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의 사랑에 대한 넋두리.

조회 수 4076 추천 수 0 2011.02.19 22:00:00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느날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주변의 반대와 부모의 질타, 사회의 일반적인 판단기준마저도 여자는 뿌리치고서
그 남자가 정말 '내 사람'이라는 확신만 가지고서
그 남자가 살고있던 빈마을, 빈집에 살게되었습니다.

.

.

어느날 여자는 남자와 작은 말다툼을 시작으로 크게 싸우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아주 작은 불씨였습니다.
연인뿐 아니라 사람사이에 늘상 말썽인 '기대'라는 녀석이 피운 불씨.
그것이 남자의 분노에 불을 붙였고, 여자가 그간 덮어둔 상처들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간밤에 둘을 태운 불은 사그러들었지만 까맣게 타버린 두사람 그리고 두사람이 살던 집에도 불똥이 튀어

이미 전과같은 모습은 잃어버린 후였습니다.


여자는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남자의 분노 앞에 미련스레 맞선 탓에 고스란히 받은 상처가 아파서 울었고,
자신들때문에 불똥이 튀어버린 집과 사람들의 상처또한 아파서 울었습니다.

어떻게든 수습하고싶어서, 하루이틀새 남남보다도 못하게된 남자를 붙잡고 무엇이든 하려했으나

남자는 여자의 성급함을 탓하고 사라졌습니다.
여자는 또다시 절망에 빠진채 다음날 아침 간밤에 남자가 남긴 글을 보게되었습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화조차 나지않고 멍했습니다.

그 전날, 그녀에게 무엇보다 이세상 살면서 평생을 통틀어 가장 사랑했던 남자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서

그녀의 사랑을 부정한 것도 모자라서...
그 남자가 내 사람이라 생각해서, 소중한 사람이기에 했던 잔소리나 걱정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다른것도 아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않는 증거로 적어놓은 것을 보고서 할말을 잃었습니다. 

 

한때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들어하던 그를 보며 옆에서 도와줄수 없어서 그저 속상해하던 여자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가 '내가 이러저러해서 없는돈 털어서 멀리까지가서 누구를 도와주고 왔다'고 하기에,

그쪽에서 사례하는 것도 마다했다고 하기에.
그래요, 여자는 그게 속상했습니다. 왜 속상했을까요...
남자가 남을 돕는 일이 싫어서? 훌륭한 일을 하는 게 싫어서? 돈 안되는 일이나 하고다녀서?

 

- 고작 돈받고 한거야? 그사람이 내게 던진말... 그사람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그사람에게 그저 반편이 일뿐...  부끄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사랑한다고 모든것을 이해하고 들어주는 그런것은 없는건가...

 

...남자에게는 그 여자가 그렇게만 보였던지요.

.......고작 그거 돈받거 한거야? 라는 말 한마디로 남자는 이 모든것을 이야기하네요.

이미 계절이 두번 세번 바뀌기도 전의 이야기지만, 그래서 여자는 어리둥절했지만,
남자는 그때도 말없이 여자를 오해한채,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말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그렇게 마음속으로

원망하면서 비난하면서 받은 상처위에 또 상처를 내가며..
정말 많이 아팠을텐데,

말없이...
그렇게 남자는
이 모든 것을
여자에게 이렇게 알게하네요.

 

여자는 이미 자신의 마음을 너무나 몰라주는 남자에게 문자나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화를 내거나 울고 매달리고,

오해를 풀때까지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참 미련스럽게도!

갖은 방법으로 호소했더랍니다.
어찌나 미련했던지.

돌아오는 것은 늘 한결같이, 남자의 분노였는데도.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다그치고 몰아부치는 것으로만 생각해 더더욱 도망치고 숨으려했지만
그것을 견딜 수 없어 자신을 쫓아오는 여자가 마치 귀신처럼 도깨비처럼 보였을테니까요.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모든 것이, 이렇게 쓰는 글 마저도 결국은 모두 제 탓인 것만 같아서.

 

미안합니다.
날 좀 내버려두라고 했던 당신을 내버려두지 않아서 미안합니다.

그러고싶었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 어머니도 아니고 큰 누나도 아니고 단지 한 남자를 사랑하게된,  외롭고 평범한 여자일 뿐 이라서.
당신이라는 사람을 아주 조금 깊이 알때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렇게 서로를 향했던 가시들이 남긴 상처들이

더는 이어붙일 수 없을만큼 너덜너덜해져서.
이제는 당신을 끌어안고 싶어도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나는 감히, 당신의 상처를, 외로움을, 진심을, 알것 같다고 정말 감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용하고 따뜻하게 당신을 감싸줄만한 그릇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눈물흘리며 후회했습니다.

 

당신과 짧게나마 이야기했던 어제도 나는 후회하고 참 많이 미안했습니다.
대답대신 내 손을 잡아준 것이 당신의 진심이고 당신의 사랑이라고 나는 믿고있습니다.
내 사랑을 의심하지 않듯이, 당신의 사랑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한 여자는

눈물에 앞이 흐려져서, 어쩌면 재가 눈에 들어가서,
당신이 내게 보라고 쓴 글때문에,
당신이 보여준 행동과 다른 말 때문에,

지금 그 여자에게 당신은 조금 멀게 느껴집니다.
그것만으로도 여자는 세상의 반이 무너진것만 같네요.


이 글에서조차 당신은 그 여자의 진심보다는 당신에게 향한 비난의 화살을 찾아낼까요.
얇은 종이도, 티끌같은 모래도, 무색무취의 공기마저도 때로는 칼이되고 독이되는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부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아프게한다해도
그 사랑이 틀렸다, 애초부터 사랑이 아니라 칼이었다 독이었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눈물이 아닌 피눈물이 흘러도 이보다는 덜 아플 것 같습니다.

 

 


우마

2011.02.19 22:10:02

감정의 차이가 서로에 대한 기대가 대응방식의 차이가...
글로 전달하는게 더 나을때도 있어 보여요. 
이 사람은 이런 마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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