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로그

조회 수 3740 추천 수 0 2019.10.08 03:03:42

10월이다. 곧 빈집에 투숙을 한지 일년이 다 되어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빈집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날 환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들 서툴고 바빠보였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서툴고 바쁜지 신경써주지 못했던 것 같다

뭐라 하지,

다들 파이퍼를 궁금해 하는 게 아니라

파이퍼라는 사람이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었고

공동체는 000한 공간이니 여기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행동으로, 말로 내게 전달하는 곳-이게 빈집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땐 몇 사람을 싫어하기도 했다

나에게 주거공동체가 어떻고 저떻고-를 알리기 전에

'나'를 궁금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래서 몇주 안 가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못 버티고 얼마 후면 나가게 될 거라고 은연 중에 확신했다

그만큼 이 공간에 섞이지 못했다


그랬는데 어쩌다 일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어찌저찌 적응하고 (정착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확실히 적응은 되었다)

처음에 서운했던 감정도 지내며 얘기하다보니 그럭저럭 희석됐다

새 빈집과 다른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궁리하느라 바쁘고 심지어 때로는 즐겁다

내가 환대를 덜 받았고 더 받았고를 따지는 건 이제 멈추었다

내가 처음 원했던 것처럼, '사람'에 집중하고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궁금해하려 노력한다


유약한 날 받아준 빈집과 더 함께 하고 싶어졌고

빈집이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뿐이다


이 글을 왜 적기 시작했지,

그냥 일기에 혼자 쓰기엔 나누고 싶고 메신저로 가볍게 전달하긴 싫어서

게시판에 주저리.


ㅇㅇ

2019.10.16 04:58:25

파이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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