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칵테일

빈마을 조회 수 5057 추천 수 0 2010.02.15 00:16:06

어젯밤, 심심하고 배고팠던 나.

홀연히 짐을 싸

아랫집으로 내려갔다.

바느질이나 하여볼까 하여 융천과 실 바늘을 싸들고.

사과 2개를 들고.

 

아랫집 여자방에서 새나오는 희미한 불빛.

잇, 가을, 연두가 '500일의 썸머'를 막 보려던 참.

나도 옆에 끼어 뭘할까 하다가

바느질 이야기를 꺼냈으나 모두 무반응.

뻘쭘. 배고픔. 적응 못함.

심기일전하기 위하여

오거리의 치킨집에서 치킨 한 마리와 맥주를 사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이분들은 이미 15분이나 보던 영화를

나를 위해 다시 처음부터 돌려봐주었다.

 

영화를 보며 맥주와 치킨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술이 떨어졌다.

내가 집에 술 있는데- 했더니

갑자기 이분들의 적극성이 빛나기 시작.

여섯 종류의 술병과 쉐이커, 지거를 잘도 찾아왔다.

주문한 우유와 사이다를 사옴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아- 나는- 오랜만에

쉐키 쉐키 붐붐붐 하였다.

 

역시, 낯설음은 잠시뿐.

민트초코칩 맛이 나는 그래스하퍼가 단연 인기.

(이게 무슨 드라마에서 누군가가 맨날 먹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제 다 알겠군.)

그리고 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을 순간 황홀하게 해주는 앤젤스팁에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다.

ㅎㅎㅎ

역시 난 이쪽이랑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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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우리는 먹고 마시고 또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칵테일처럼 서로 조화로운 한 덩어리가 되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러니가 다리 사이로 들어와 웅크리고 잠들고

나도 곧 잠들었다.

 


손님

2010.02.15 07:44:31

그래스하퍼 최고!!!

어제 디온의 칵테일 덕분에 완전 연휴기분!!!

-가을

손님

2010.02.27 17:59:33

아니 이런 게시가! 왜 놓쳤었지? ㅋㅋㅋ 그날 디온 뻘쭘했던 거구나..

어쩐지 처음에 오라고 해도 안 오더라!

아무튼. 은혜로운 그래스하퍼와 엔젤스팁과 진리키와 등등등에 감사감사를.

즐거웠어요 :) 쉐키쉐키붐붐-

 

_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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