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출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순전히 이율의 측면에서만 따져보자. 

물론 이율의 측면에서만 빈집에 출자하거나, 빈집에서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출자를 결정하는 상황에서는, 또 빈집 살이에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중요한 문제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을 것이다.

빈마을금고의 이율을 결정하기 위한 분석의 차원이기 때문에... 괜한 감정을 실어서 읽지는 말아주시길... ^^



1000만원을 가진 사람이 그 돈을 자기의 집에 전월세 보증금으로 출자했을 때,

기대대되는 이율은 12%다. 월세 10만원, 1년에 120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이득이 사람들이 월세 보증금, 전세 자금을 벌기 위해서 애쓰는 경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 12%라는 이율은 은행 적금, 예금이 4%(세후) 근방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높은 이율이며,

계약 자체의 위험성만 없다면 대단히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투자가 없다.

그래서 가족이나 지인, 그리고 은행 대출을 받을 수만 있다면, 받아서 전월세 보증금으로 넣는 것이 무조건 이익인 것이다. 


한편,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같이 사는 집에 출자하는 것은 이 12%의 월세 절감 효과를,

그 집에 같이 사는 모든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개인의 이율은 12%에서 12%의 1/n 로 떨어진다.

5명의 식구가 있다면, 2.4%, 다시 말해 월 10만원의 이익이 2만원으로 감소되는 것이다. 

당연히 식구의 수가 늘면 늘수록... 이율은 더 떨어진다.


반대로 그 돈을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그 때의 수익률은 은행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4% 정도는 된다. 

따라서 순전히 경제적 합리성으로만 따지면... 집 식구가 3명이 넘으면 출자하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이득이 된다. 


물론 식구가 몇 명이든지 간에 이들의 공유하는 이득을 모두 합치면 12%로서 은행 수익률보다 훨씬 높고.

식구들은 당연히 집에 출자가 많이 되면 될 수록, 출자가 많이 된 집에서 사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 

개인적 이익과 전체의 이익이 대립되는(혹은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이 대립을 넘어서서 개인이 다른 식구들과 이 이득을 공유하고,

다른 식구가 얻는 이득을 내가 얻는 이득과 같은 정도로 기뻐할 수 있으려면...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면 안 된다.

이것이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 즉 연인이나 가족과만 같은 집에 같이 출자하면서 같이 사는 경제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흔들리는 것.

사랑이 흔들리면, 이 대립은 언제나 악령처럼 되살아난다.

출자자와 비출자자의 대립, 출자금액의 다소에 따른 대립, 출자금액이 같더라도 그 외의 개인 재산의 차이에 따른 대립......

이 대립은 가부장제 혹은 자본주의의 형태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한 번 불거지기 시작하면 걷잡기 어렵다.

쉽지 않은 일이다.


빈집이 특이함과 빈집 또한 어찌할 수 없는 한계들도 여기서 비롯되는데....


(이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