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바카스/탱탱의 강연을 듣고 알게된 스피노자의 독특한 경제감각이 재밌어서 찾아본 몇가지 자료. ㅎㅎ


1.

질 들뢰즈의 『스피노자의 철학』맨 처음 페이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철학자에게서 검소함은 도덕적 목적이나 수단이 아니라 철학 그 자체의 <결과>이다.”


검소가 목표가 아니라 결론이라는 말은 바로 이 같은 삶을 가리키는 것일 테다. 검소함을 ‘목표’로 삼을 때, 우리는 싫어하는 것을 떠올린다. 마구 싫어해서 참고 극복하려 한다. 반면 검소함을 ‘결론’으로 삼는 사람은 참지 않는다. 자기의 욕망을 마음껏 추구한다. 다만 그 욕망이 수동적으로 부여받은 욕망이 아니기에, 그가 더욱 강하게 기쁨을 추구할수록 세속적 욕망으로부터는 결과적으로 멀어진다. 모르긴 해도 스피노자가 교수직을 거절했을 때, 그것은 고뇌 끝에 내린 결단 같은 게 아니었을 것이다. 아예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지식의 형태와 쓰임을 잘 알고 있었고, 이미 그것을 성취하고 기쁨에 차 있는 사람이, 귀찮은 교수직에 관심이 갔을 리가 없다. 이처럼 검소함이란 금욕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과 기쁨이 수동적 상태에서 벗어나 건강함을 얻을 때 얻어지는 결과이다. 당신은 금욕적인가, 검소한가. 당신은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는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설렘과 기쁨으로 충만해 있는가. 스피노자와 들뢰즈의 질문이 가슴을 울린다.


스피노자는 무엇보다 ‘나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다. 맹목적 욕망 대신 기쁨을 보장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그는 싫어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려 했다. 증오의 감정보다는 설렘의 감정을 가지려 했다. 사실 우리는 우리에게 좋은 게 뭔지 고민하는 데 서툴다. 앞서 말했듯 무언가를 싫어하는 데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도 싫고 미국도 싫고 가부장제도 싫고 심지어 그걸 제대로 싫어하지 못하는 나도 싫은데, 정작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알지 못한다. 자본주의적이지 않게 돈을 쓰는 건 뭔지, 가족을 벗어나 대인관계를 꾸리는 게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싫어하는 건 줄줄이 리스트를 뽑지만 좋아하는 걸 대 보라는 말에는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스피노자는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내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제야 우리의 욕망은 기쁨에 닿을 수 있다.


만세, <스피노자, 검소하지만 금욕적이지 않은 삶에 대하여>  http://greenbee.co.kr/blog/445


2.

스피노자의 아버지는 부자였고, 스피노자에게 유대교를 거스르는 신념을 포기하면 전재산을 주겠다고 했으나 거부한 일화.

아버지가 죽고나서 여동생이 재산을 다툼이 벌어졌을때, 여동생을 고소하고 재판에서 승리해서 막대한 재산을 얻고 나서 여동생에게 전부 줘버린 일화.

http://blog.daum.net/amordei/17355023


3. 

하이델베르그 교수자리를 거절하며 하는 얘기


“교수직을 맡는 것이 나의 소망이었더라면, 저는 다른 자리가 아닌 팔츠의 영주 전하께서 당신을 통해 제게 제의한 바로 그 교수직을 맡았을 것입니다. 자비로운 영주께서도 황송하게도 제게 허락해 주는 철학의 자유 때문에라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공적인 자리를 맡는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기에 이 훌륭한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철학함의 자유가 어떠한 한계에 머물러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공인된 교회를 혼란시키려 든다는 인상을 불러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불화란 종교에 대한 내적인 사랑에서 생기는 것 보다는 오히려 인간 감정의 상이함 또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왜곡하고 단죄하는-이렇게 얘기해도 된다면- 대립의 정신에서 생겨나옵니다. 저는 이미 저의 고독한 사생활을 통해서도 그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처럼 영광된 자리에 오를 경우에는 얼마나 더한 일들을 우려해야 하겠습니까? 따라서 진실로 존경하는 선생님, 당신께서는 제가 어떤 더 나은 삶에 대한 전망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방해 받지 않는 생활에 대한 애정  때문에-그러한 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기 위해- 제가 공식적인 강의를 거절하였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http://www.ingopress.com/ArticleRead.aspx?idx=3211


4.

스피노자의 유산

 

추위가 혹독했던 1676년 겨울 스피노자의 건강은 빠르게 악화됐다. 렌즈를 가공하면서 유리 가루를 많이 마셔 앓게 된 폐질환이 악화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1677년 2월 21일 일요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집주인 부부와 담소를 나누었고, 암스테르담에서 온 의사이자 친구 로데빅 마이어는 집주인에게 부탁해 닭고기 스프를 끓이게 했다. 오후에 스피노자는 닭고기 스프를 맛있게 먹었다. 집주인 부부가 오후 4시쯤 교회에 다녀온 뒤, 마이어는 스피노자가 오후 3시에 숨을 거두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의 나이 44세였다.

침대, 방석, 이불, 모자 두 개, 구두 두 켤레, 속옷, 낡은 여행 가방, 책상, 의자, 렌즈 연마기와 약간의 렌즈, 작은 초상화, 은 버클 2개, 체스 도구, 은 인장. 스피노자가 남긴 유산 목록의 전부다. 유족들은 유산을 경매 처분해도 경비를 빼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상속을 포기했다. 1677년 2월 25일 장례가 치러졌고, 헤이그의 스푸이 거리 근처 신교회(新敎會. Nieuwe Kerk) 부속 묘지에 안장됐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을 잃었다 해도 슬픔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고 다른 사람이 소유한다 해도 시기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며, 두려움도 미움도 없을 것이다. 요컨대, 영혼의 동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없어질 것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그러나 영원하고 무한한 것에 대한 사랑은 순수한 기쁨으로 영혼을 먹이며 어떤 슬픔도 여기에 끼어들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온갖 힘을 다해 추구해야 할 것이다.’ (<지성개선론> 9-10절)

- http://blog.daum.net/krkeh1117/18347444



5.

스피노자의 직업


렌즈깍기. 연금.


6.

스피노자의 집


평생을 하숙집에서...

그냥 살라고 해도, 굳이 돈을 주었다는....


7.

스피노자의 가족


독신. 연애는?


8.

스피노자의 채권


지인에게 채무이행을 촉구하다 지인의 동생에게 얻어맞고, 나중엔 심지어 지인의 동생에게 돈을 주면서 지인이 돈을 갚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얘기.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1691603&mid=lecture



일단 여기까지... 전기를 읽어봐야겠다. ㅎㅎ


이런 특이한 경제감각들에 대한 사례들을 모아보면 재밌을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