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農事) 7월의 밥상

조회 수 2073 추천 수 0 2012.07.07 05:11:33

7월

자연을 모르면서 농사를 잘하고 싶으면 걱정이 앞선다.
가물어서 걱정.비가 너무 와서 걱정. 날이 차서 걱정.
자연을 믿고 맡겨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얄팍한 지식을 
무기로 휘두르며 자꾸 나서게 된다. 하다 하다 안되면 그제
자연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야 한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자연은 자기자신이다.

1. 소서( 7/7)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난다. 김매는 일을 밥먹는 일처럼 몸에 익혀야
한다. 여름풀과 막바지 겨루기다.
소서 무렵이면 모내고 40일이 지난다. 벼는 포기 나누기를 마치고
통통하게 굵어지며 알차기에 들어간다. 사람이면 사춘기에 해당한다.
한창 영양을 빨아들이며 이삭맺을 준비를 하는 때다.
마지막으로 논에 들어가는 때이다. 김도 매주고 모포기 하나 하나 자세히
살핀다. 이때가 지나 이삭이 나온 뒤 논에 들어가면 잔뿌리가 끊기는 걸
느낄 수 있고 김매려고 몸을 숙이면 나락잎이 얼굴을 찌른다.
논은 사람 손을 벗어나 스스로 설 차비를 하고 있으니 지금이 마지막 
손질을 할때다.

오이,가지,애호박,풋고추가 주렁주렁 열린다. 여름해 기운이 영글었으니
이걸 먹으면 해 기운을 먹는 셈이다.
햇살 담뿍 받은 싱싱한 냄새. 여름열매보다 더 좋은 찬은 없다.
장마 오기전에 알곡과 장을 갈무리 해야 한다. 알곡은 볕에 자주 널어
말리고, 장들도 자주 돌아보고 그때 그때 손질해 준다.
큰비 오고 나면 온갖 병들이 나타난다. 우리 농사는 예방을 해야지
한번 병나면 손 쓸길이 없다. 그 땅힘에 맞는 곡식을 제때 심어
튼튼히 키우는 수 밖에 없다. 내가 기르는 작물은 곧 내 삶의 거울이다.
작물이 건강하면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거고 작물에 병이 나면
내 생활부터 돌아 보아야 한다.

2. 대서 (7/23)

꽃들도 한낮을 피해서 피는 대서다. 이 더운기운에 대추, 밤, 호두가
영근다. 산에는 무릇꽃이 피어나고 으름이 영글어 간다.
산길에 꺼병이(뀡새끼)가 겁없이 길가를 돌아다닌다.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하면 오리를 논에서 뺀다. 콩꽃이 핀다.
오이 소박이 담그는 철, 먹을거리가 푸짐한 때이다.
대서에 중복이 낀다. 이때 메밀을 심는다. 메밀을 말복에 한뼘
자라면 된다니 중복어름에 심는다. 가을당근, 추석 때 먹을 
김칫거리, 양파씨도 심는다. 봄에만 씨 뿌리는게 아니다.
땅이 언 겨울을 빼고는 늘 씨 뿌리고 거두는 일이 이어진다.

농사는 날마다 가꾸고 돌보는 재미를 소득으로 삼아야지 이것 심어
얼마를 거두어야지 하는 욕심으로 심으면 돌보기는 오늘 내일 미루기
십상이다. 그러면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은 뻔한이치.
사람이 자식 낳아 기르는 일과 같다. 그냥 낳아 기르는 재미.
나중에 나를 책임져 주기를 바라서야 되겠는가? 또한 내가
원하는 자식이 되기를 바라서도 안된다.

3 7월 밥상

자기 손으로 농사한 사람마이 먹을 수 있는 싱싱한 여름 기운
더위에 지쳐 입맛 없을 겨를이 없다. 햇살을 여름을 한껏 먹는다.
햇살을 듬뿍 받고 자라는 여름 푸성귀. 농약.화학비료 안치고
제철에 싱싱하게 자라는 이들은 바로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이때는 요리 할 생각 하지 말고 그냥 먹는게 좋다. 생나물 비빔밥.
밭에 가면 비름이 난리다. 참비름. 쇠비름. 그 왕성한 기운을 먹는다.
뜯어내면 그 자리에서 새순이 돋고, 비록 억세져도 독이 없어 먹어도
괜찮다. 늦봄부터 찬바람이 돌때까지 즐길 수 있다.
살짝 데쳐 무치면 감칠맛이 있다. 비름은 여름이 주신 선물이다.

A 소서 밥상

밀현미밥. 감자 지지고 볶고, 애호박 그대로 살짝쪄서 먹고,
두툼하게 썰어 호박스테이크, 논우렁이 된장국 끓이고, 방울토마토
따서 양배추 샐러드,  봄무거뒤 깍두기. 벌레 먹은 자두따서 잼.
싱싱한 푸성귀, 풋고추, 가지, 오이.

B 대서 밥상

풋콩이 알이 차니 밥에 놔 먹고, 보리밥, 올옥수수, 토마토, 열무물김치
비름나물, 호박잎, 동부잎 쪄서 먹고, 홍화씨 넣은 멸치 볶음.
복분자, 단호박 범벅, 시원한 콩국, 싱싱한 푸성귀.


산하

2012.07.07 05:22:46

이거 제가 쓴게 아닙니다...^^ 

손님

2012.07.07 18:23:22

제가 늘 곁에 두고 수시로 꺼내 읽으며 배우는 자연달력제철밥상이군요. 시골살면서 많이 따라배우려고 애쓰는데 제철밥상따라잡기가 쉽지 않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20210225 빈집 게시판&공통장&폰 정리 회의 [1] 사씨 2021-02-26 12957
공지 '2014 겨울 사건의 가해자 A'의 게시글에 대한 빈마을 사람들의 입장 [19] 정민 2016-05-19 154610
1300 안녕하세요. 놀이여요. [1] 손님 2011-10-12 2882
1299 배움터 길 진로특강 요청이요. [2] 지음 2011-05-21 2882
1298 안녕하세요 소정素淨이에요. [3] 素淨 2010-02-18 2878
1297 하고 싶은 것이 하나... [10] 디온 2011-05-06 2877
1296 [빈집생일잔치]함께 준비할 분들(기획사전준비)을 모집합니다. [2] 손님 2014-02-04 2875
1295 해방화폐 어디까지 써봤니? file 곰자 2014-11-19 2874
1294 2018년 2월 12일 빈마을 소집회의 @해방촌이야기 동녘 2018-02-13 2873
1293 빈집 홈피 QR코드 file [5] KenZzang 2011-11-03 2872
1292 무작정 가면 되나요? 아님 예약이 필요한지.. [1] dust 2013-10-23 2870
1291 농한기 유랑풍물패 전수투어 본격 시동~ [2] 손님 2011-10-18 2869
1290 빈집은 에어비앤비 안해요? [1] 손님 2014-09-28 2868
1289 8월 15일 빈가게 쉽니다! file 손님 2011-08-14 2867
1288 빈마을 반反성폭력 교육 2회차 " 성폭력 사건을 말한다는 것- 공동체 안의 사건화" file [1] 손님 2016-06-24 2863
1287 새집 구하기 file 손님 2016-02-19 2862
1286 안녕하세요 단기투숙 가능할까요?? [3] 진호 2011-06-27 2861
1285 빈집 공동체통장에 있는 돈에 대한 의견. [2] 우더 2018-11-28 2858
1284 팔당 갈 사람~! [3] 지음 2010-05-18 2858
1283 문화예술교육거점 조성사업 제안이 들어왔어요. [1] 지음 2012-07-19 2857
1282 반가워요 빈집! 장투 문의드립니다!! [15] 흐힛 2016-12-06 2856
1281 [새책] 과학의 새로운 정치사회학을 향하여 (스콧 프리켈 외 엮음, 김동광, 김명진, 김병윤 옮김) 손님 2013-12-05 2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