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일지 - 4

바 해방촌에서 뱅쇼 끓이는 법 

 

요새 바텐더 일지는 일차가 늘어날수록 좋아요가 많이 붙지만 바에는 날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는 진기한 현상을 경험중입니다.

오늘은 바 해방촌에서 뱅쇼를 끓이는 법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01.jpg

1.준비물

 팩와인 1.5L, 오렌지 2알, 레몬 1알, 우주 최고의 사과즙 <덕천 사과즙> 1팩, 시나몬스틱 6-7개, 정향 10알, 카다몬 4알, 브랜디 적당량(50-100ml), 유기농 설탕 적당량(170-180g)

 오랜 경험과 조사 끝에 뽑아낸 최적의 레시피. 사과를 썰어 넣는다든가 귤을 통채로 넣는다든가 스타아니스를 넣는다든가 하며 갖은 뻘짓을 다해온 결과, 심플이즈베스트임을 깨달았습니다.

 

02.jpg

2.오렌지와 레몬 끓는 물에 데치기

1차적인 핵심은 과일에 있는 농약과 소독약을 제거하는 것. 농약은 몸에 안 좋기도 안 좋지만, 결정적으로 맛이 없습니다.

오렌지와 레몬은 살짝 데치면 향도 짙어질뿐더러 끓는 물에 농약기도 씻겨 나옵니다.
 
 
04.jpg
3.오렌지와 레몬 박박 비벼서 씻기

소금과 베이킹파우더를 번갈아 사용하며 빡빡 문땝니다. 이 역시 껍질에 묻은 농약기를 빼기 위한 방법이죠.

껍질을 한 시간 넘게 우려내는 작업을 앞두고 있으므로 정성스레 손질합니다.

 

 
03.jpg
4.오렌지와 레몬을 씻고 난 물
휴대폰이 구려 맑은 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흐리기도 흐리고 뭔가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찝찝합니다 저거....

하지만 안심하세요! <카페 해방촌 빈가게>에서는 신공법 '니가 힘들든 말든 노동력 집중투여 공법'으로 깔끔하게 씻어낸 레몬차와 뱅쇼를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05.jpg
5.오렌지와 레몬의 즙을 짭니다.

뱅쇼를 만들던 초기에 제일 고민했던 게 뱅쇼의 떫은 맛이었습니다. 

첫모금은 제법 괜찮았지만 뒤로 갈수록 떨떠름해져서 먹기에 고역이었지요.

그 떫은 맛이 과육과 과피 사이에 있는 하얀 부분에서 나온다는 걸 (직접 먹어보고야)알게 된 뒤로 과육과 과피만을 쓰고 있습니다.

 

06.jpg
6.오렌지와 레몬의 과피를 벗겨냅니다.

오렌지 레몬 귤..이런 종류 과일의 에센스는 껍질에 유분 형태로 몰려 있다고 하죠. 

떫은 맛 없이 그것을 얻기 위해선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고무장갑을 필히 착용해야 합니다. 아니면 손가락도 갈려서, 손가락살 뱅쇼가 됩니다.

사실 저기 보이는 쇠 틀은 치즈 갈아내는 건데...진짜 zester 쓰면 참 편하고 쉽게 벗겨낼 수 있는데....돈이 없어요...

 

 

08.jpg
7.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오렌지와 레몬들
뱅쇼 레시피를 올리자고 기획하게 된 건 사실 매번 이렇게 철저하게 쥐어짜이고 갈린 뒤 무참히 버려지는 오렌지와 레몬들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09.jpg
8.갈아낸 껍질과 즙과 와인과 사과즙이랑 설탕이랑 향신료랑 여타 그런 것들을 다 넣어줍니다.
여기 들어가는 사과즙으로 말하자면 우주 최고의 사과즙이라 자신할 수 있는 <덕천 친환경 사과즙>입니다.
카페 해방촌에서 <사과쥬스>메뉴로도 절찬가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0.jpg
9.브..브랜디!를 넣어줍니다.

뱅쇼는 대개 펄펄 끓여 알콜을 다 날려내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먹지만, 그런 어린애들의 뱅쇼따위 인정할 수 없다!

인생은 수..술인 겁니다! 분량은 그날그날 기분 따라. 취하고 싶은 날은 좀 많이 넣어줍니다.

 

 

12.jpg

10.박쥐 손톱과 아기의 눈썹, 동짓달 반달가슴곰의 하품을 넣어서 펄펄 끓입니다.

10.최대한 약한 불로 뚜껑을 덮고 1시간 가량 데워줍니다.
알콜은 끓는 점이 70도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알콜이 모조리 날아가버립니다.

은근한 불로, 알콜을 유지한 채로 다른 재료들과의 하모니를 이뤄내도록 합니다.

이런 식으로 끓이다보면 바해방촌 뱅쇼 특유의 은근하게 강한 알콜이 만들어집니다.

마실 땐 술 특유의 알콜향이나 맛 없이 편하게 들어갔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뱃속에서 술기운이 강하게 올라오며 온몸이 노곤노곤하게 만들어지는 효과를 내지요.

한 잔만 하고 자러 가기 딱입니다.

 
13.jpg
14.jpg
                                      (흘리고 쏟고 난장판이 된 부엌)
15.jpg

11.거릅니다.

시나몬스틱은 나갈 때 꽂아서 나가기 위해 따로 잘 씻어서 말려두고, 나머지 재료들을 걸러냅니다.

처음은 성긴 체로 눈에 보이는 재료들을 걸러내고, 빽빽한 체로 다시 한 번 거르면 무언가 진흙같은 게 걸러집니다.

손가락으로 찍어먹어보면 떨떫떫떫떨떠름한데,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떫은 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다 흡착되어서 걸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죠.

 

 

11.jpg
12.병에 담아, 차게 식혀 보관합니다.
뱅쇼의 최대 유통기한은 열흘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자아..과연 이번주에는 얼마나 남을지 기대가 되는군요..후후...후...흑..흑흑흑흑

바 해방촌의 뱅쇼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누구든 따라서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볼 수 있어요.

만들기 귀찮으면 바 해방촌에서 한 잔 하고 가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빈가게 찾아오시는 길 [1] 지음 2011.11.27 58498
공지 [빈가게]이렇게 많이 받았어요. [7] 살구 2011.11.18 62232
212 해 보고 싶은 것 [2] 라브님 2010.10.24 3436
211 게시판 아이디어 [1] 손님 2010.10.22 3462
210 빈가게 라사장입니다. 오늘의 득템을 알려드립니다. [1] 손님 2010.10.20 3556
209 지역살림운동... 하지메... 하승우 [1] 지음 2010.10.25 3594
208 빈가게, 영업신고 및 사업자등록을 하고 계좌를 텄습니다. [4] 손님 2010.10.19 3598
207 빈가게 발 만들기를 위한 단추 모으기~ [4] 손님 2010.10.27 3685
206 냉온풍기, 의자 구해요 디온 2010.10.18 3708
205 시민통화 L 과 대안화폐 빈 [1] 지음 2010.10.29 3713
204 슬레이트 가림막(?) [2] file 손님 2010.10.22 3752
203 시월이십육일, 빈가게 상황 [1] 디온 2010.10.27 3757
202 빈가게 출자금 통장 [1] 손님 2010.10.26 3787
201 책 잇는 방, 토리 + 쿠바 설탕 [1] 지음 2010.10.24 3985
200 빈가게 이름 확정하자. [7] 손님 2010.10.21 4080
199 빈가게 라면 빅세일~!! [1] 살구 2011.09.29 4165
198 오늘 영화 KenZzang 2011.09.02 4199
197 9월말 10월초정도까지의 가게의 일들 [1] 살구 2011.09.22 4242
196 마을 사람들에게^^;; 제안 한가지 [1] 살구 2011.09.22 4249
195 10월 마스터일정 짜기 1일 토요일은 어떻습니까? [4] 살구 2011.09.28 4249
194 두번째 해방촌 재활용 시장이 열립니다. [2] file 살구 2011.10.07 4254
193 빈가게 자율가격코너 file 손님 2011.10.25 4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