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숙 회의 전 풍경

나마가 시금치 카레와 짜파티를 요리했습니다. 민정은 계란국을 끓였습니다. 신비는 압력밥솥으로 처음 밥을 지어봤습니다. 신비는 밥솥이 칙칙거리자마자 김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하마터면 커다란 재앙이 일어날 것을 연두가 슬기롭게 막아냈습니다.

유선은 오늘 교회에 늦었습니다. 압구정까지 택시비가 8,700원이 나와서 헌금으로 내려 했던 만 원을 대신 냈습니다. 예배에 빠지는 것보다는 나으니 헌금 대신 택시비를 내기로 하나님과 퉁쳤대요. 하나님은 이해해주시겠지만 어머니가 이해해주실지 걱정이랍니다.

나마는 민정에게 책을 팝니다. 유선은 커피를 내립니다.

 

1415일 학숙 회의록

참여: 나마 정민 지음 연두 주노정 민정(방문) 좌인(방문) 지비(방문) 신비(방문) 유선(방문) 비비(방문) 살구 유농(방문)

기록: 정민

 

-사회 누가 볼까?

-나마요. 나마 혼자 팔짱 끼고 있잖아.

 

=학숙을 어떤 기능을 하는 곳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요.

 

-지난 학숙 회의를 다시 한 번 짚어봤어요.

-올해 이 공간에 확실히 남을 사람들은 정민 타케시 주노정이에요. 나마는 마을 센터 논의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주노정은 세미나와 공부하는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연두는 지금 일이 너무 바빠서 여기서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고요. 정민은 건너온지 얼마 안 돼서 구체적인 고민이 없는 상태예요.(연두)

-모든 방향으로 논의를 열어두자는 결론을 지난 회의에서 내린 것이죠. 오늘은 학숙 회의만이 아닌 거예요. 방문한 친구들도 학숙이 어떻게 할지 같이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연두)

-학숙 공간을 새로 꾸리는 데에도 지금 학숙 멤버 외에 다른 구성원이 필요하고, 새집도 만드니 두 개의 공간이 새로 만들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공간의 성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공유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새집 논의와 주거니 받거니 같이 가고 있는 거죠.(나마)

 

=새집의 성격: 휴식공간으로의 가능성

-새집은 어떤 성격으로 가져갈지?

-일단 다 열려 있고요. 센터 얘기가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학숙을 사랑방 역할을 하는 집으로 만든다면 새집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아직은 가능성으로만 이야기되고 있어요.(좌인)

-그런 컨셉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랫집이 복합적인 역할을 했잖아요. 손님맞이, 빈집에 처음 왔을 때 머무는 집 등으로. 그런데 사는 친구들이 조화를 잘 이룰 땐 괜찮았는데, 밖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부담이 크게 됐던 것 같아요. 이곳이 중심지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런 휴식 공간이 필요하다 봐요. 이곳에서 지쳤을 때 갈 수 있는 집이 생긴다면 상호보완이 되지 않을지.(나마)

 

=새 학숙공간의 성격과 새집과의 통합 운영 여부

-제가 보는 지금 빈집들은 대개 휴식 공간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살림집이 이런 분위기일 수 있는 것은 학숙이 있었기 때문에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학숙으로 들어오는 친구들은 빈마을에서의 꿍꿍이가 있는 친 구들이 같이 들어와 힘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저는 개인적으로 집과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나뉘는 게 좋은 사람. 그래서 저는 새집으로 가면서 학숙에서의 일과 나눠야할 것 같다는 생각. 무슨 일을 할지는 아직 탐색중이지만 학숙에서 일을 할 것.(좌인)

-그래도 상주 인원이 필요한 거잖아요?(연두)

-그래서 유농을 꼬시고 있어요. 유농도 이곳을 생각하고 있어요.(좌인)

-새집과 학숙의 운영을 같이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해요.(주노정)

-통합의 여부는 집의 성격에 따라 결정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좌인)

-집의 성격이 어느 정도 정해지는 것 같아 보여요. 마을 일에 관심을 가지는 여러 사람이 모이고 있고. 그래서 지금 통합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연두)

=>(통합 운영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나옵니다)

 

-새 집이나 학숙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논의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주노정)

-그래서 마을회의와 함께 진행하고 있지요. 지난 회의시간에 합의된 이야기구요. 지금 회의는 늘 마을회의에 모든 사람이 오기 힘드니 전단계의 회의인 거죠.(좌인)

 

=새 학숙공간의 분담금이 낮았으면 좋겠다는 의견

-경제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최근 2년간 매우 가파르게 분담금이 상승했고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평균 물가를 고려해봤을 땐 적은 금액이지만.(주노정)

-저는 좀 생각이 다른데요. 빈고의 자금이 많아서 집들을 전세로 구하면 그렇게 운영될 수 있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안 되는 것.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빈고의 자금 문제와 전세가 줄어드는 문제가 엮여 있는 거죠.(나마)

-그건 아는데, 문제는 이곳이 센터의 기능을 하고 이곳에서 살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의 분담금 추세로 받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주노정)

-여기 사는 사람들의 장투금이 높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유선)

-.(주노정)

-마을 차원에서의 자금 지원에 대한 이야기도?(좌인)

-그렇죠. 어떻게 되었든 분담금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주노정)

-거기까지 생각하면 내용이 너무 섞여버릴 것 같아요. 주노정은 지금 이곳이 센터 역할을 하면서 마을활동을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살았다면 좋겠다는 건데, 이곳이 어떤 역할을 할지부터가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좌인)

-저는 다음 회의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린 거예요.(주노정)

 

=센터라고 하지 말아요. 사랑방이라고 해요.

-센터라는 말을 사랑방으로 치환하면 안되나?(연두)

(다들 동의)

=>(어째서 센터보다 사랑방이라는 용어가 나은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유선이 해설합니다)

 

=새 학숙 공간의 성격 확정: 빈마을 사랑방으로

-빈집에서 살다 보면 자기 사는 집에만 갇혀 있기 쉽고, 다른 집에 놀러가는 것도 힘들잖아요. 지금 사랑방이 필요하다고 다들 생각하는 건 놀러 다니는 것의 구심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 것 같고, 그렇다면 새 학숙 공간의 다른 가능성을 굳이 고려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연구소 1층이 실제로도 그런 공간이었고. 이 참에 우리가 다 그걸 원하고 노력하겠다고 확인하고 넘어가는 절차면 맞겠다 생각해요.(연두)

 

-1,2,3층이라는 커다란 규모를 꾸려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생각해요.(나마)

-결국 최소한 어느 기간은 살겠다 할 장투 결의가 필요한 거잖아요. 그게 지금 1,2,3층은 세 명밖에 안 되니까 그게 불안한 거고.(연두)

-맞습니다. 그리고 그러면 그 장투들이 이곳에 무엇 때문에 있는가.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그것 때문에 이 논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각 장투들이 어떤 것을 희망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열어두고 하고 취합이 되면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꾸려나갈 수 있지 않을지.(나마)

=>새 학숙 공간(사랑방)에 참여할 인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기로

 

=새집 계약 관련 확인

-그런데 지금 새집은 이야기가 어떻게 되고 있어요?(주노정)

-집 자체는 제일 괜찮지만 주인집이 바로 아래고 주인이 깐깐해서 고민되던 집을 켄짱이 계약해서 오히려 다행이에요. 그 다음으로 괜찮은 집(서울대 아들집)은 거실이 좁은 게 아쉽지만 큰방이 엄청 큰 집이에요. 화장실도 두 개고. 그 집을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어요.(좌인)

 

=새 학숙 공간의 인적 구성에 대한 고민: 백수가 옳으다

-저는 이곳 처음 들어왔을 때 여기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 거란 자만이 있었는데 일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옛날 생각을 해봐도 집에서 노는 사람이 많으면 집에서 시간과 노력을 여러 가지로 쓸 수 있었고, 그래야 재미있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할 일에 대한 애정도 많으면서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야 할 것 같아요.(연두)

-실제로 아랫집에서도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며 손님맞이에 대한 기능이 잘 안되기 시작하고, 바쁜 친구들은 거기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나마)

-그러면 편하게 지낼 수 없는 공간이 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인적구성도 같이 고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연두)

 

=사랑방이 만들어낼 응집력과 지향에 관한 이야기

-일단 한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뭉쳐 있으면 재미있게 흘러간다 생각해요. 손님 맞이도 편안하게 되고. 하지만 사람들이 여러 공간으로 흩어지면 그게 나뉘어질 거예요. 게다가 연구소가 사랑방과 외부 연결 역할을 같이 한다면 이곳에서 사람을 맞는 일을 계속 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만큼 사람의 응집력이 필요한 거죠. 사람이 여럿 있으면 훨씬 덜 지치고 할 수 있을 테니까.(연두)

-집의 응집력을 만들어나가는 건, 살림집처럼 같이 놀고 연구소처럼 같이 공부하는 등 빈집에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경험들이라 생각해요. 연구소의 세미나와 빈가게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곳이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그런 경험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좌인)

-그러니 센터보다 사랑방이 더 적합해요. 센터라고 하면 마을의 사무가 이뤄져야할 것 같고, 대외적인 역할을 해야할 것 같은데. 사랑방이라고 하면 빈집 내에서도 항상 열린 공간, 항상 놀러올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게 의미 있는 것 같아요.(유선)

 

=새 학숙 공간과 새집의 관계: 통합 운영. 소진과 치유의 로테이션을 만들자

-지금은 실질적으로 학숙에 마을의 구심점이 구축되어 있는 상태죠. 그렇다면 일단 학숙을 계속해서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으로 가지고 가고, 새집은 조용한 활동이 필요하거나 다른 그림이 있는 사람들이 새집을 채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연두)

-그래서 새집의 경우에는 정적인 분위기와 치유의 느낌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사랑방에서 사람들을 대하며 감정노동을 한 것을 새집에서 치유하는 식으로 로테이션을 하는 게 어떨까요.(지비)

-그러니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죠.ㅋㅋ(연두)

=>그럼 지금 어느정도 합의가 된 것 같아요. 빈마을에서 할거리를 찾아서 머물겠다는 사람이 새 학숙 공간에 모이는 게 맞는 것 같고 새집은 휴식하는 공간으로 만들면서 이 공간과 통합운영을 해야하는 거죠. 대신 새집에 조건 부여가 필요해요. 몇 개월 이상 머물 수 없고, 회의는 새집과 학숙이 같이 한다든지.(좌인)

 

=빈집 스피릿과 사랑방의 지향점

-빈집이라는 게 함께 지향하는 가치를 만들고 시작했다 생각.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성격들이 많이 흐려졌다고, 규모가 커질수록 흐려진다고 생각. 동시에 문턱이 낮으니 하숙집처럼 되기가 정말 쉬운 구조가 된 것. 자치와 공유, 환대. 이런 슬로건을 가지고 빈집의 성격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해요.(나마)

-나도 나마 얘기랑 같은 맥락 같아요. 우리는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잖아. 공동체가 숙성될 무렵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새로운 논의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왔어. 무슨 말이냐면, 오래 산 친구들이 항상 해왔던 것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이 공간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지. 그저 살아내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거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작년의 해방절처럼.(유농)

 

-나마 얘기랑 유농 얘기는 맥락이 다른 것 같은데?

-빈집의 가치가 개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구전되는 것에 대해서 경계하는 것. 규모가 커질수록 왜곡과 와전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빈집의 가치를 다같이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나마)

-두 사람 말을 섞으면 내 할 말과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 빈집이 애초부터 그런 가치를 지향했다기 보단, 일단 빈집은 애초에는 집을 여는 것에서 시작했고 함께 산다고 생각했을 때, 그런 지향을 가진 친구들이 왔을 때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게 가능했던 거야.(연두)

(이야기가 너무 빨리 오가서 정리 못함. 사실은 나마든 유농이든 연두든 같은 걸 바라고 있었다는 게 판명됨)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최소한 나눠야 할 가치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는 것. 공유, 자치, 환대라고만 해도 괜찮다고 봐요. 이런 것들에 대한 공유가 되어있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들은 빈집을 그냥 먹고 자는 공간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남은 사람들이 점점 큰 몫을 떠맡게 되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을 것. 그래서 최소한의 윤리와 룰을 가지고 있는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나마)

(그런 룰을 명시하는 것보다 우리가 잘 살면서 그런 모습을 다른 집으로 퍼뜨리는 게 좋을 거라는 이야기)

-나마스떼가 아까 이야기한 것은 그런 가치를 명문화하자는 이야기처럼 들려서 우리가 우려했던 것.(좌인)

 

 

=새집을 구성하고 싶은 멤버들 각자의 지향을 살펴봅시다

-그렇다면 지금은 누가 이곳(새 학숙 공간)에서 살 것인가. 하는 문제. 그러니 사람을 살펴보고 인원파악을 해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좌인)

-공간에 대한 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함.(주노정)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면 됐지.(연두)

 

-그래서 새집과 사랑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온 거?

-ㅇㅇ. 관심 있는 사람들 몇 안 오긴 했지만.

 

=그래서 각자의 그림은?

-좌인: 저는 농사라든지 생태적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는 공간이라든지,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집이라면. 생태화장실에 관련한 것이라든지. 도농교류에 관한 것이라든지. 그런 것에 관련해 세미나를 할 수도 있고.

 

-비비: 저는 한 세 가지 정도 빈집에서 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채식을 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 생태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장소에서 있고 싶다. 장투비가 저렴한 곳에서 살고 싶다. 17만원대에서. 복닥거려도 좋으니.

=>1.채식을 집 단위로 가지고 가려면 요리와 살림을 잘 하는 게 필요해요. 같이 채식하기로 하고 누가 그렇게 만들어주는 거 기다리지 말고요. 2.새 집은 초기세팅으로 오히려 돈이 더 많이 들 거예요. 그러니 장투비가 낮은 것을 원한다면 새 집보다는 기존에 있는 집 중에서 찾아서 노력해야 할 것.(살구)

=>이 공간은 같이 꾸려나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만큼 자기가 하는 것이 있어야 할 것. 분담금이 낮아지는 것을 원한다면 가사노동을 그 만큼 더 분담하는 데에 대한 생각을 하고 가야한다는 것.(나마)

=>저도 처음에는 적은 장투비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다들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런데 빈집이 싸게 살자는 게 아니라 같이 잘 살자는 취지잖아요? 말하자면 장투비에서 잉여가 생기면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게 아니라 모아서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저는 지금 장투비가 꼭 적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유농)

 

-유선: 저는 같이 살고, 같이 일하고, 같이 노는 것을 집에서 같이 했으면 해요. 같이 산다는 건 단지 집뿐만이 아니라 다른 빈집과 이 동네를 포함해서까지 이야기하는 것. 빈가게에서 일하다보니 동네에 살면서 빈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이곳에 살면 그런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오기가 쉬울 것 같아요. : 이 공간이 사랑방으로 있으면 제가 사람을 끌어오고 같이 노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곳에서 무언가 같이 만들어서 프리마켓에 가지고 나간다든지. 그런 것도 해보고 싶어요.

=>돈 되면 붙을게요.ㅋㅋㅋㅋ(좌인)

 

-신비: 저는 평등한 집을 만들고 싶어요. 나이 많든 적든 자기가 뭘 하고 싶든 백수든 아니든 평등한 집을요.

=>지금 그렇잖아요?(좌인)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우리가 다행히 지금 그러고 있을 수 있다 생각해야하는 거지.(연두) 그래서 계단집은 어때요?(좌인) 그래서 신비가 불평등하다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지비)

-제가 처음에 왔을 때는 집의 토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무임승차밖에 안 된다 생각해요. 그런 게 별로였어요. 기존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알 수밖에 없으니까 그거는 좀 아니었던 것 같아요.(신비)

=>그런데 사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디든(학교에 가든 친구들의 그룹에 끼어들든) 처음에 갔을 때는 분위기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요? 눈치 보라는 말이 아니라, 당연히 모르는 분위기이니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처음부터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나?(연두)

-저는 제가 들어온지 얼마 안 돼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 느꼈어요.(신비)

=>저는 들어온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지비)

-제 성격이 말을 하고 있을 때 잘 못 끼어드는데, 그런 것에 대한 감각을 다들 가지고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평등에 대해 같이 연구한다든지.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신비)

 

=그러다 중간에 나온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면 해요.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처음 들어온 사람이라도 경험에 무관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위계를 가지게 될 수가 있으니까요.(나마)

-연두: 그래서 예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고, 뭔가 만들어보자 했었죠. 그때의 결론은 각자의 판단으로 각자의 상을 그려나가기로 했었던 거예요. 그게 빈마을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tp://house.jinbo.net/wiki/index.php/%EB%B9%88%EB%A7%88%EC%9D%84%EC%9D%84_%EC%97%AC%ED%96%89%ED%95%98%EB%8A%94_%ED%9E%88%EC%B9%98%ED%95%98%EC%9D%B4%EC%BB%A4%EB%A5%BC_%EC%9C%84%ED%95%9C_%EC%95%88%EB%82%B4%EC%84%9C)였음. 흐지부지됐지만.

-그래서 이곳이 사랑방이 되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그게 딱딱하게 우리는 무엇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떤 사람들이다 규정을 하는 것보다 우리 식으로 만들어나가면 좋을 거라 생각해.(유농)

-응응. 위험하지 않은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연두)

-규정짓는 순간 규정이 막이 된다는 것. 공유 자치 환대에 대한 기록들에 각자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좌인)

-그거 잘 되면 책 내자 우리 ㅋㅋㅋ(연두)

-그래요. 프로젝트 식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 출판하는 것을(우리밖에 안 보더라도ㅋㅋ) 목표로 한다면 좋겠어요.(지비)

-사실 빈가게에서도 가게로 찾아오는 빈집 손님에 대한 이야기도 작년에 하다가 흐지부지 됐어요. 그래서 여전히 가게에서 일하면서는 빈집 손님들에 대한 대처가 갈팡질팡해요. 손님들도 와서 많이 물어봐요. 빈집을 설명하는 텍스트가 있냐고. 그런 게 만들어지면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도 찾아오는 사람한테도 좋을 것 같아요.(유선)

-만들면 난 일단 다섯 권을 찍어서 내 친족들에게 나눠줄 거야.(연두)

 

-정민: 이 논의가 제 이야기랑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1년 동안 이 공간에 있을 예정이에요. 가게에서 주 4일 일하고, 월요일은 가게 회의를 한다고 하면, 화요일 수요일은 빈집에 오롯이 투자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해야하는 다른 일들도 정리했구요. (운동 안가는 거야? 사람들 수근거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어요. 살림집 살 때처럼 그냥 놀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방금 논의한 빈집 가이드라인 만든다면 거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어요.

=>지음도 책을 쓰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그건 어떤 맥락인가요? 말랑말랑한 건가요 위험한 건가요?(연두) 아직 정해진 거 없어요.(수줍게 웃는다)(지음)

 

-연두: 일단 일을 그만둬야겠어. 다른 재미있는 것들도 너무 많아 그런 것에 눈이 돌아가며 휘둘려왔어. 하지만 사람이 에너지가 한정이 돼 있는 거잖아. 노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하지만 이곳은 택도 없이 적은 비용으로 사는 구조가 기본적으로 있는 거잖아. 그러니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마음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지금까지 휘둘려왔던 게 있는데, 이제 일을 그만두는 걸 확실히 해야겠어.

 

=쉬는 시간을 맞아 새로 온 분 소개: 박 태용이라고 하고요. 미국에서 좀 놀다가 왔는데요. 미국의 커뮤니티에서 1년 정도 살아봤어요. 그래서 같이 사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평택에서 일을 하다 그만두고 서울에 와야하는 상황이 됐어요. 돌아왔을 때 한국의 커뮤니티에 대해 찾아봤어요. 곳곳에 많이 생기고 있죠. 만들어졌다가 흩어진 곳도 봤고요. 제가 경험했던 두 커뮤니티에서는 신입의 기한이 있었고, 신입을 가이드해주는 부서도 있었어요. 한 곳에서는 3주 동안의 시험기간 뒤 허락을 받아야하는 기간도 있었고요.

한 곳에서는 공공 식당이 있었는데, 인터넷이 없는 시절에 게시판을 만들어서 뭐든지 하고 싶은 말을 쓸 수 있었어요. 내일 같이 소풍갈 사람?이나 마리화나 키우지 마세요. 이런 거. 긴 이야기는 다른 게시판이 있어서 A4 분량으로. 다른 한 쪽에서는 매일 아침 세 시간씩 회의를 해요.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해요. 그런데 거기에서 룰이 있었어요. 폭력적인 것 안 되고, 불법적인 것 안 되고. 누구든지 어떤 주제든 제기할 수 있어요. 그것에 대해 싫어하는 사람은 나가야 돼요. 그때는 고양이를 기르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두 달 동안 했어요. 다수결이 아니고 결정될 때까지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곳도 그런 소개서나 역사나 그런 것들이 정리되어 있었어요.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밖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조금씩 불편해지는 구조가 되는 것 같아요. 그곳에서는 농사와 두부공장, 꽃집 등을 했어요. 커뮤니티가 가지를 쳐서 북카페나 빈티지 샵, 씨앗 가게, 중고 가구점을 운영하기도 하고.

오자마자 제안하는 게 재수없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을 함께 가져가면 어떨까 합니다.

 

-타케시: 이 회의는 대부분 모르겠어요.

=>앞으로 계속 여기 살고 싶어요? 살 수 있어요?(연두)

-아직 몰라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요? 저번에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유선)

-작업실 있으면 좋아요. 하지만 내 생각에는 하고 싶은 것보다 지금은 빈집 살 때 어려운 거 많이 있잖아요. 이 회의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문제 없어요. 여기에 올 수 없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사람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

=>오고 싶은데 올 수 없는 사람이요?(유선)

-오고 싶은데 올 수 없는 사람이랑 관심 없는 사람들. 빈집에 불편한 느낌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그 사람들이 같이 어떻게 잘 살까가 나는 먼저 생각할 수 있으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일동 박수)

 

-나마: 나는 빈집에 오게 된 게 인드라망이란 시민단체에 있다가 왔었는데, 그 전엔 원룸 같은 데 있다가 온 건데. 내가 빈집에서 애정을 가지는 건 그런 게 있는 것 같애. 시민단체는 열악한 상황 때문에 자기 희생이 많아서 안타까운 게 있었어. 그래서 빈집은 좋았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려는 사람들에게 비용에 대한 부담을 많이 줄여주는 환경이 되는 게. 물론 빈집에 사는 게 녹록치만은 않긴 하지.

나는 의미화가 되어야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내가 여기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힘들어도 갈 수 있는 것 같아. 나는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사실 학교에서 하는 학술적인 공부는 자기 잘난 맛이나 단지 공부가 좋아서 하는 것도 있잖아. 그 자체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 같지 않아. 그래서 이 환경이 나에게 되게 보탬이 되는 것 같고, 계속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지. 하지만 하고 싶다고 다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하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범위 내에서 도울 수 있다는 것. 그게 내가 여기 있는 동기인 것 같애.

잘 살아보자는 거지.

=>훈훈하다.

 

-지비: 저는 여기 원래 빈집 왔을 때도 그렇고, 원래 올해 목표가. 도시 생활이 맞지 않아 귀농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시골로 내려가 뭔가 찾아보는 한 해가 되고 싶었는데, 어쨌든 내가 원하는 건 나 혼자 잘 살자가 아니라 공동체를 이뤄 함께 잘 사는 게 목표고, 어떻게 보면 이곳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앞으로의 삶에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같이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을 거고. 동시에 준비하는 게 힘들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주로 빈집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내려갈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 같고요.

이 년 동안 안식년을 가져서 적어도 삼 사개월 정도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상황인데, 동시에 재정적으로 열악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생활하면서도 충분히 돈을 버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지비는 먹고 살 수 있을 거예요.(유농)

=>먹고 살리겠다는 거야?!! 프로포즈야?!(일동)

=>요즘 나한테 이곳에서 같이 살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어.(유농)

=>그래서 프로포즈를 아무한테나 남발하는 거야?(유선)

=>아무한테나 남발하지는 않았어. 지비 말고는 나마한테만...(유농)

 

-태용씨: (어떤 집에 살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저는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람이 옆에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왔어요. 그 비용이 싸든 비싸든.

 

=나머지 이야기

-이런 힘 모으는 회의 자리가 한 번 있고 나면 약발이 있는 것 같애. 이런 약발로 잘 살아가는 게 있어.(연두)

-새집과 학숙이 긴장과 이완의 싸이클로 가면 좋을 것 같아.(지비)

-서로 힘 주는 쪽으로 자세를 계속 틀어가면서 살아야되는 것 같아. 운전할 때 핸들 계속 조정하듯이. 너무 가까워서 앗차 하면 서로 미워하게 되기가 쉬우니.(연두)

-빈집에 있어서 좋은 게 있고 힘든 게 있는데, 나는 좋은 게 커서 계속 살고 거지. 하지만 계속 사는 것만을 붙잡고 살아서 지쳐왔는데, 이런 자리가 있어서 잘 살아보자는 게 공감이 되니 좋은 것 같애.(연두)

-단지 주거공간이 아니라 어우러지는 게 있기 때문에.(비비)

 

=다음 회의 테이블

-다음 회의가 16일이니 너무 멀어요. 그 전에 계속 만나야 할 것 같아요. 다음에 언제 만날까요?(유선)

=>12일 일요일에 함께. 학숙회의와 함께. 12시에 모여서 함께 점심먹고 회의해요.

-그럼 12일까지

1.개인은 자신의 거취를 좀더 분명히 하고

2.집을 좀 더 보러가기로 해요.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내용 순서를 바꾼 부분이 있습니다.)

 


정민

2014.01.06 10:10:35

쓰고 보니 유농이 자기 이야기를 안 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댓글로 달아주길 바래요!

곰자

2014.01.06 11:19:38

긴 회의록 정리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원고알바가 오늘 마감이라 참가못했었는데 감사하네요. 이번주부터 널럴하니 해방촌 곳곳과 회의때 만나요.

손님

2014.01.06 15:26:24

정민! 정리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요~~~  중간에 "이제 일을 그만 두는 걸 확실히..." 왕 폰트. ㅋㅋㅋ 센스쟁이 정민ㅋㅋ - 좌인 

지비

2014.01.06 16:33:02

우왕~늘 느끼는 거지만..
정민 당신의 능력은 대단해 ^^b
ㅎㅎ장시간의 회의 였지만
구성원들의 지향 하는바도 알 수 있었고
아주 의미 깊은 시간 이었습니다!
지금 같은 에너지를 잘 모아서..
다 같이 잘 달려 나가 봅시다! 아자!

옥상집,테아

2014.01.06 16:55:48

생생한 회의록에. 정말 감사합니다~!

디디

2014.01.06 19:26:31

정민, 회의록 진짜 잘 정리한다. 우아

유농

2014.01.06 19:52:07

정민 정말 능력자! 회의록 왕! 수고했어요!
1. 나마 말고도 프로포즈 하고 다녔어요. 한 사흘간 프로포즈 주고받고의 나날로 정신이 혼미......
2. 저는 아직 생각을 정리중입니다... 어제 말했음 좋았을 것도 있긴 한데.. 다음 회의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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