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mt.co.kr/mtview.php?no=2014030606480142894


읽을만한 거리인거 같아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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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최대 온라인 신발쇼핑몰 자포스(Zappos) 창업자 토니 셰이(Tony Hsieh·41). 그는 직원이 늘면서 새사옥이 필요했다. 미국에서 좋다는 본사는 다 돌아봤다. 책상 언저리를 떠나지 않고도 일하고 먹고 운동하고 심지어 빨래까지 해주는 구글 캠퍼스도 근사했고, 디즈니랜드 상점거리처럼 무료 아이스크림가게, 햄버거가게 예쁘게 늘어선 페이스북 캠퍼스도 멋졌다. 하지만 그에게는 섬처럼 느껴졌다. 그 너머의 삶에는 관심 없고 세상과는 별개일 것 같은 곳. 

오히려 그를 사로잡은 곳은 뉴욕대학(NYU) 캠퍼스였다. 맨해튼의 빌딩 몇 개가 캠퍼스의 전부이지만, 빌딩을 걸어 나오면 카페와 부티크, 갤러리가 줄지어 있다. 코너를 돌 때마다 각양각색 예술이 툭툭 튀어나온다. 캠퍼스는 보헤미안 문화가 숨 쉬는 동네, 그리니치빌리지에 속한 일부였다. 

그는 NYU캠퍼스처럼, 도시 같은 일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문제의식은 더 발전했다. 아예 도시를 창업하기로. 그는 문 닫은 카지-노모텔이 즐비한, 불모의 땅 라스베가스 구 도심을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의 회사가 30분 떨어진 곳에 10년째 터 잡고 살고 있기 때문. 회사를 이곳으로 옮기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면 된다. 

그는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놓았다. 타이완 이민자 아들로 태어난 그는 2009년 자포스를 아마존에 12억달러(1조3500억원)에 팔았고, 이후로도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더 마주치고, 걷다가도 더 붙잡고 이야기할 수 있게 바와 카페, 레스토랑을 공들여 만들었다. 마주치고(Collisions), 서로 배우고(Co-learning), 연결되면(Connectedness) 혁신이라는 기적은 저절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테크놀로지 창업가들을 부르고, 동시에 뮤지션, 예술가들도 불러 모았다. 매직은 창업가들과 예술가들이 한데 섞여 있을 때 나온다고 믿었다. 여기에다 학교와 병원까지. 

그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짓는데 들어갔다는 4800억원보다 적은 돈으로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다. 2억달러(2200억원)는 땅과 건물 매입에, 5000만달러(560억원)는 레스토랑 같은 스몰비즈니스에, 또 5000만달러는 교육과 문화에, 나머지 5000만달러는 스타트업 투자에. 그것도 마음 먹은 지 2년 만에 미국기자들이 며칠씩 묵으며 르포기사를 쓸 정도로. 

그는 허물지도, 벽을 두르지도, 유명한 건축가를 부르지도 않았다. 무슨 IT밸리를 만들겠다고 우람하게 올려놓고 분양하지도 않았다. 어떤 곳은 그냥 카지-노모텔 간판도 그대로 둔 채, 또 어떤 곳은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었다. 중요한 건 겉이 아니라 안이고,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섬이 아니라 도시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온종일 걷고, 들어가 보고, 들어보았지만 하나 희한했던 게 있다. 그 흔한 맥도날드, 스타벅스가 없다는 것. 이런 빅체인은 이 도시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킴 쉐이퍼는 "다운타운의 비즈니스는 모두 스몰비즈니스이다. 주인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이랬다. 

"작은 공간 하나라도 창의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찾아오는 사람과 정서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받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에 줄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러면 주인이 운영해야 한다. 누가 내 커피를 만드는지, 누가 내 샌드위치를 요리하는지, 어떤 주인이 고른 옷인지 모른다면, 그건 그냥 가게일 뿐이다. 또 이렇게 해야 다운타운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경제도 살아난다." 


(중략)


작년말 자포스가 본사를 이곳 옛 시청건물로 옮겼을 때, 토니 셰이는 주차빌딩과 본사건물을 연결하는 고가통로를 폐쇄했다. 땅에 발을 딛고 곧바로 동네로 들어가 부딪힘을 즐기라는 것. 구글 캠퍼스와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중략)


'실리콘밸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기자가 내뱉고도 공허하게 들리는 순간이다. "물론 테크 스타트업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랩탑 하나로 20명, 30명씩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도시를 빠르게 스케일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실리콘밸리를 만들 생각이 없다. 이미 존재하는 어떤 것을 만들 생각이 없다." 


(이하 생략)


연두

2014.03.14 03:43:30

재밌다. 일본 아망토도 이런 느낌 마을일까나... 우리도 오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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