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가게소식 논골신협/생협 방문기

2010.04.10 04:14

지음 조회 수:7386

발길가는대로 걷다가 여기가 행당동이었지 싶어서 둘러보다가 발견했다.

 

논골신협과 성동우리생협

행당동 철거 때부터 시작된 지역운동이 만들어낸 성과물로서 서울에서는 손꼽히는 곳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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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보면 완전 은행건물인데, 옆에서 보면 원래 집모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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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 안쪽에서는... 특별히 다른 지역 신협들과의 차이점을 알기는 어려웠다.

무작정들어가서 은행업무를 보시는 분들한테 물어보니, 제대로 된 대답을 얻기는 어려웠던게 당연했겠지.

아마 뭐하는 사람인가 했을 거다.

은행일 보러 오신 분이 한 분 계셨는데, 직원보다 관심을 보이면서 몇마디 거들어주었다.

여기는 지역에 어려운 분들이나 이런데 관심이 많다고...

암튼 이상한 질문에 분위기가 애매해져서 홍보지 몇 개만 들고 서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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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생협이 있길래 구경하러 갔다.

생협이 같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게 신기하고 일단 맘에 들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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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치고는 규모가 아주 작았다.

옆집 큰방 크기 정도?

오른쪽엔 냉장고 3대, 왼쪽엔 보이는 책꽂이 같은 매대, 정면에는 책상과 칠판.

이게 다다.

오른쪽 끝으로 문이 나 있는데, 들어가보면 보통의 가정집 거실이랑 똑같다.

결국 가정집 1층 큰 방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이라는 것.

거실에서는 신협 직원들이 같이 식사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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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 때 세 명의 중년 여성들이 바닥에 둘러앉아 있었는데...

우리가 몇가지를 물어보자...

'앉으세요. 여기는 사랑방 같은 곳이에요.'라고 하면서 금방 녹차를 내왔다.

 

정체를 밝히지도 않고 물어본 질문들 치고는 꽤 거시기한 것들이었는데... 편안하게 대답해주셨다.

정리하다보니 이상한데... 질문이 이렇게 딱딱했던 건 아니고...

대답은 친절히 해주셨는데... 내가 오해한 것이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고 보길.

 

1. 어디 생협 소속이냐?

- 아니다.

 

2. 그럼 물건은 어떻게 공급받나?

- 가톨릭농민회 우리농 www.wrn.or.kr 과 아이쿱 www.icoop.or.kr 에서 공급받고 있다.

 

3. 그럼 거기서 지원, 관여하는 것은?

- 없다. 일반 조합원보다 10%정도 싸게 공급받을 뿐.

 

4. 매장이 너무 작고 물건이 별로 없는데?

- 최소한의 것만 갖다 놓고, 나머지는 조합원들이 주문하면 1주일에 한번씩 갖다 놓는다.

 

5. 법적인 형식은 뭔가?

- 생협은 조합원 300명, 출자금 3000만원 기준이다. 그래서 '생협'이라는 이름을 법적으로는 쓸 수 없다. 준비중인데... 아직은 개인사업자다.

 

6. 조합원은? 매출은?

- 조합원 130여명, 매출은 대략 1000만원 정도. 조합원 가입시 출자금은 3만원.

 

7. 상근비는 나오나?

- 잘 안나온다. 마을 기금에서 조금 보조받아서 한 명만 나온다. 우리 셋은 그냥 돈 안받고 일하는 거다.

 

8. 월세는?

- 논골신협에서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다. 그러니까 가능하다.

 

9. 시작은?

- 90년대 후반부터 처음에는 쌀하고 계란만으로 시작했다. 매장을 만든 건 2008년. 논골신협과 교회, 성당 등 기타 지역 조직에서 도움을 줬다.

 

10. 생협 물건 말고 다른 물건 팔아도 되나?

- 상관없다. 직거래를 많이 해야 그나마 좀 남는다.

 

11. 그밖에 다른 일들은?

- 한달에 한번씩 국수잔치를 열어서 우리밀 국수로 마을 사람들한테 대접한다. 마을모임, 산지방문, 조합원강좌 등이 있다.

 

12. 조합원들은 대체로...

- 예전부터 살던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다수고, 새로 이사온 상대적으로 돈 많은 주민들도 좀 있다.

 

13. 인테리어 물품비등 초기 투자금은?

- 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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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재밌는 만남이었다.

얘기하는 중간에 조합원들이 종종 왔는데... 분위기는 대체로 시골 점빵 분위기라고나 할까...

한 할머니가 문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밖에서 이거저것 달라고 하면...

검은 비닐봉지!에 챙겨넣어 주고 돈을 건네받는다.

 

얻은 소득이라면...

1. 아... 생협... 그냥 할 수도 있겠구나...

2. 생각해보니 해방촌에 유기농가게가 없었군. 근데 수요도 없을까?

3. '생협'이라는 아이콘이 '빈가게'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4. 아무래도 기존 지역 단체들과 유기적 관계를 갖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5. 마루바닥 좋다.

6. 역시 신협, 금융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좋다.

 

의문이라면...

1. 조합원들은 왜 아이쿱이나 우리농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이곳을 거치는가?

2. 15년에 가까운 역사가 이곳의 힘인듯한데... 우리가 가능할까?

3. 아무리 그래도 생협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비싸지 않을까?

4. 생협하면서... 옆에서 유기농 아닌 물품 팔기... 유기농 아닌 음식 팔기... 가능할까?

 

딴생각들...

빈가게의 핵심 아이템으로 생협은 어떨까?

생협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고, 다른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반찬팀을 생협으로?

생협은 유기농매장이라는 이미지를 절반정도는 갖고 있는데... 별로 안좋아하기는 하지만...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

사실 지금의 생협은 소비자협동조합이라고 봐야 할 것인데... 생활협동조합... 소비자가 아닌 생활인들의 연합이라는 의미로 재전유하면 어떨까?

우리가 아는 귀농자들의 물건은 얼마나 많이 팔아줄 수 있을까?

생협이라는 아이템과... 사랑방같은 방바닥을 생각하면... 개미식당 자리가 여전히 탐나는 것은 사실이나...

어두컴컴한 굴속 같은 시장에서 생협이라... 퇴락해가는 재래시장, 슬럼화된 공간 속의 생협... 이것도 재밌기는 하다.

 

아. 근데... 이제 생각은 그만해야 할텐데...

오늘도 해방촌오거리 시장 상인회에 가려고 마음만 먹고 있다가... 이거나 쓰고 있다. 에휴.

 

 

아무튼...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생협을 만들어가고 계시고, 낯선 사람들에게도 친절히 설명을 해주신...

이현옥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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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신협, 성동주민회 관련 자료

성동에 우리 생협만들기 http://sdcoop.tistory.com/

철거에서 신협까지 : 논골신협 유영우 이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311170800

철거민 출신들, '지역공동체로 삶의 온기 키워' http://www.hani.co.kr/arti/society/life/353767.html

생명평화결사 - 행당동사람들 http://blog.ohmynews.com/lifepeace1/225872

다큐멘터리 '행당동 사람들' http://docupurn.org/works/hangdang.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