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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 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에 큰 이견은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 또는 해결되어야 할 사회 문제가 무엇일까? 사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과 해결해야 할 일 가운데 시급한 것 또는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사회 전체 차원에서 두부 자르듯 완벽한 공통 분모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어떤 사람은 몽골 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또 어떤 사람은 노숙인의 자립을 사명으로 삼는다. 누군가에게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오염되지 않은 먹을 거리를 널리 보급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어떤 주제가 다른 주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지만, 누군가 ‘그럼에도 사회적 기업을 정의하는 사회적 문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를 꼽으라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식(食), 의(衣), 주(住)를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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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입을 것, 살 곳. 이 세 가지는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헌법이 정하고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인간의 기본권에 속하는 것들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세 가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람은 살 수가 없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의식주(衣食住), 그 중에서도 특히 주거문제는 도무지 더 나빠질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한국 사회 문제의 핵심 고리이다. 2010년 기준으로 하우스푸어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전체 가구대비 주거빈곤층 비율은 대략 15.3% 내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관련 보고서: 우리나라 주거빈곤 실태)에 따르면, 불량노후주택 가구 4.3%, 노숙 등 비주거지 거주 가구 0.4%,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10.6%). 여기에 대략 374만 명으로 추정되는 하우스푸어(관련기사: 하우스푸어, 집  대출 갚는데 소득 41% 허덕)까 지 합하면 2010년 현재 대략 1,000만 명 이상이 최저기준 이하의 주거지에서 살고 있거나 전월세 및 이자 비용 때문에 기준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주거가 발생시키는 문제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이미 900조가 넘은 가계부채의 가운데에 392조에 달하는 주택관련 담보대출이 자리하고 있으며, 한국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규모에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일으킨 미국을 이미 앞질렀다.



주택 그리고 지속가능성

문 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그 놈의 ‘집 값’과 주택건설시장에 은밀히 존재하는 ‘커넥션’,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있을 듯하다. 물론 중앙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LH나 SH 공사 설립 등을 통해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망이 그리 신통치는 않다. 민간업체보다 저가로 주택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이들 공사조차도 원가 등을 부풀려서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LH, 광명소하 아파트 1세대 당 7500만 원 폭리)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에 걸맞는 방식으로 두 가지 정도의 해결책이 있을 듯 하다. 하나는 주택협동조합을 세워서 시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부-사회적투자기관-사회적기업이 협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형태이다. 후자는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그러나 주택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모델이다. 그러면 주택협동조합 방식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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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주택협동조합이 택하고 있는 사업방식은 사실 방식이라고 말 할 것도 없이 간단하다.

1. 소액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는다.
2. 조합에서 보유하거나 신축한 주택, 아파트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구입 또는 임대 신청을 한다
3. 경쟁자가 많을 경우, 가입한지 가장 오래된 조합원에게 구매나 임대 우선권을 준다
4. 매입대금을 지불하고 주택을 구매한다

사실 이것만 놓고 보면 현재 대한민국의 방식,즉 주택청약통장에 돈을 넣고 당첨되면 잔금을 납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협동조합 방식의 주택건설과 기존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품질의 주택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건설업체들은 주택 또는 아파트 분양시 적정 수준을 넘어선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건설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큰 사업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비용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서, 토지를 매입하고 자재를 구입하고 인력을 고용해서 대규모 건축물을 짓기 때문에 분양이 실패했을 때 건설업체가 입을 피해가 막대하다. 따라서, 민간건설업체들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건설을 한다는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주택구입자들에게 위험에 대한 비용(risk premium)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건설업은 전형적인 ‘고수익, 고위험 high risk, high return' 시장인 셈이다.
둘째,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립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자연스레 나눠먹기식 담합이 이뤄지고 있는 주택시장의 구조적 문제 또한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신도시나 뉴타운 사업의 경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금력이 뛰어난 대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몇 개 혹은 많아야 10개 미만인 업체가 대규모 공사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카르텔이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상존하는 셈이다. 여기에 재개발, 신도시, 뉴타운 사업 등의 공사 수주 관련해서 형성된 ‘커넥션’과 ‘뒷거래’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분양가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협동조합을 구성할 경우 위와 같은 이유로 주택구입자가 건설업자에게 부당하게 지불해야 하는 추가비용이 사라지게 된다. 주택협동조합 조합원들은 조합이 분석하고 선정한 자재와 시공업체 내역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 집에 대해서 꼼꼼하게 건설 원가분석 및 비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주택협동조합은 내가 살 집을 내가 짓는 것인데, 다만 그것을 개인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라는 방식으로 집단적으로 민주적으로 결성된 사업체를 통해서 짓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택협동조합은 자체 마진율을 5~10% 내외로 제한하고 이를 공시하고 이렇게 생긴 마진 역시 조합기금 등으로 축적해서 조합원의 복리를 위해 사용한다.
또한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부가적으로 이제까지 조합원의 선의와 자율적 운영에만 맡기던 재건축조합 등도 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을 갖추게 되면 정해진 절차와 방식에 따라 사업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 관리해야 하며, 피해를 입은 조합원에 대해 법적 구제도 쉬워진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와 재건축조합의 ‘커넥션’의 큰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게 된다.



조합원의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방식으로 임대료, 주택가격을 책정한다

개 별 협동조합마다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주택협동조합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원리금 상환에 대한 압박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요구나 사정에 맞게 중도금 납입기간을 산정할 수 있다. 협동조합 역시 하나의 사업체이기 때문에 무작정 상환기간을 늘일 수는 없겠지만, 개별 조합원의 사정에 맞게 상환기간 및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영국의 경우 은행은 협동조합에게 통상 5~10년 정도의 상환기간을 주고 원리금 상환을 받는다. 이탈리아 주택협동조합인 무리의 경우, 주택을 구입한 조합원은 10년에 걸쳐서 원리금 상환을 해도 된다. 이들 협동조합의 경우 우리나라 은행처럼 십년에 걸친 거치기간을 설정해서 부동산 구입을 부추기며 소비자의 등골을 빼먹는 일은 없다(관련기사: ‘집값 안 잡히면 더 강력한 대책’…거치기간 폐지 검토). 무리 주택협동조합의 경우 임대로 살던 조합원이 주택을 구매하려고 할 때 조합원이 낸 월세만큼을 제하고 주택가격을 산정한다. 즉. 주택구입 자금이 부족해서 10년을 임대 형태로 살다가 돈이 생겨서 주택을 구입하게 될 경우, 10년 간 낸 임대료를 제외한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토티는 매매가 2억원 정도 하는 협동조합 주택에서 10년간 월 100만원의 월세를 내며 살았다. 이제 돈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서 집을 사려고 하는데 어떤 집을 살까 고민하다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을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조합을 찾아가서 구매의사를 밝히고 8,000만원만 내고 집을 구입했다. 협동조합을 하면 이런 아름답고 상식적인 구매행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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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사회적투자기관-사회적기업이 협업하는 소셜하우징

이 방식은 정부가 보증을 하고 민간기관 또는 사회투자기관이 대출을 해서 주택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 집을 짓고 임대, 분양해서 대출금을 갚는 사회적기업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의 일종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Step1.
주 택협동조합을 설립한 사회적기업가는 지방 또는 중앙정부와 사업 협의를 한다. 정부는 사업의 효과와 실행능력 등 종합적 판단을 거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 주택협동조합에게 택지를 장기저리로 임대해 줄 수도 있고 또는 주택협동조합 사업자의 사업에 대해 보증을 서 줄 수도 있다. 물론 직접 자금 지원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방치되거나 민간기업이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는 국공유지 면적이 서울시 전체 면적에 2배라고 한다. 즉, 적어도 택지 공급 측면에서 정부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 셈이다. (관련방송: 방치된 국공유지, 서울면적 2배)

Step2.
정 부의 보증 또는 정부로부터 택지를 공급받은 주택협동조합은 민간은행이나 사회적투자기관을 찾아가서 건설비용 대출 신청을 한다. 주택(토지)담보대출의 경우 통상 매매가의 50% 정도를 대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나머지 금액은 조합원의 출자나 기타 기관으로부터 후원, 대출 등을 통해 충당한다

Step3.
주 택협동조합은 사회적 기업 본연의 목적과 사업 취지에 맞게 주택을 건설하고 임대 또는 분양을 해서 은행 등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및 이자를 갚는다. 협동조합은 임대 또는 분양 과정에서 얻은 최소한의 수익을 자체 기금으로 적립하여 이후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여, 자체 재원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정부는 주택협동조합이 약속을 어기고 부실 자재를 사용하거나 폭리를 취할 경우 보증이나 택지 임대를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목적을 위해서 정부가 재원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주택협동조합에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이윤 3~5% 이외의 수익을 허용하지 않거나 또는 조합원에 대한 수익의 배분 등을 허용하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는 현재 민간건설업체들이 많이 사용하고 이들의 줄도산의 계기가 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방식과 유사하다(사회적기업에 이런 모델을 최초로 도입한 것은 영국 영파운데이션의 Social Impact Bond 프로젝트이다. 관련기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금융, 소셜 임팩트 본드) 사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이 문제라기 보다는 고수익을 노린 민간대출업자의 폭탄돌리기식 건설과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준 (저축) 은행들이 문제였다. 주택협동조합의 경우, 수익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이며 설사 수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익을 주주의 주머니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무분별한 주택건설과 이로 인한 주택시장, 금융시장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듯 하다.

주거지는 이유를 불문하고 보장받아야 할 인간의 기본권의 영역에 속한다. 또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엄청나게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진원지이기도 하다. 민간건설업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이며, 정부 역시 뾰족한 대책이 없는 듯하다. 공기업이 대안이 되었으면 좋겠으나 각 종 기사를 보면 LH 공사 역시 30%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등 큰 기대를 가지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주택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정부가 정책적 결정을 해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왜 민간기업에게 지원해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나름의 국정 운영 철학을 가지고 국가사업을 한다. 대기업을 통한 경제성장이 목적이면 그에 걸맞게 투자하고 지원할 것이다. 대우그룹에 투입된 30조원의 공적자금, 2001년 현대건설 부도 당시 투입된 3조원의 공적자금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선택된 정책적 결정들이다(관련기사: 우리는 왜 실패 경험에서 교훈을 못 얻나?)


주택협동조합은 주택시장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집을 사기 위해서 열심히 열심히 일하고, 그렇게 돈을 모으는 중에 가족 관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나중에는 가족은 사라지고 집만 남게 되는 슬픈 풍경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집을 얻기 위해 빚을 얻고, 빚을 갚기 위해서 빚을 얻고. 그렇게 일그러지는 가정 또한 너무 많다. 이대로 사는 것이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시스템은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대안이 무엇인지 열심히 찾는 사람 또한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주택협동조합 설립을 통한 주택공급계획을 수립해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관련기사: 박원순標 서민주거 안정방안은?)

당장 협동조합을 통해서 얼만큼의 주택공급이 가능할 것 같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새로운 미래와 그것을 현실화 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있다. 가능성이 높고 그 미래가 매력적일수록 파급력은 클 것이다. 20년 전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던 부착형 컴퓨터는 이미 일상화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이폰이라는 하나의 기계로부터 시작되었다. 1844년 로치데일에서 시작된 구멍가게 같은 협동조합은 이제 전 세계에서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세계 농업생산량의 50%를 협동조합에서 생산한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시장 일변도의 시스템에 사회적 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수없이 많은 실험과 실패를 겪어야 한다. 그렇게 하나 둘씩 만들어진 사회적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 간의 촘촘하고 끈끈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다. 한국의 주택건설협동조합이 FC바르셀로나만큼 큰 협동조합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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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조우석 선임연구원 (jolly@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