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은행 빈고 새로운 홈페이지가 열렸습니다.
이 게시판 글쓰기는 닫아둡니다.
새로운 홈페이지에서 뵙겠습니다.
http://bingobank.org
아랫글은 2010년 6월 27일 빈마을회의에서 같이 읽으면서
[우주생활협동조합 빈고]를 시작했던 글입니다.
초안 작성중인 상태에서 일단 출발한 것인데...
앞으로도 계속 수정하고, 추가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래 내용은 일단 회의에 제출된 상태 그대로 기록삼아 남겨두고...
새로운 버전은 위키에서 계속 업데이트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수정 편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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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마을금고 취지문(초안)
집은 곧 돈이다. 집을 사러 돈을 벌고, 돈을 벌러 집을 산다. 재산, 소득, 지출, 저축, 대출, 투자, 상속 등 돈과 관련된 생활의 중심에는 집이 있다. 보증금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사는 쪽방과 고시원에서 시작해서, 어떻게든 보증금을 마련한 월세방에서 저축을 통해 보증금을 늘려가다가, 전세집을 구해서 결국 월세에서 해방되고, 저축과 투자를 늘이고 대출을 더해 마침내 내 집 마련, 여기서 더 나아가 부동산 투자를 더 가속화해서 늘어난 자본을 자녀에게 상속하는 것. 이 과정을 차례 차례 밟아 나가는 것이 우리 삶의 표준 경로이고, 발전 단계이며 어느 단계까지 왔는가가 그 사람이 속한 현실 계급이다. 우리의 삶은 돈을 벌고 집을 사는 것으로 점철되어 있다.
집은 닫혀있다. 집은 개인의 소유물 중 가장 큰 것이며, 그 내부에 나머지 소유물의 대부분이 들어있다. 그래서 집은 자신만의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며, 집 문은 굳게 닫혀있어야만 한다. 집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혈연과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뿐이다. 자신의 소유물, 자신의 집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가족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인데, 현실에서 가족은 흩어지고 사랑은 흔들린다. 모두가 홀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그러나 사람이 홀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 홀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가 오직 돈을 매개해서만 관계하고 있다는 것, 돈이 우리의 관계를 절단하고 억압하고 왜곡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다른 관계를 모두 잃어버렸고 새로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은 답답하고 길이 없어 보이지만, 거꾸로 보면 진실이 보인다. 모두가 집으로 돈을 벌고자 하기 때문에 집을 위해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된다. 모두가 돈을 집에 투자하기 때문에 집값은 올라가고 집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모두가 자기 집의 물건을 함께 쓰지 않기 때문에 제각각 집에 물건들을 쌓아놓지 않으면 안된다. 서로가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지 않으면 안된다. 누구에게도 집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도 함께 살 수 없다. 가족 간에라도 계산은 정확히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은 소멸된다. 자기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나누지 않기 때문에 사랑도 없다. 모두가 집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이웃이 없고 친구도 없다. 각자가 집 문을 굳게 걸어 잠그기 때문에 물건이 필요해서 문을 여는 자는 도둑이 되고 도둑만이 문을 연다.
......
빈집은 만인에게 열려 있는 집, 만인과 공유하는 집입니다. 빈집은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이고, 가난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집입니다. 빈집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물건과 재능을 만인과 공유하며, 그로 인해 모두가 즐겁고 풍요롭습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빈집의 분담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첫번째 우리가 모여서 같이 살기 때문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두번째 이유는 누군가는 자신이 모은 돈과 그 돈에서 비롯된 수입을 타인과 함께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돈 가진 것이 자랑이 아니고,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돈에서 비롯된 수입은 돈을 가진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같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공유의 실천이 빈집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가진 이 독특하고 기발하고 정의롭고 유쾌하기 그지없는 살림살이의 방법을 자랑해도 좋을 것입니다. 집 문턱을 넘어서 마을로, 세상으로 넓혀가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가 자신이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삶을 희생하고 노동을 착취당하면서 모으지 않으면 안 되었던 돈, 원하지도 않는 불필요한 소비로 하염없이 빼앗기고 말았던 돈, 부동산 주식 펀드 등 위험하고 비윤리적이며 대부분은 손해로 귀결되는 투자에 사용되던 돈, 불안하고 위험한 미래를 홀로 외롭게 감당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돈, 은행을 통해서 환경과 생명과 노동을 파괴하는 돈의 순환에 말려들어가던 우리의 돈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움직일 것입니다.
우리는 돈을 진정 우리를 위해서 이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노동이 만들어 낸 돈의 가치를 존중하지만, 그 돈이 다시 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것으로 보이는 것의 실상은 돈이 만인을 억누르고 만인이 생산한 것을 빼앗아 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돈이 돈을 벌어 오는 것에 현혹되는 것은, 그 돈이 사실 우리가 빼앗겼던 수많은 것의 단지 일부만을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돈이 만들어 낸 돈을 그 원래의 주인들인 세상 만인과 공유할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돈의 가치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과 공유할 때 더욱 빛을 발하며, 미래를 살아갈 모든 사람들도 함께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돈은 우리를 옥죄고 억누르는 지금의 위치에서 내려와, 원래의 위치 즉 우리의 삶을 위한 단순하고 유용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우리는 돈을 적게 쓰고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오히려 돈을 적게 써야만 행복하고도 올바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게 벌어도 충분하고, 적게 일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갉아먹고, 세상을 망치는 일들을 거부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일, 온 세상이 기뻐하기 때문에 우리도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일은 기발한 놀이이자 창조적 예술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성과와 작품을 그 자체로 만인과 함께 즐길 것입니다. 그리고 아울러 돈도 함께 만들어 진다면, 조금씩 꾸준히 모아서 그 돈을 마을 사람들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사람들과 모든 생명들과 공유하고 기뻐할 것입니다.
빈집은 비어있는 집, 언제나 비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또 들어오더라도 그 다음 사람을 위한 빈 자리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빈집을 유지한다는 것은 빈집을 확장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렇게 빈집은 계속 늘어나야 합니다. 빈집은 세상 모든 사람들과 세상 모든 생명들을 다 받아 안은 후에야, 빈집이 온 세상이 되고서야 확장을 멈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빈마을금고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 나누고 주고 받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작성중이라서 그래요... ㅎㅎ 존댓말로 다 썼다가... 추가로 더 쓴 부분을 반말로 쓰게돼는 바람에... 근데 반말로 쓰니까 글이 어려워진다는 헐...^^
두 단락 사이에서 집/삶의 터전을 공유하는 운동이 확장되는 것이야말로 고독과 소외에서 벗어나 삶의 방식을 바꾸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전제라고 느껴지는군요. 제가 방금 취지문 전문의 비문, 오타 등을 조금 수정하였는데, 아무래도 두 단락의 취지가 통합될 수 있도록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고친 문장이 문맥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마구 재수정 바랍니다.
윗 단락은 반말이구, 아래는 존댓말... 왜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