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2.0

빈마을 조회 수 4736 추천 수 0 2010.02.04 04:42:43

오늘 모임에 빠지면 안되지만, 증산동 집에 왔는데 분위기가 냉랭해요. 열흘 정도 집에 못 간 사이에 불화가 있어 며칠간은 여기서 풀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안하고, 대신 글을 쓰려고 하는데 또 잘 안되네요. 좀 쓰다가 지우고 마인드맵으로 대체해서 다시 올립니다.


지금의 빈집, 빈마을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래 산 사람들, 그리고 사회적 소수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힘들고 불만족스러운" 느낌인 것은 분명하죠.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게 한 데는 나도 책임이 있습니다. 좀 많은 듯. 개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을테고.


빈마을 사람들을 믿습니다. 사람마다 저마다 다르게 갖고 있긴 하지만 어떤 사람은 현명하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합리적이고 어떤 사람들은 특정한 재주가 많고 어떤 사람은 소통을 열심히 하고, 어떤 사람은 명랑하고... 어떤 이는 웃기고 어떤 이는 건강하고 어떤이는 아름답고 어떤이는 사려깊고. "우리"가 소통만 잘해낸다면, 어떤 어려움도 결국엔 잘 헤쳐 나갈 것 같고, 재밌고 신나는 것들을 함께 해나갈거라 믿어요. 그래서 난 소통의 과정, 권력 관계, 소통을 보조할 수 있는 도구의 활용, 그리고 메시지의 배경이 되는 것들.. 이런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다만 한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 것은 얘기를 할때, 애초에 언어 자체의 한계도 있고, 사람들이 다 살아온 맥락과 지금의 생각, 소통 기술의 숙련도등이 다 다르니, 내가 무슨 말을 할때 상대방이 내 뜻을 온전히 이해할 확률이 극히 낮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쉽게, 천천히 얘기하면 좋겠고, 어느 정도 얘기가 진행된다음에는 꼭 적극적으로 논의에 끼지 않은 사람들의 뜻도 물어보고 넘어가는, 회의 진행의 묘를 발휘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리듬을 조절하면, 앞서 나온 얘기를 까먹고 뒷 얘기만 기억나는 일도 조금은 줄겠죠.


지금 우리가 분명 어떤 실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 해도, 길게 보면 한 지점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그 동안 진작 하면 좋았을 것을 이번에 마련하는 계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전 어떤 구조적 변화보다 중요한 것이 지금까지 쌓여온 문제를 있는 그대로 접근해서 해결하고 운영의 묘를 살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인드맵에서 그런 걸 담았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그리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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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2.0.png


웹2.0 이란 이름의 바람이 불었던 이유는 웹Web의 최초의 이상 - "정보가 모두에게 열린 구조"로 돌아가자는 바램을 사람들이 읽어냈기 때문이었다. 웹이 복잡하게 오래 변화하면서 그 안에서 벽이 생기고 일부의 사람만을 위한 웹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좀 더 개방적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들을 묶어 "저런 것이 원래의 웹"이라고 말하며 "웹 2.0"이라고 불렀다.


빈집2.0도 그럴까?

새로운 빈집의 모습을 그리자는 것은 무언가로부터 선을 긋고, 걸러 내버리고자 함이라기보단

사실 처음 가졌던 빈집의 이상에 가까운 모습을 다시, 아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바램의 표출은 아닐까?


빈집 2.0-2.png

사실 지금 드러난 문제는 특정한 상황에서 근래 새로 생겨난 것이라기보단, 지금까지 쭉 있어왔으나 그럭저럭 몇사람의 희생으로 덮을 수 있었던 것을, 이제 더 이상 덮을 수 없게 된 거라고 봅니다. 한번에 양적으로 커져서 그렇기도 하고 사람들의 피로도 한계치에 다다른 때문이 아닐까요.

전 그래서 지금까지 빈집을 "지탱"해 왔다고 볼 수 있는 운영 노동과 소통 노동 이 두가지를 우리 모두가 잘 협력해서 제 궤도에 앉히는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앞으로 "뭘 해도 재미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빈집 2.0-3.png 

* 어떤 구조던 사는게 안 피곤할 순 없을테고, 중요한 것은

 - 그 피로를 너무 늦지 않게, 다 같이 풀어내는 것과

 - 그 피로를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재미난 일을 하는 것,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부담없이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지각생은 소통을 보조하기 위해 IT기술을 우리가 더 활용하자, 그래서 무엇 무엇을 해보자고 누가 제안한다면 바로 피로를 잊고 그것에 매진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것 더 감수하래도 하겠죠. 

 채식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누군가 밥먹을때 그것에 대해 얘기를 꺼내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었다면 밥먹는 자리가 "다른 것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을까? 뭐 이런 것.


* 그리고 새로 빈집에 들어온 사람을 어떻게든 잘 안내해서 지금껏 빈집을 거쳐간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었는지 알게해서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혹은 새로운 생각과 실천을 더할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좀 과감히 필수 학습 코스를 삼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런 건 어떨까? 빈집 살면서 이런 저런 건 필수다 해서 기본적 요리, 청소를 깨끗하게 하는 법, 비폭력 대화, 여성,환경,생태,공동체 기초 학습 이렇게 몇개 정해놓고 각각의 주제를 맡을 장투를 정한 후 새로 들어온 사람이 3개월 내에 그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이수했다 싶으면 장기투숙객이 된다던가.. 뭐 다양한 방법이 가능할 듯. 그리고 당연히 기존의 것을 무조건 배운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축적되어 온 고민"을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각자의 생각을 분명히 갖게끔 권장하는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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