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는 잘 자라고 있어여~

조회 수 2123 추천 수 0 2010.10.05 03:58:09

추석 전 주

추석 전 주에 갔을 때는 이랑 위에 퇴비를 주고, 호미로 '대~충' 긁으면서 잡초들까지 처리해주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충'이 얼마나 어렵던지. '길벗' 농활대 친구들까지 달라붙어 함께 했는데도 하루에 다 못 끝내고 날을 넘기고 말았죠.


배추밭배추밭배추밭


배추밭은 어찌나 길던지. 그래도 중간중간 공급되는 막걸리에 힘입어 해질녘까지 열심히 일을 했었드랬죠. 김문수와 경기도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지금 발암물질을 다루고 있는 셈입니다. 저녁햇살에 생명의 빛깔을 드러내는 저 발암물질들 너무 알흠답지 않나요?


저녁참

비록 밭일은 다 끝내지 못했지만, 참시간은 거를 수 없죠. 스승님께서 참을 준비해놓고 일꾼들을 불렀습니다. 아직 일을 다 못 끝냈다고 버티어도 보지만, 못 이기는 척 만찬장으로 나아갑니다.


"그래, 오늘 일은 다 끝냈는가?"

"요령이 부족하여 아직 다 끝내지 못하였사옵니다."

"내일 마저하도록 하고, 오늘은 이만 와서 앉거라~"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토요일밤을 보내고, 일요일에는 나머지 일을 합니다. 배추밭도 배추밭이지만, 미사장 옆에 새로이 무와 갓을 심을 밭을 만들었습니다. 쪽파도 있는만큼 가져와서 심습니다. 가지러히 정리된 밭에 씨는 흩뿌려지고, 쪽파는 하나씩 구멍을 내어 심습니다. 씨를 흩뿌린 밭에는 거죽으로 한 번 끌고 지나가니 씨앗들이 흙 속으로 숨어 들었습니다.


무밭쪽파씨뿌리기

 

추석 다음 주

추석연휴 한 주 쉬고 지난주에 다시 팔당을 찾았습니다. 추석 때 큰 비가 내렸는데, 배추들은 잘 있을까. 새롭게 심은 녀석들은 떠내려가지 않고 뿌리를 내렸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굳은 날씨를 뚫고 도착한 두물머리, 배추들이 무럭 자라 우리를 환영해줍니다.


배추밭와, 지난번까지는 애기배추였는데, 2주만에 어른배추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상하지도 않고, 예쁘게 자라주었네요. 나비들도 함께 살고 있는지, 중간중간에는 구멍난 배추들도 있습니다.


요즘은 배추값이 비싸서 난리가 난리도 아닙니다. 정부는 별 대책도 없이, '4대강' 세글자에만 알레르기 반응을 하며, 논란진화에만 열성인 모양입니다. 4대강 둔치에 채소경작농지는 1.4%에 불과하다고 자료를 내놓습니다. 늘 그렇듯이 별로 믿는 사람은 없는 모양입니다.


별거 아니라는 그 '1.4%'의 채소밭 바로 여기 있습니다. 4대강 공사가 계속되면, 이제 마지막이될 배추들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들에게는 '불과'하다는 그 '1.4%'의 삶들도, 여기 아직 살고 있습니다.


배추밭을 보고 마음이 부자가 되어, 후딱 점심 챙겨먹고 다시 배추밭에 나섰습니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추석 큰 비 이후 비가 안와서 땅이 가물고 있었는데, 그 갈라짐들을 적셔주는 반가운 비입니다. 비를 맞으며, '유박'이라는 퇴비를 고랑마다 뿌려주었습니다. 깻묵을 삭힌 퇴비라고 하네요. 이름도 인상적이고, 냄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유박을 다 뿌리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쟁이질은 하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유박유박비


가랑비를 맞으며 유박을 뿌렸고, 비 개고 나서 유박이 잘 스며들도록 쟁이질을 해주었고, 쟁이질을 다 하고 나니까 다시 비가 옵니다. 가물었던 땅도 촉촉해지고, 배추도 숨통이 트였습니다. 물과 함께 영양분을 쭉쭉 빨아드리겠지요. 이토록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두물머리 배추농사는 하늘이 돕는 모양입니다.


알타리무뒷풀이콩국수


건녀편 무밭과 갓밭에도 새싹들이 돋아났습니다. 아직 많이 올라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흩뿌려놓은 씨앗들이라 다음주에는 조금씩 솎아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알타리무는 솎아서 김치거리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추값이 올라서 김치가 궁한 전국의 가난뱅이들이여, 이번주에 두물머리로 함께 갑시다. 토요일 추수축제에서 신나게 놀면서 '나는 반대한다' 소책자를 널리 알리고, 일요일에는 '알타리무 솎아 김치거리 나누기'를 하는 주말을 보냅시다.



손님

2010.10.05 03:58:44

김치거리가 필요하다면, 다음주 일요일 알타리를 솎아서 김치를 만들 수 있으니 참고. moya

손님

2010.10.05 06:33:08

후기가 사진도 생생하고 너무 멋집니다!! -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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