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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재무설계라는 이름으로 이번 달부터 빈고 뉴스레터에 글을 올리기로 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하얀 것은 화면이고 깜박이는 건 커서다.

막막함을 물리치고 어떤 얘기를 쓸까 생각하다가 에 대한 얘기들을 잡담하듯 풀어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이라는 거창한 용어는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니까 말이다.

    

 

다른 일을 해오다가 소위 시민단체에 발을 들여놓은 게 2009년도였다.

주변에선 그 돈 받고 살 수 있겠냐며 혀를 찼지만 나는 그 이전에도 돈을 많이 벌어본 적이 없었고

현재의 내 소비습관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단체에서 번 돈으로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불안감은 서서히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인지 불안했다.

언론에서 노후자금으로 10억 운운하는데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내 현실이 불안했다.

 나는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가 걱정됐다.

    

 

그러다가 청년유니온에서 하는 한 강좌를 듣게 됐다.

강좌 제목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활동가들을 위한 재무강좌였던 듯 하다.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가 강의를 했었는데 지금까지 기억나는 건 다음과 같은 한 사례였다.

일반 임금노동자들의 네 배 정도 버는 한 의사가 재무상담을 받으러 찾아왔는데 그 사람의 고민은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데 돈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사람이 번 돈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쓰고 있었다. 그 사람의 집이 대출이자 명목으로 그 돈을 쓰고 있었고,

그 사람의 차가 품위유지라는 이유로 그 돈을 쓰고 있었다.

이야기의 결론은 쓸 수 있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라는 것이었다. 물건이 돈을 쓰게 하지 말고 내가 돈을 쓰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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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나는 소유를 통해 나의 존재감을 확인받고자하는 욕구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현명한 소비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소비행위가 주는 만족감이 일시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쾌락의 덧없음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을 이성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감정적 동요까지 잠재울 수는 없었다.

 백화점에 우연히 가게 되면 주눅이 들고 슬펐다. 겉으론 돈에 대해 쿨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돈에 대해 집착하고 있었다.

  마치 새벽 2시에 자니문자를 보낸다는 구남친과 같은 찌질함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보다 훨씬 가난한 예술가 한 명을 만났다.

그는 SNS에 가난해도 행복하게 사는 일상의 모습들을 올리고 있었다. 나는 그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약간의 불안감이 남아있겠지 싶었다. 나는 그의 숨겨진 불안감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견딜수 있을 정도로만(?) 가난하기에 저런 소리를 해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만나 그의 어린 시절의 곤궁함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놀라움을 느꼈다.

가난할수록 돈에 집착하게 된다는 속설은 그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매일 해먹는 소박한 채식요리에 즐거움을 느꼈고 공연하면서 사회운동을 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절약한 돈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기뻐할 줄 알았다.


나는 파파라치처럼 그의 숨겨진 불안감을 캐내고 싶어했지만 그는 오히려 내게 불안감을 버리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소위 웬만큼 사는 사람들이 자발적 가난을 이야기할 때 나는 항상 그 이중성에 코웃음쳤는데

그를 보면서 나는 대체 무엇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나 생각하게 됐다.

어느 정도 모아둔 돈도 있고 지금 적게나마 돈을 벌고 있는데 왜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나는 계속 불안해하고 있나.

내가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욕망은 무엇인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나는 재무상담 강의를 찾아듣다가 금융복지상담사 양성과정을 듣게 됐고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길 좋아하니 돈에 대한 서로의 고민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이름도 거창한 재무상담을 하게 된 계기이다.

해법을 제시한다기보다는 같이 돈에 대한 고민을 나누다보면 스스로 깨닫는 지점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얘기를 같이 하고픈 분은 빈고폰 010 3058 1968로 만날 날짜를 문의해주시면 된다.

다음편에서는 소비에 대한 우리의 습관과 생각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