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회 수 2843 추천 수 0 2016.09.06 11:16:10

우리는 한밤중, 빈마을을 살펴보는 빈마을 도적단이다.

우리의 목표는 밤의 빈마을에 안부를 묻는 것.

그러나 도적단이란 이름을 달았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훔쳐야한다.


어젯밤, 우리는 정민과 웅기의 집에서 쥬스 한모금을 훔쳤다.

어젯밤, 우리는 윤우와 서원의 집에서 무언가를 점령했다.

어젯밤, 우리는 우정국에서 주말을 훔쳤다. (대신 월요일을 가져다놓았다)

어젯밤, 우리는 주력발전소에서 주력을 훔쳤다.

어젯밤, 우리는 사랑채에서 멍니러니의 사랑을 훔쳤다. 

구름집에는 귀찮아서 가지 않았다.


우리는 (아마도) 계속 빈마을을 돌아다닐 것이다.

살금살금 집 문을 열고 들어가 한밤, 모두가 자고 있는 그 시간에 빈집은 어떤 모양새를 하는지 관찰할 것이다.

식탁 위에 맛있는 게 놓여져 있으면 한 입 먹고, 아무도 쓰지 않는 거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불을 대신 꺼주기도 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종종 빈마을을 돌아다니며 빈마을의 밤에 안부를 물을 것이다.


다음 번에 훔칠 것은 빈마을의 불안이다.

우리의 쪽지를 불안의 마음으로 읽지 않고, 기대의 마음으로 보게끔 하는 것이 다음 목표.

이번엔 무엇을 훔쳐갈지, 대신 무엇을 가져다둘지

심심한 밤을 우리를 생각하며 보낼 수 있도록 하라.

(불안하셨던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다음엔 더 유쾌한 메세지로 찾아뵙겠습니다)


IMG_20160906_015626.jpg


손님

2016.09.06 18:03:57

재미있네요ㅎ

나마쓰떼

2016.09.06 20:08:15

첫 번째 메세지를 읽고 불안해하는 단투 분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지 못한 당혹감이 도적단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네요. 취지는 대강 짐작하고 있었지만, 첫 번째 메세지가 좀 더 유쾌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아무튼, 도적단 활동하시는 분들 큰 마음 내어주어 고맙고, 태클 걸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 유쾌한 활동들이 계속 이어지길 응원할게요~!

손님

2016.09.06 22:24:04

고 고 고 고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20210225 빈집 게시판&공통장&폰 정리 회의 [1] 사씨 2021-02-26 12951
공지 '2014 겨울 사건의 가해자 A'의 게시글에 대한 빈마을 사람들의 입장 [19] 정민 2016-05-19 154608
1920 [무료문화공연] 짙은+ 안녕바다 공연 , 피자매연대 워크샵 외 file 사이 2011-07-08 4501
1919 단투로 시작합니다. [2] 아카 2010-01-17 4498
1918 일본에서 오는 활동가들 빈집 머물기 신청합니다 [3] 손님 2010-03-06 4494
1917 서울 노리미트에 대한 문제 제기 [1] 램' 2017-08-04 4473
1916 트위터 하는분? 지각생 2009-12-10 4472
1915 내일 오후 2시! 빈마을 여름나기 김치담그기파티(?) 우더 2018-08-03 4470
1914 단투 문의합니다 [3] 이슬 2017-11-10 4464
1913 농사(農事) -10월의 밥상- 산하 2012-10-09 4463
1912 제17기 청년 인권학교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최민영 2018-07-12 4446
1911 7월23일 빈가게 수줍은 공연 <단편선+뭌만수> file [3] 사이 2011-07-19 4439
1910 27일 사진... 찍어도 될까요? [1] 사람 2009-12-23 4437
1909 서울 올라가는 일정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3] 유생 2017-03-17 4436
1908 죄송해요 다시 단투 문의드려요~ [2] 까망별 2017-03-11 4426
1907 재밌는 행사들 몇가지 - 커뮤니티디자인, 워커즈콜렉티브, 문화사회포럼 지음 2012-08-17 4426
1906 폰으로 게시판볼려니까요ㅡ 손님 2011-09-03 4422
1905 월간빈집 [노는사람] 창간호 나왔습니다. [4] 유농 2014-06-12 4419
1904 인권연대와 함께 할 상근활동가를 모집합니다. 인권연대 2018-08-13 4407
1903 수유+너머 서경재(구 낙산재) 이야기 [12] 지음 2010-10-25 4406
1902 빈집에서 요가수업 손님 2013-06-10 4400
1901 추석선물, 강정마을산 생필품은 어떠한가? file 지선 2011-09-01 4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