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빙고 세미나 때 같이 보고 요약했던 글이지만, 다시 한 번!

스테판 폴란, 마크 레빈, <<다쓰고 죽어라>>


아직 상속을 고민하기에는 이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부의 불평등의 대부분의 원인이 상속에 있고,

젊은 사람들의 주거를 위한 목돈 마련의 주된 방법이...

이미 대부분 노동과 저축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증여(일종의 상속)라는 점에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인지는 논의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얼마전 1박2일 책읽기에서... 신승철님이 해준 얘기도 재미있었지요.

스피노자는 예속을 거부한다면서 막대한 유산 상속을 거부했고...

가타리는 고민하다가 상속을 받아서... 자신의 활동을 위한 공간을 구하는 데 사용했다고... ㅎㅎ

과연 우리 각자의 선택은?


아래는 위의 요약에서...

상속과 관련한 부분만 다시 옮긴 것입니다.

 



다쓰고 죽어라


상속은 권리가 아니다. 상속은 사람들이 자녀에게 물려줄 만한 소중한 무언가를 갖고 있던 시절에나 해당되는 일이다. 산업화 이전에는 유산의 대부분이 농장, 땅, 연장, 가업, 그릇, 또는 가구처럼 구체적인 형태가 있는 것들이었다. 세대간의 이러한 재산상속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일종의 계약이었다. 상속은 더 이상 가족간의 계약의 일부가 아닌 횡재를 꿈꾸는 망상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 자선단체와 가족에 대한 증여, 손자 손녀에게 직접 전해지는 경우, 말년의 건강 관리 의료 요양 비용, 등등... 여러가지 과대선전에도 불구하고 유산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환상으로 남아 있다. 유산을 물려 받는 것보다는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골칫덩어리를 끌어안지 말라. 상속은 물론이고 상속에 대한 기대감조차 헛된 일이니까. 상속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사회에 모두 해로울 뿐이다. 그러므로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자녀들에게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상속세를 생각하면 상속은 재산을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유산 분배는 언제나 가정 불화를 일으키는 불씨가 되어왔다.


유산상속에 대한 기대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결국 그것은 부모나 자식 양쪽 모두에게 불행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재산상속은 실제로 개인의 직업 윤리를 좀먹는 원인이 되어왔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쁘다면 상속은 사회를 위해 분명히 해로운 일이다. 상속은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


상속은 영혼을 망친다. 당신의 자녀가 자신의 미래를 상속에 의존하고 살다가 결국은 상속을 받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를 기다릴 때, 그의 영혼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라.


상속이란 세대 간의 재산 전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주인이 세상을 떠나도 그의 재산은 간직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것은 무형의 재산을 만들고 유지하고 늘리고 전달하는 일종의 회사처럼, 우리의 경제 생활을 육체적 삶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이 이론은 돈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갖게 만든다. 또한 가족간의 불화를 조장하고, 임의로 정해진 시간표에 맞추어 전전긍긍하며 살도록 강요한다.


우리는 회사가 아니라 인간이다. 돈이 우리보다 이 세상에 오래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빈손으로 온 것처럼 빈손으로 가면 된다. 우리의 재산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용해야 하는 자원이다.


우리가 죽고 난 후에 은행에 한푼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은 낭비일 뿐이다. 죽은 다음에 자신의 재산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도움이 될 때 사용하라. 죽을 때는 장의사에게 줄 돈만 남겨놓으면 된다. 이제 죽는 방식보다는 사는 방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 다 쓰고 죽는 것, 이것이 가장 잘 사는 방법이다.


다 쓰고 죽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입원을 확보하라, 의료비용에 대처하라, 장수보험에 가입하라,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수입원으로 삼아라, 자선단체를 활용하라, 지금부터 자녀들에게 베풀어라, 죽음을 미리 준비하라.


"다 쓰고 죽어라"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안정적이고 연봉을 잘 주는 만족스러운 직장)를 포기하고, 잘못된 경제 습관(신용카드를 사용해 저축을 하지 못하는)을 버리고, 임의의 마감 시간(65세의 은퇴)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경제적 불멸에 대한 어리석은 꿈(유산 상속)을 꾸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신세계에서 구세계의 방법을 고집하기보다 21세기의 생활 환경에 알맞은 규칙들을 따라가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좌절을 피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젊어서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다가 늙어서 쪼들리는 것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넉넉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 전체를 바라보는 좀더 건전한 사고 방식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만족감, 행복한 생활, 그리고 내가 평정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평화다.



가족을 위한 "다 쓰고 죽어라" 철학

 

부모에게 "다 쓰고 죽어라" 설득하기


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고려하라


가족관계에서 돈의 역할...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돈으로 판단한다. 당신은 회사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증거로 보너스를 기대한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아들은 아버지가 새 나이키 운동화를 사주리라고 기대한다. 돈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조정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관심과 보호보다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에게 의지한다. 모든 부모와 자녀들은 어느 정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선행을 돈으로 보상하는 부모와 돈을 바라고 행동하는 자녀는 양쪽 모두 사람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돈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정 생활에서 돈의 영향력은 피할 수 없다.


자녀에게 "다 쓰고 죽어라" 철학 가르치기... 당신의 목표는 아이에게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자세를 심어주는 것이다. 돈에 대한 건전한 사고 방식은 당신이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다. 용돈을 심부름과 연결시키지말라. 심부름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다. 용돈을 학교 성적과 연결시키지 말라.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용돈을 행동과 연결시키지 말라. 분노, 사랑, 가족의 책임, 학교 공부는 모두 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 아이에게 통장을 만들도록 도와준다. 만일 용돈이 필요하다면 집안 일을 시키고 돈을주는 방법도 생각해보자 이 때의 일은 평소에 하던 심부름이 아니라 헛간을 청소하거나 세차를 하는 등 돈을 주고 누군가를 시켜야 하는 일이어야 한다.


경제력의 한계에 대해 자식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재산을 바닥 내면서까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 쓰고 죽기로 한 당신은 평생 자녀들에게 돈을 쓰게 될 것이고, 대학을 보내고 졸업을 시킨 후에도 그럴 것이다. 또한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계속해서 일을 한다면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할만큼 다 했으면 더 이상 도와주지 못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아무도 그 이상을 요구할 자격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경제력의 한계에 대해 자식들에게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궁핍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의 선택이 경제력에 의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아이는 돈에 대해 건전한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다.


대학을 꼭 다녀야 하는가. 아무 생각도 없이 엄청난 대학 입학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