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이 되겠지만 장투를 좀 쉬려니까

다시 좀 자극이 되면서 그간 미뤘던 것들을 어떻게든 해보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가장 관심가고 마음이 쓰이는 부분, 집사 활동에 대해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써보겠습니다.

계속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이어가도 좋겠죠) 첫번째 주제는 "집사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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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회의가 이뤄지기 위해 집사들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하게 됩니다.

* 안건 발견/만들기

* 회의 제안/소집

* 회의 준비

* 회의 진행

* 회의 결과 정리

* 후속조치 / 다음 회의 준비


1. 안건 잡기

 * 집사회의가 잘 열리기 위해서는 "논의할 의욕이 나는 안건"을 뽑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논의할 만한 안건이 없다"는 이유로 회의가 잘 열리지 않습니다. 


 * 안건이 된다는 것의 의미 : 빈마을과 관련한 모든 일은 집사회의/마을회의의 "안건"으로 상정될때 비로소 "마을의 일"이 됩니다. 회의를 거치지 않고 진행되는 일도 있지만 이후 잘 안됐을때 책임/고통 분담의 문제, 향후 발전시키는 문제를 고려하면 작은 일이라도 집사회의의 안건으로 삼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 어떤 것이 안건이 될 수 있나

   - 개인의 신상 변화, 사건들 : 마을 차원에서 알거나 뭔가 행동을 함께 해야 할 필요가 있을때.

   - 마을의 변화 / 사건들 : 빈가게, 빈고, 여러 집들의 변화, 사건들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대처해야 할때

   - 빈마을의 비전, 앞으로를 준비하는 일들 (구체적 기획, 실험 등)

   - 일정 공유

   - 사회 이슈, 주변 여건 변화 : 각 집 내부, 마을 내부 만이 아니라 외부의 일도 마을과 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파급력이 있거나 의미가 있는 일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할 지 의논해 볼 수 있습니다.

   - 철학, 가치 : 이런 얘기가 공허하거나 힘들다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우리는 이런 얘기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을을 엮어주는 바탕으로, 비전을 구상하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발견하기 위해 등등

   - (구체적) 현실 비판 및 개선 방안 : 지금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문제점들에 대해 가끔은 각을 세워 비판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한 달에 한개의 혁신 과제, (투숙객) 1인 1제안 식으로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 안건을 잡는게 어렵다면?

   - 안건을 잡는 것은 훈련과 경험이 쌓이면 사실 쉽게 훑어내고, 기계적으로 양산할 수 있지만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이런 경우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안건"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걸 논의하며 집사회의를 꾸준히 열어가 봅시다.

     안건 잡기 힘들때 언제나 떠올릴 수 있는 기본 안건 소스 :
1. 빈마을잔치 준비 : 한 달에 한번 하는 빈마을잔치는 집사회의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의 이유. 미리 미리 준비해도 됩니다.
2. 집들에 대해 : 집별 소식을 나누고 평소 술자리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전해지지 않는 소식들을 전달합시다.
3. 손님들에 대해 : 누구의 신상 변화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마을에서 지원 혹은 관여할 만한 것을 찾습니다.
4. 팀/활동에 대해 : 지금 진행중이거나, 휴식중인 팀/활동은 언제나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에너지를 모아볼 만한 것들입니다.
5. 집사에 대해 : 집사의 평소 활동과 생각, 좋은 소통 방법, 회의 체계 변경 등에 대해서도 항상 얘기할 수 있습니다.
6. 안팎의 행사에 대해 : 최대 한달에 두번 할 수 있는 닷닷닷, 빈집 돌잔치, 빈가게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것들, 장투가 관련한 단체/조직에서 하는 행사 등 찾아보면 많습니다.


 * 빈마을을 거쳐가는 투숙객 한명 한명은 모두 풍부한 안건의 소스입니다. 안건이 발견/제안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빈마을의 소통, 활력이 저하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어봅시다"



2. 회의 제안 / 소집

 회의는 누구나 제안하고 소집할 수 있으며 다른 누군가가 특별히 제안하지 않으면 집사들이 제안해서 꾸려가게 됩니다.

 * 회의는 정기적으로 : 안정적으로 마을의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참여 여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모여서 회의를 여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가 언제 열린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늘 기억하고 살지는 않습니다.


 * 다음 회의 소집자/리마인더의 역할을 정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소집자는 회의 날짜를 변경해야 할때 꼭 참여해야 할 사람들(집사들)의 일정을 확인해서 적절한 날을 제안하고 다시 확인 받는 역할을 합니다. 변경되지 않았다면 회의 하루 전쯤에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작업을 통해 참여율을 높이고, 회의 때 밀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안건을 생각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예고되지 않은 새로운 안건이 있는지도 미리 파악해서 회의 소집(알림)시 공유한다면 참여자들이 미리 생각해서 오는데 도움이 됩니다. 일정을 잡기 위해 사람들과 연락할 때 새로운 안건도 있는지 확인합시다.


 * 모든 사람의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때에는 소집자가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줍니다. 실제로 당일에 상황이 바뀌어 참석할 수도 있으므로 일단 최소한의 멤버가 모일 수 있는 날이 있으면 먼저 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 참여할 사람이 거의 정해져 있어도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 무엇을 논의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홈페이지 등 여러 사람이 알 수 있는 곳에 공지하여 투명성과 참여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합니다.

 

 * 회의의 주기는 너무 멀지 않게 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한 번 못 나오게 되면 다음 회의에서 거리감, 소외감, 죄책감 등을 느끼고 소극적이 될 수 있습니다.



3. 회의 준비

 회의의 실질적 성공은 준비 과정에 달려 있습니다. 준비 과정이 충실할수록 본 논의 과정의 부담이 줄어들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공개적인/활발한 준비 과정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참여/지원을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습니다. 회의 준비는 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하게 됩니다. (꼭 다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 했을때의 효과는 확실합니다)


 - 안건 연구 / 사전 조사

 - 자료 준비

 - 현장 셋팅

 -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


 * 안건 연구 / 사전 조사

  회의의 목적은 결국 모두가 만족할/받아들일 수 있는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 판단을 내리기 위한 근거가 되는 사실 관계나 수치 등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쉽고 효과적인 회의를 위한 필수 작업입니다. 마을잔치에서 모든 것을 의논할때 시간이 길어지고 다들 힘들어한 경우 중 대부분은 이런 사전 작업이 부족한 것이 이유가 됐습니다. 

  데이터가 그 자체로 판단을 자동으로 내리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데이터는 논의의 범위를 설정해주고 많은 시행착오를 사전에 줄여줄 수 있습니다.

  회의때 즉석에서 제안되는 안건들이 언제나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판단/결정을 내리기 위한 기초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더 붙들고 있지 않고 다음 회의의 안건으로 재상정하며 보류하는 편이 좋습니다.


 강조 : 짧은 회의를 원한다면, 사전 연구 및 조사를 꼭 수행합시다. (집사회의가 제안된 주 배경 중 하나가 마을잔치의 사전 연구 및 조사 작업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 자료 준비

  사람은 말로만 소통할 때 보다 글, 그림, 영상 등 여러 보조재를 적절히 활용할 때 훨씬 더 풍부하고 정확한 메시지를 다양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논의될 안건에 대한 사전 조사 결과는 자료로 만들어서 다함께 확인하며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합시다.


 어떤 안건들이 논의되어야 하는지만 나열한 자료도, 회의 진행에 도움을 줍니다. 참여한 사람들이 그날 회의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갖고 있으면 매 안건에 대해 적절한 수위의 에너지를 분배할 수 있습니다. 회의 후반에 지치거나 특정 주제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등의 일이 생기는 주변 원인 중 하나는 사실 "그날 회의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음"이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안건지를 만들어서 회의의 입체적 그림과 다양한 정보를 회의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리듬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합시다. 참여도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회의 자료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기억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발상에 기여할 수도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회의 자료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까?
1. 지난 회의 결과 : 상세한 회의록보다는 대강의 논의와 결과를 정리한 "의사록" 형태면 충분
2. 주요 사건/일정들 : 그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사실"들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회의 중에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 자료로 대체
3. 이번 회의에 제기된 안건 목록 : 다른 건 없어도 이건 있어야. 논의 순서는 회의 시작하며 변경/확정하므로 나열 순서에 너무 골몰할 필요는 없음.
4. 어려운 주제에 대한 사전 조사 자료 :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변수들이 어떻게 변할지 등을 미리,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보면 회의에선 의외로 쉽게 결정할 수도 있다.
5. 알기 쉽게 정리한 빈마을의 현황 : 안건과 직결되진 않아도 여러 집들, 가게, 빈고, 팀들의 활동에 대한 대략의 이해를 갖고 있으면 개별 안건에 대해 입체적인,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


 * 현장 셋팅

 회의가 열리는 그 현장을 잘 구성함으로써, 참여한 사람들이 좀 더 내용에 집중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차폐를 통한 육체적, 정신적으로 편안한 환경, 기분 전환을 위한 다과, 회의 진행을 돕는 적절한 보조재 (액셀 자료를 보여주는 빔 프로젝터, 칠판이 있는 방을 상상해보세요) 등은 생각 이상의 효과를 줍니다.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현장을 다른 분위기로 셋팅할 수도 있습니다.


 *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

 회의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과정이고 여러가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순간들입니다. 또한 어려운 주제, 장시간 회의는 피로와 불쾌한 감정으로 사람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되곤 합니다. 이럴때 적절한 장치를 통해 기분을 전환하고, 사람들 개인과 관계 속에 쌓인 피로를 풀 수 있게 하면 회의의 성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즐거운 화제꺼리를 너무 지나치지 않게 풀어낸다던지,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을 때는 적절한 icebreaking까지.



4. 회의 진행

회의 성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작성중인데 배가 너무 고픕니다. 뭘 먹으면 이번엔 졸음이 오겠지.. 어찌할 것인가. 2부로 넘길 것인가.. -_- => 역시 2부에서 이어 쓰지요. 이 진행부분을 쓰려면 작두를 좀 타야할 듯 해서. 대신 "회의 준비"부분을 보강하고 마무리)



우마

2011.09.28 05:44:31

jigag-1.jpg

 

다시 불 붙은 지각생의 논문. ^^

요새 바빠서 웹에서는 보기 힘들었는데. (집에도 자주 늦거나 못오지만...)

첨부

지각생

2011.09.29 11:29:22

지각생이 나오는 이 만화는 무엇? +_+

지음

2011.09.29 09:20:25

집사회의 뿐 아니라 일반적인 회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되겠네... 수고. ㅎㅎ

지각생

2011.09.29 11:28:37

괜히 2부 나눈 듯. 이제 못 쓰겠어 ㅠ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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