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_100616

아랫집 조회 수 76083 추천 수 0 2010.06.17 00:58:22

생각해보면, 가사노동이란 언제나 엄마/아내의 몫이었고, 나는 그 깊은 세계를 알지도 못하는, 알지 않아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족' 내부에서 살고 있었던게다. 살림, 살리는 것, 살아가는 것을 자기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렇게 점점 무능력해지는 것, '착취'를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것. 우리는 그렇게 길들어져 왔다. 다음으로 '자취'를 하면 어떤가? 길들여진 신체는 무엇하나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지지리 궁상 자취생의 집에서 모든 가사노동은 내일로 유예된다. 라면과 쓰레기로 점철된 자취의 이미지는 그렇게 만들어져왔다.


사실은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시대, 가사노동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노동/공부의 일과시간이 강제되는 시스템의 탓도 있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자기─살림들을 돌볼 수 있는 여유란 도무지 생기지 않는다. 직장인은 살림하기 힘들다. 근데, 빈집에서는 이 명제가 뒤바뀐다. 함께 사니까, 언제나 끝이 없는 살림을 나누어서 하고, 내가 하지 않는 동안 다른 사람이 하고, 또 내가 못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살 때의 살림에 비해서 나의 몫은 1/n. 직장인이 살기에 더욱 좋다. 하루에 조금씩, 일주일에 조금씩, 한달에 조금씩, 각자가 신경을 쓰면, 우리의 살림은 실로 어마어마해지는 것이다. 맑스도 그러지 않았던가. 협업에서 추가적으로 생산되는 공통의 가치가 있다고.


100525_2.jpg 100525_3.jpg 

<옥상에서 난 열무틱 알타리로 김치를 담그는 덕산>


100523_2.jpg 100523_9.jpg 

<날씨 좋은 어느 주말, 부엌 옆 선반을 깔끔하게 정리한 레옹, 병우, 달군>


100608_4.jpg 100608_7.jpg 

<설거지하다가 싱크대 청소까지 해버린 달군>


100607_2.jpg 100610_1.jpg 

<놀라운 솜씨로 옥상에 차양막과 평상을 만든 양군>


100608_5.jpg 100608_8.jpg 

<화창한 날씨를 틈타 일주일이 넘도록 이불을 빨아댄 승욱, 아규, 그리고 세탁기>


100529_2.jpg 100607_3.jpg 

<누굴까? 깔끔하게 정리되고 빛나는 마루>


화장실, 손님방, 밥, 장보기, 반찬, 옥상텃밭 등 여기 담지 못한 수많은 살림들, 또 지금도 누군가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살림들, 함께 살기에 좋은 것을 이런 것이 아닐까. 살림을 나누고 키우는 것. 우리가 주거할 수 있는 공통의 장소를 함께 만드는 것.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시대가 우리로부터 앗아갔기에 실험이 되어버린, 빈집의 삶─살림의 모습들이다.


_moya


손님

2010.06.22 03:22:17

살림에 대해 인터뷰한게 새삼 부끄러워지네. 인터뷰내용 없었던 걸로 하면 안되나요? -달군

손님

2010.06.22 17:52:26

편집자에게 압력을 행사하시오. ㅋㅋ _moya

손님

2010.10.21 06:50:17

멋있어요. 저도 언제한번 들러보고싶다능. - 지나가는나그네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우정국 0209 우정국회의

  • 보연
  • 2017-02-09
  • 조회 수 149051

아랫집 걷다_100616 file [3]

  • 손님
  • 2010-06-17
  • 조회 수 76083

이락이네 20181013 이락이네 집회의

  • 한돌
  • 2018-10-15
  • 조회 수 54679

빈마을 가이드1 - 빈집 단체 손님 올때 [2]

옆집 오랜만에 옆집 사진 -마루가 사무실이 되었어요 file [4]

  • 디온
  • 2010-06-29
  • 조회 수 36523

구름집 3월15일 구름집회의

  • 사사
  • 2013-03-21
  • 조회 수 31427

평집 ~평집 물건 정리~ [7]

  • 평집
  • 2020-10-14
  • 조회 수 30174

공부집 1박 2일 책읽기 해볼까요? [14]

  • 손님
  • 2011-05-31
  • 조회 수 26257

빈마을 오디오 전선이랑 전기테이프 있는 집 없나요??? [1]

  • 파스
  • 2013-04-16
  • 조회 수 23950

살림집 20130917_살림집회의록_정민 [4]

  • 정민
  • 2013-09-17
  • 조회 수 23875

빈마을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절차 <서울시 ngo 협력센터>

  • 산하
  • 2013-03-21
  • 조회 수 21492

산골집 무주 산골집 사진 몇 장 올려요!! file [2]

  • 우마
  • 2010-12-11
  • 조회 수 21163

계단집 계단집 재정위 준비 모임(11월 1일) 정리

  • 산하
  • 2012-11-02
  • 조회 수 19850

빈농집 "빈농집"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5]

  • 손님
  • 2012-04-09
  • 조회 수 19676

빈마을 걷다_100525 file [3]

  • 손님
  • 2010-05-25
  • 조회 수 18998

주력발전소 20131010 넓은집 회의록 [1]

  • 그름
  • 2013-10-12
  • 조회 수 18381

빈마을 2014년 해방촌 빈마을 활동가 자기 프로젝트 file [3]

  • 지음
  • 2014-01-25
  • 조회 수 17017

앞집 빈집만화캐릭터 file [3]

  • 고운
  • 2010-01-06
  • 조회 수 16133

평집 2019.04.20 평집 회의록 [1]

  • 2019-04-21
  • 조회 수 15892

옆집 옆집공간 모습들. file

  • 손님
  • 2010-03-10
  • 조회 수 15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