‘성폭력’이라고 명명하고 제도적으로 해결할 것을 선택한 당사자의 판단이 그 방식과 절차와 전략 상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물음표다."


(...) 

"수면 아래로 묻혀버리곤 했었던 젠더권력의 문제를 ‘성폭력’이라고 명명함으로써 문제시하고 성폭력의 개념을 확장해 온 것은 반성폭력운동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서 겪는 다양한 억압과 불쾌의 감정들이 성폭력이라는 개념으로 넓게 해석되면서, 일상적인 폭력에 문제제기할 수 있는 언어는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 “문제제기 하려면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피해자만 문제제기할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전희경)이다.


일상적인 폭력에 성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이 성폭력이냐 아니냐.’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당사자와 지지자를 포함해 사건 해결과 관련된 사람들이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는 사라져버리고 만다."


(...)

"어떤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 그것이 성폭력인지 아닌지 합의를 통해 판단하고 성폭력이면 절차에 맞게 진행하고 아닌 경우 그냥 폐기해버리는 식의 제도화된 접근으로는 당사자의 치유와 사회의 변화라는 중요한 두 가지 가치 중 어느 것도 진정으로 이루어내기 어렵다.

성폭력 여부를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회칙 개정은 일상적인 폭력에 대응하는 공동체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성폭력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무엇이 성폭력인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것은 공동체의 선 역할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 사회 내부에서 사건이 성폭력이다/아니다를 판단하고 합의하는 것보다, 당사자가 왜 그 상황을 성폭력이라고 칭했는지 당사자의 해석에 대한 지지기반 위에서 논의의 장이 시작되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당사자의 목소리는 공중으로 사라져버렸고, 언론의 프레임과 학칙 개정만 남게 된 결과에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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