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골목길 해설 직접 들어보니...  나는야 골목길해설사 / 특집 

2012/08/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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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골목길 해설 직접 들어보니...

 

 

차희영(도시연대 객원기자)

 

 

 

 

 

마침 장마기간이었다. 7월 둘째 주. 2차례의 골목길 탐방은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필요로 했다. 하지만 볕이 없는 흐린 날씨 덕분에 탈진하지 않고 해설사를 따라 다녔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동네 풍경에 운치를 더해 더욱 여유로운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한 탐방이 한 번으로는 아쉬워서, 한 코스를 더 신청했다. 각각 다른 날로 2개의 코스, 각기 다른 해설사를 따라 부암동과 북촌 골목길을 돌아보았다.

 

골목길 해설’ 체험 과정은 이랬다.

 

 

 > 종로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다                                                                              

 

 

처음에는 고궁 투어나 미술관 관람처럼 탐방 시간대가 정해져 있고, 그 시간대를 신청한 자들을 모아서 해설을 듣는 줄 알았다. 때문에 종로구 홈페이지로 신청할 때 <희망 시간대> ’선택’ 이 아닌 ‘기재’라고 쓰여 있어 약간 당황했었다.

알고 보니, 최소 3인 이상의 그룹 단위로 신청을 하면 해설사는 그 그룹만을 데리고 다니며 해설을 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국내, 특히 서울 지역의 관광(투어) 신청을 해 본 것이 처음이어서 유사한 다른 프로그램도 같은 형식으로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체 무리 중 익명의 한 구성원이 아닌, 뜻이 맞는 몇몇의 친한 사람들과. 동네 주민의 안내를 받으며 평소 더 알고 싶었던 역사문화동네를 돌아본다. 라고 생각하니, 또 주민이 직접 설명을 해 준다고 하니, ‘해설사’이기 이전에, 비록 다른 동네지만 각자의 마을에서 매일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는 구성원이라는 동질감이 앞서 설렜다. 왠지 낭만적인 체험이 될 것 같다는 느낌..

 

 

 
TIP

종로구청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역사문화관광” 메뉴를 누르면, 오른쪽 하단에 ‘골목길 해설사 신청’ 배너가 있다. 탐방 코스는 총 12개. 소요시간은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걸린다. 신청인원 제한을 둔 이유는 예산상의 제약 때문이라고... (해설사에게 활동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인원제한이 없으면 신청 건수가 많아지고, 경비 부담이 증가한다고 함)

 

 

 

 

  

  > 해설사와 만날 약속을 정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하고 나면, 예약완료 문자가 전송되며, 약속된 날짜 전에 해설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구체적인 만남의 장소와 시간 같은 것을 다시 확인하고, 코스에 대해 사전에 알아야 할 내용들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 때, 해설사는 ‘어떤 코스를 원하는지? 특별히 보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는지?’를 묻는데,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어서 탐방코스를 조율할 수 있다. 물론 탐방 중에도 코스는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해설사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 어디어디를 갈지 정하면 동선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나의 경우, 해설사로부터 처음 전화를 받았을 당시에는 ‘어떤 관광을 원하는지?’라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해설사가 정한 코스대로, 그저 보여주는 대로 따라다니는 것’이란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어서, 얼떨결에 ‘처음이라, 특별히 보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구요..’라고 싱겁게 말을 해 버렸었다.

이후 해설사와 탐방 중 ‘사실은 이런 걸 좋아한다.. 고 고백(?)하고 코스를 조정했고, 두 번째 북촌 코스를 신청할 때는 가고 싶은 곳을 사전에 먼저 말씀드렸다.

 

 

 
TIP
사전에 탐방 지역에 대해 지도나 자료를 훑어보고, 테마(역사성/지역성) 또는 특별히 원하는 장소 등등...을 정하면 보다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주민’ 해설사와 마을을 걷다.                                                                                    

 

 

해설은 기본적으로 마을 골목길 군데군데 자리해 있는 역

사적인 장소나 건물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다음과 같다.

 

  • 평소 지나치던 골목길 구석구석 작은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 찾아볼 수 있었다. 북촌의 경우, 북촌은 워낙 볼 게 많아서 평소 종종 들르긴 했지만 수많은 골목길 중에서도 늘 가는 쪽만 가던 터라 미처 못 보고 지나간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해설사와 동행하면서 발길 닿지 않았던 새로운 골목, 새로운 건물,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 마을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다. 이렇게 역사문화적인 요소가 많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해설사의 설명은 아주 전문적이고 자세했다. 이 부분은 다른 관광투어를 통해서도 체험 가능한 부분일 듯하다. 
마음에 드는 장소에는 원하는 시간만큼 머무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주어진 시간과 코스가 있지만, 기존 ‘투어’에서는 느끼기 힘든 여유로움이 있다. 머물러서 좀 더 둘러보고, 좀 더 그 동네 풍취를 눈으로 담고..
  • 또 그렇게 머물러 있다 보면 해설사로부터 그 장소와 관련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네이버로 검색하면 나오는 역사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재까지 이어 살아온 요즘의 거주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설사 개인의 추억이기도 하고, 해설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웃의 이야기이도 하고, 동네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몇몇 상업시설 주인(주로 외지인)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해설사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다.

해설사가 신혼 시절을 보냈던, 10년 혹은 그보다는 좀 덜 오래된, 그 당시 살았던 빌라 앞에서 추억 이야기를 들으며, 그 자리에서 아주 멋진 경관을 바라보며(지금도 그 시절 그대로의 경관이라고 한다.) 지금 모습과는 또 달랐던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어땠을까? 그림을 그려 보던 시간.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모든 해설사와 이런 경험을 공유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이후로 또 이 동네를 찾거나 지나칠 때 한동안은 그렇게 같이 이야기했던 일이 떠오를 것 같았다. 마치 친척언니가 살던 동네 같은 친근함...

 

 
TIP

: 많이 걸어다니기 때문에 간단한 요기거리와 마실 물 같은거는 필수. 탈진할지도 모른다. 또한 ‘골목길 관광행동양식’을 지킨다.

 

 

 

 

 

 > 결론? 추천!                                                                                                        

함께 지역을 돌아보며 느낀 것은, ‘골목길 해설사’는 전문 관광해설사와는 달리, 함께 걷는 이들(방문자)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단순한 관광해설을 넘어서-가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해설사 각자의 방식으로... 그 이야기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문화에 대한 자부심, 역사정신, 또는 아름다운 마을 모습에 대한 자랑, 따뜻한 이웃들 소개 등등..으로, 해설자의 역량 또는 성격에 따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소극적으로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때문에, 마을을 방문하는 자가 마을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가지느냐, 관심의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해설사의 역량에 따라 마을에 대한 무한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해설사 양성 교육이 엄청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비록 두 명의 해설사만을 만나 보았지만 해설하는 말투, 억양, 몸짓, 기본적인 매너 하나하나 표준화 된 느낌?(좋다 안 좋다를 떠나서)

그리고 해설사가 풀어 주는 역사적 배경지식들은 전문 관광해설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고, 마을에 대한 해설사의 개인적 경험과 어우러져서 전달되어 그런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결론은? 추천!

  

 

 부암동 골목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던 텃밭 공간.

 

 

  

해설사가 예전에 살았었던 집 앞마당에서 바라보이는 동네 풍경.

 

 

 해설사가 신혼시절을 보냈던 빌라 모습. 그 때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한다.

 

 

해설사를 따라 북촌 골목길을 걷고 있다.

 

 

 

해설사가 건넨 명함 뒤에 있는 ‘골목길 관광행동양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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