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1편을 봐주시고요.. ( http://binzib.net/xe/?document_srl=51245 )

이 기획은 어디까지나 얘기를 풍성하게 해서, 이전보다 한 발 나아간 다채로운 논의가 이뤄지는 자극제로서의 역할만 하면 만족합니다. 현실과 안 맞는 부분이 많고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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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 빼먹은 전제 : 

* 빈집을 둘러싼 여러 여건들은 일단 변화 없음 : 재정 부담의 지속적 상승, 집 계약이 파기된다던지 하는 외부 요소 무시

* 한 집의 내부만 고려. 다른 여러 집들, 빈가게와의 관계는 일단 생각 안함

* 빈집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3요소(재정, 노동, 소통)만 갖춰지면 투숙객들이 계속 빈집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한다고 가정

* 투숙객들의 소통은 (힘들긴 하지만) 기본적 수준에서는 결국 이뤄진다고 가정 


(이어서)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집단생활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부문(C)의 비중이 점차 늘어난다. 이 부문이 공동생활/협력으로 인한 재생산 노동 감소 효과(A부문)를 상쇄하고 넘어설때, 노동 부문의 경제적 이로움은 사라지고 더 이상의 거주인(장기투숙객)의 구성 변화를 억제하려는 경향(부정적 안정화)이 나타난다. 부정적 안정화 상태를 벗어나고 긍정적 안정화 상태로 이행(회복)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것을 해볼 수 있다.


1) A 노동부문의 협력을 강화/최적화하여 총 필요노동의 개인 부담을 눈에 띄게 감소시킨다.

2) C 노동부문을 혁신해서 개인 부담이 늘어나는 정도를 완화한다.

(부정적 안정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3) 새 집을 구해 한 집당 거주인원을 낮춘다 

(다른 집의 존재를 고려할 경우) 4) 재배치를 통해 구성원을 변화해서 노동 효율을 높인다.



1. A 노동부문 최적화


이상적인 상황에서, 거주인(장기투숙객)이 늘어날 경우, A 노동부문의 개인적 부담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투숙객들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서로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으며, 성공적으로 협동노동을 설계할 수 있고, 특정 노동에 대한 개인들의 노동적응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을때, 각자 하던 노동의 반복,중복을 줄이고 큰 작업을 작은 단위로 나눠 동시에 여럿이 수행하는 등 A 노동부문에 대한 개인적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이 많아질수록 청소구역을 세분화해서 효율적으로 청소하고, 음식을 한번에 많이 만들어서 여럿이 먹을 수 있다. 당번을 정할 경우, 매일 몇번씩 반복적으로 해야할 일을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만 수행하게 할 수 있다.

빈론6.png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이상적인 상황과 거리가 있는데, 서로 소통이 잘 안되거나, 특정 노동에 대한 개인의 노동적응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성별분업으로 인해 주방 일에 소극적이 된 남성투숙객이, 빈집에 들어온 후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주방 일이 아닌 다른 일만 지속적으로 참여하려 하거나, 살림에서 배제됐던 청소년 투숙객이 빈집을 유지하기 위한 전체 노동의 크기와 성격, 구체적인 일들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여 전체적으로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집단적 노력으로 극복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면 특정 노동을 소수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부담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결국은 그 노동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의지하게 되는 "대체/순환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이것은 특정인의 노동 피로를 빠르게 늘리며, 빈집 구성원들의 평등성을 해치고 빈집의 건강성/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A 노동이 효과적으로 분담될때 생기는 개인별 노동 부담 감소 효과는 다시 떨어진다. 

빈론7.png

이런 상황을 해소하고 이상적으로 A 노동이 잘 분배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해볼 수 있다.


* 교육을 통해 개인들의 특정 노동에 대한 노동적응도를 향상시킨다. 작업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숙련도를 아주 높일 필요는 없고, 대개는 기초적인 수준만이라도 익혀서 항시적인 의존상태에 머물지 않게끔 하면 된다. 거의 요리를 안하던 사람이 간단한 요리법 몇가지를 익히는 것만으로도, 평소에 요리를 많이 하는 사람의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 문화적 교류를 통해 서로 공유/합의하는 부분이 늘어나면, 개인들의 재생산노동은 B 부분이 차츰 줄어들고 A 영역이 점차 확대된다. 예를 들면, 음식 문화에 대한 교류를 통해 채식을 함께 하고 특정 생협에서 물건을 대기로 하면서 식재료 선택과 요리를 공동으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난다. 개인 빨래를 따로 하던 사람이 전기와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여럿이 모아서 하는 것에 동의하게 되면, 여러번 하던 빨래를 한번에 몰아 하면서 역시 빈집에서 이뤄지는 전체 빨래의 노동량이 감소할 수 있다. (B -> A)


* 역할 분담과 상호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C 노동 부문을 혁신한다.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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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도 6시가 다가오는구나 -_- 



우마

2011.04.06 17:33:11

글은 밤에 써야 제맛인가? ㅎㅎ 암튼 자고 있겠군.. 노동.. 살림.. 음, 나도 살림을 나눠서 하는 부분에 대해서 동의. 이 부분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그 이상의 실험이나 활동이 힘들어지는게 당연한것 같아.

지각생

2011.04.08 03:47:12

살림 잘 못하는 사람에게 "살림을 당연히 배워야 한다" 이렇게 말하기보다는(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살림을 약간씩이라도 모두 배우는게 실질적으로 모두에게 노동측면에서 경제적이다.. 이런 식의 결론을 공유하고 싶은건데 쓰고 보니 약간 힘이 들어간 듯. 좀 더 일찍 편안한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면 좋았을 텐데.

KenZzang

2011.04.08 02:57:49

음...완전 고생인데? 같이 살면서 노동이 균등하게 분할되는 건 모두가 비슷한 조건일 때 가능하지 않을까? 음...나의 경우는, 야근이 잦고 또 빈집에 놀러가는 경우가 많아서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자고 그것도 며칠 안되니, 살림은 같이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거의 편중되어 있지. 그렇다고 딱히 돈을 더 내는 것도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내가 집에서 소비하는 경제적 요소가 적다보니 더 낸다고도 볼 수 있지.(자릿세...라면 할말은 없지만) 가스나, 물, 전기, 식료품 등 기본적인 소비재를 월등히 적게 소비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공간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청소나 기타 부분들을 같이 신경쓰지 못한다거나, 같이 살고 있는데 이전처럼 소통하지 않는 부분들이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푸쉬하는 건 아닐까 항상 고민하곤 해. 그렇지만 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또 반대의 경우, 나 역시 그렇게 할 거라는 신뢰가 서로에게 있으니까 공간과 살림이 유지된다고 생각해. 물론 보증금이라는 경제적 장치를 무시할 수 없지. 음...빈집에 있다보면 종종 노동을 균등하게 분할하는 것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명확하게 어떻게 말하기는 아직 깊이 고민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충분히 개인차와 성향과 사회적 상황을 공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 아아...집안일에 신경을 좀 써야하는데.

지각생

2011.04.08 03:05:52

바로 이런 덧글을 기다린거임 ㅋ 

모두가 비슷한 조건은 커녕 너무나 많이 다른 사람들이라 노동이 균등하게 분할되는건 말한대로 불가능하지.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문제가 사실 늘 있어왔잖아. 나중에 다른 갈등이 있을때 불쑥 불거지기도 하고. 


켄짱이 말한 "고민"들에 대해 "어쩔 수 없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고자 하는 것이 지금 내가 이런 쇼를 하고 있는 목적이야. 여러가지 중요한 점을 많이 얘기해줬네. 계속 의견 듣고 싶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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