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이어요.

지난 주 책읽기 기록남깁니다.

 

생각해보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책을 읽었네요.

공산당거실에서 보다가, 손님방에서 보다가, 가게서도 보고, 부산에 가서도 보고요..^^

가게서 책읽기일땐 시큰둥하던 오디가 서울올라오는 시컴한 버스에서 눈을 번뜩이며 소금꽃나무를 읽어가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난 자느라 못들었지만 돌아온 날 밤 체가 열변을 토했다는 얘기의 내용도 궁금하고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김승옥의 단편 3편을 읽었습니다.

 

월요일: <역사力士>

서울에서 하숙살이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대문 근처의 판자촌에서의 하숙살이와 질서정연한 가풍이 있는 양옥에서의 하숙살이가 주로 비교됩니다.

제목인 '역사力士'는 판자촌에서 만난 '서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서씨조상들은 대대로 역사力士였는데, 이제 그 쓰일 곳을 잃어버린 힘을 가진 서씨는  막일을 하며 삽니다.

하지만 서씨는 가끔 아무도 없는 한 밤중에 동대문성벽의 커다란 돌을 번쩍 들어 옮겨놓는 기이한 풍경을 벌이는 방법으로

조상대대로 이어져오고 있는 힘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머진 직접 읽어보셈^^)

 

월요일의 이야기주제는 타향살이에서 만난 사람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 이야기는 다른 주제들로 흘러갔습니다!

개중에 "역사"라는 단어의 중의적 의미에 대한 얘길 했던 게 기억에 남았어요.

서씨라는 이 '역사'가 자기 삶에서 짊어가고 있는 '역사'말입니다.

몸에 새겨있어 뿌리칠 수 없는 역사긴 하지만 어쨌든 서씨는 자기 방식대로 그걸 품어갑니다. 

여기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던 두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빈집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공산당은 어떤 방식으로 빈집을 품고 갈 수 있을까요?

60,70,80,90년대를 지나 2011년 지금을 살고 잇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지난 시간들과 함께 갈까요, 가고 있을까요, 갈 수 있을까요?

 

  

화요일: <생명연습>

"하나의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이 한 마디로 얼마나 기막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과정 속에는 번득이는 철편이 있고 눈뜰 수 없는 현기증이 있고 끈덕진 살의가 있고 그리고 마음을 쥐어짜는 회오와 사랑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봄바람처럼 모호한 표현이 아니냐고 할 것이나 나로서는 그 이상 자세히는 모르겠다!"

 

자기세계, 그러니까 각자들이 만들어 온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파서 골랐습니다.

'생명연습'이라는 말도 안되는 저 합성어가 주는 어떤 느낌과 함께 손님방에 동글게 모여 앉았지요.

젤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다 기억/기록못했어요.

어쩄든 공산당 사람들의 꿈을 듣고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뒤늦게 온 연애중인 모모의 고민도 나누고요. ^^;

 

 

수요일: <싸게 사들이기>

"혁명적으로 살아야 한다. 습관도 아니고 단순한 충동도 아니게. 계산하고 계산해서."

내용과는 상관없이 공산당소비문화(!)에 대한 토론을 해보고파서 골랐습니다. (그러나 소설내용도 재밌어요!)

자본주의사회안의 효율성을 위한 치밀하고 치말한 계산이

다르게 살기 위해서도 역시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기도 했고요.

음. 공부집만들기 위해 모임을 가질 때부터 같이 고민하고 찾아보기로 했던 부분이기도 했지요.

여튼 공산당에서 품고갈 주제!

빙고수다회에서도 활발히 얘기됐음 좋겠습니다.

 

 

 

목,금요일:  이틀 동안은 <소금꽃나무> 1,2부를 읽었습니다.

희망버스 같이 타기로 한 여름, 여름친구, 희사도 와서 함께 읽었어요.

 

처음엔 각자 조용히 읽고 나중에 얘길 나누려고 했는데 책이 2권있어서..^^; 결국 낭송을 했어요.

그치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었던 게 아니라 말을 하고 싶었다'는 김진숙지도위원의 말을 우리 입으로 다시 뱉는것...

특히 김지도와 함께 했던 김지도의 '그들'에 대한 인터뷰는 압권이었습니다.

우린 어떤 얘기도 나눌 필요없이 그들의 생생한 말(사투리그대로의 말!)을 우리 입으로 말하고, 그리고 그저 들었습니다.

 

"기왕지사 쓸라먼 은제나 참 살기 좋은 시상을 고민하는 권동기라고 딱 부러지게 쓰씨요.

난 거창헌 거슨 싫응께 고로큼만 쓰만 되아요. 먼 말인가 재탕 안 혀도 알아묵겄지라?"

 

말 한만큼 사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에 절로 감탄사가, 탄식이 새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부산 영도에 가서는 무시당하고 짓밟혀도 '참 살기 좋은 시상을' 희망하고 있는 분들,

그분들의..박수를 받고 왔습니다. 휴..

감히 희망을 얘기해보겠다고, 친구들과 소풍가듯 즐겁게 떠났습니다. 노란 우비들고 과자챙겨들고 말이에요.

신나게 빗속을 걷고 뛰고 노래도 부르고 발맞춰 춤도 췄습니다.

춥다고 벌벌떨다가 졸려서 웅크리고 자고, 더러워진 나를 견디지 못해 목욕도 했어요.

땀때문에 옷에 허옇게 물든 '소금꽃'에 감동했지만 땡볕에 잠깐 서 얘기듣는 거에도 마음이 찡그러지는 주제였습니다.

유리벽과 경찰벽앞에서 소리지르다가 밀쳐보다가 무서워서 도망가다가 울기도 했어요.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라는 물음에는 한 없이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수도없이 그 질문과 그리고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외로웠을 분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또 함부로 무거워질 수도 없겠더라고요, 흠.

그리고 나는 또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살건가,에 대한 고민도 이제부터 신나게 해야되니까요.

그러다 보면 그분들의 희망과 절망을 나도 만나게 될 거라는 어렴풋한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희망은 허망하다, 절망이 그러하듯. (루쉰, 자서)

이 한문장이 불현듯 생각나서 이틀 째 계속 곱씹고 있는 중입니다.

 

7월 둘째주 공산당 책읽기 기록이었습니다^^..

 


여름

2011.07.13 19:42:07

오 체의 열변.. 궁금하네요

선량하게 우산을 받쳐주던 체의 모습만 기억나는데.ㅋㅋ

Che

2011.07.13 21:44:11

열변이라니 저도 궁금하군요.*

연두

2011.07.14 07:09:38

잔잔의 잔잔한 글. 나도 따라쟁이가 되어서 '곱씹어' 보게 돼.

아래는 오랜만에 다시 마주친 정은임 아나운서 목소리. 

올 여름엔 우리도 외롭다는 말을 아끼기로 해요.


http://www.youtube.com/watch?v=8GA9O9m9H-o&feature=player_embedded

지음

2011.07.14 10:27:15

뭐가 달라지냐 하면... 무엇보다도 투쟁하는 사람, 고민하는 사람이 달라지지요. 더 잘 투쟁하고 더 잘 고민하게 되겠지요. 그만큼 세상도 달라지겠지요. 아니 그 사람에게 세상은 이미 완전히 달라져 있는 게 아닐까요? 달라지지 않는 세상에서 달라질 수도 있는 달라지고 있는 세상으로. 투쟁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죠.

루쉰의 말은 여전히 아리송.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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