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출국했으니 이제 20일째 밤..

 

상하이에서 보낸 이틀동안 비와 칼바람 맞다, 18시간동안 기차를 타구, 버스를 타구 

 

양숴로 건너가니까 이번엔 안개더미가 시야를 가리네.

 

그래도 리강은 아름다웠구, 라이딩은 즐거웠구, 번잡한 시제를 벗어나 홀로 걸었던 양숴공원 뒷편 산책로와 삶이 엿보였던 북쪽

 

마을길은 뭔지 모를 불안함과 조급해 하던 마음을 다독여줬다네.

 

그렇게 나흘을 양숴에서 보내다 상하이에서 질리도록 본 번잡함이 싫어 구이린에 여장을 풀 생각도 않구 바로 룽성으로 갔어.

 

내 짧은 영어조차 전혀 통하지 않는 다자이란 마을로 찾아가는 구불구불 산길

 

불안함속에 다행히(?) 펜시앙이란 그 동네 처자를  만나 끌려가듯 오른 용척제전의 산중턱 게스트하우스.

 

관광지화 되어가며 마을에 절반이 훨씬 넘는 집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호텔이란 간판을 달아 놓긴 했지만,

 

바라보이는 전경, 그 고즈넉한 아름다움, 아직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순박함은 잊을 수가 없어.

 

묵었던 숙소 아저씨 아주머니는 아직 호텔이란 간판이 낯선지 첫날 저녁엔 식사 주문을 받으시더니 

 

다음날엔 음식 주문이 받기 버거우신지 숙소 뒤편 원래 사시던 집(지금도 잠을 제외한 생활 대부분을 보내시는)으로

 

말도 안통하는 날 끌고가서 그분들이 평소 드시는 식사를 그냥 같이 먹자 하셨어.

 

새끼돼지 세마리가 꿀꿀거리는 마루 위에서, 밥먹는 우리들이 먹다남긴 뼛조각 음식 찌꺼기들을 네마리 개들이 함께 먹으며

 

그렇게 다음날 아침까지 그분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었어.

 

저녁엔 집에서 담그신 술도 몇 잔 얻어 마시구 말야(생각보다 많이 마셨는지 숙소 돌아와서 잘땐 조금 얼큰했어)

 

물론 더없이 맛있었지.. 밥먹는 동안 계속 이래저래 말 걸어오시는데 뭔 말인지 하나두 알수없어 곤란하긴 했지만,

 

약간은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식사풍경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네.

 

그리고.. 마을과 집들, 산을 일구어 만든 논밭, 사람들, 말과 개들, 그 풍경들.. 

 

홀로 걷는 그 길이 너무나 예뻐 바라보는 그 모든게 너무나 좋았어.. 뭐라 얘기하기 어려운 행복한 기분이었다네.

 

그리고, 다시 싼장으로 가서 청양 마안자이 마을로 찾아갔어.

 

여기 역시 관광지화라는 이름이 아직은 사람들을 집어 삼키진 않은 아름다운 마을이었다네.

 

룽성에서 넘 행복하게 보낸 후라 첨에는 그저 그런 느낌이었지만, 천천히 마을과 마을들을 거닐고 있노라니

 

그 허물어질듯 낡은 집들과 소박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들이 보였다네,

 

만나는 마을 사람들마다 니하오마 니하오마 계속 인사를 꾸벅꾸벅하면서 다녔어.

 

인사를 받아주시는 마을 어른들의 친근한 미소가 보기 좋아서 계속 꾸벅꾸벅 다니며,

 

손을 흔들어 주면 같이 손을 흔들어주던 순박한 아이들이 마을길 개울천을 따라 노는 모습들이 보기 좋아서

 

괜스레 기분좋아 했어

 

그러다 저녁이 되어 문득 외로움이 짙어져 마을 외곽길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홀로 앉아있는데,

 

작은 꼬마 여자아이 세명이 멍하니 있는 내게 다가와 함께 놀자구 손가락을 잡아끌었어.

 

그 작고 따스한 온기. 천진한 웃음. 

 

다음날은 같은 둥족의 마을인 자오싱을 찾아갈 계획이었어.

 

근데.. 한시간 전부터 버스를 미리 타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승객이 별로 없어선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자오싱을 간다는 버스가 취소되어 버렸다네. 같이 타구 있던 중국인 승객들이 뭐라뭐라 항의하다

 

결국 내리는 걸 보니 나두 그냥 따라 내릴 수 밖에..

 

흠.. 하루에 두 대 뿐인 버스인데.. 밍티엔이라구 하니 낼은 갈 거 같긴 했지만,

 

왠지 싼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기가 뭔가 껄끄러웠다네. 숙소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기다려볼걸..

 

결국 다섯시간 버스를 타구 다시 구이린으로 와서 쿤밍으로 기차를 타자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네.

 

구이린에 도착하자마자 기차표를 끊으러 가니.. 흠.. 복마전.. 매진된 기차표들을 역앞 여행사들에서

 

웃돈 얹어 팔더군. 헐.. 어쩔까 침대 버스를 탈까 웃돈 주고 표를 살까 고민하다

 

다시 역으로 가서 그 담날 기차표를 물어보니 다행히 티켓이 있었어.

 

그렇게 구이린에서 이틀을 보냈어. 그치만, 구이린.. 역과 버스터미널앞의 번잡함만을 보았다면 후회할뻔 했어.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줄기와 첩채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도시 가운데 있는 호수와 수로들을 느긋히 걷는 즐거움

 

그렇게 나름 좋았었는데..

 

문제는.. 그렇게 이틀을 보낸 후 쿤밍으로 기차타고 떠나려던 날 소매치기를 당해 버렸다는 것.

 

다행히(?) 잃어 버린건 카메라 하나뿐.. 넘 긴장을 풀고 있었나봐..

 

버스탈때 내가 넘 어슬피 보였는지 어떤 중국인 아저씨가 소매치기 조심하라구 손짓 발짓으로 얘기해 줬는데두..

 

이제 몇 시간이면 여길 떠나는 구나 싶은 감상, 그런 맘으로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속을 걸었으니

 

것두 사진을 찍으며 다니느라 카메라를 가방 주머니에 암캐나 쑤셔넣구 있었으니 어쩜 당연한 결과인지도..

 

암튼, 그 소매치기 사건은 너무나 큰 타격이어서, 이 담날 부터의 일정에도 크게 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네.

 

실은 카메라를 잃어버린걸 알자마자 구이린 시내의 카메라 파는 곳들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구

 

거의 천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넘 부담되서 쿤밍가서 사야지 그러다 또 쿤밍 도착해서 여장 풀자마자 카메라 샵들

 

찾아다니구.. 윈난 물가가 생각않게 꽤나 높다는 사실을 알구 결국 카메라 사길 포기하구..

 

그렇게 몇일동안을 카메라 때문에 맘이 크게 상해 있었다네..

 

그래서.. 쿤밍에서는 결국 암것두 못하구 카메라 샵을 찾아다닌 기억밖에.. 하하, 슬프당

 

뭐, 그래두 선물받은건 있다네.. 일요일이라 그런지

 

취호 공원 곳곳에선 거리음악가들과 옛 옷을 입고 전통춤을 추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

 

돈받는 공연이 아니구 그저 자신들이 좋아서 시간이 나서 하는 그런 취미활동(?)이랄까..

 

마치 마로니에의 공연과 비슷하지만,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훨씬 많다는 건 확실히 다르겠지.

 

전통춤 추시던 분들은 무슨 동호회 같은 느낌이었는데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얼마든지 어울려 함께 놀수 있는

 

강강수월래 비슷한 춤들을 주로 추셨구, 얼후와 바이올린, 전자기타와 키보드, 갖가지 타악기들, 중국전통노래들이

 

호수공원 곳곳에서 난장을 벌이는 그런 재미난 느낌..

 

물론, 여전히 난 카메라가 없다는 우울함에 젖어 있기는 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카메라 때문에 이래저래 생각들이 많으니..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냥 질러버릴까 싶기도 하네..

 

흠.. 실은 따리에서도 여기 리장에서도 카메라 가게 살짝 기웃하긴 했지만.. 어째 점점더 물가는 비싸지네.. 에휴...

 

아, 암튼, 그렇게 쿤밍을 떠나 따리를 찾았다네.

 

세상에 한국사람이다.. 중국와서 처음 만나는 한국사람들..왠지 감격~

 

넘버3게스트하우스에서 나흘을 묵는동안, 주인인 제임스라는 분은 못만났지만,

 

여행다니기 좋아하시는 아저씨들을 만나 150원짜리 술도 얻어마시구, 백원이 넘는 장어구이도 얻어먹구

 

몸보신을 할 수 있었다네. 꼬치구이랑 맥주도 많이 마시구 말야.

 

 흠.. 그리고 뭣보다 일단 '대화' 수준의 얘기를 정말 오랜만에 나눌 수도 있어서 좋았었구..

 

따리고성은 좋았지. 뭐, 관광객들은 많았지만 글타구 득실득실한 정도는 아니었구,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고즈넉한

 

산책로와 현지인들이 실제 사는 모습들 볼 수 있는 거리가 있었으니까.

 

창산도 좋았어. 높이 2600m인가하는 산중턱에 난 하이웨이 산책로(운유로)를 10km쯤 걷는데 조금은 지루함도 있었지만

 

깎아지른 계곡의 아찔함과 시원한 바람소리,  하늘아래 펼쳐놓은 네모난 고성의 모습과 여기저기 마을들의 풍경들..

 

단지 아쉬운건 안개때문에 얼하이후는 거의 윤곽정도만 보였다는점

 

그리고.. 내려올때 케이블카 안타려구 계곡길 따라 내려오다, 2시간동안 조금(?) 험난한 고생길을 걸었다는 정도..

 

(초입에 길이 끊겨서 되돌아갈까 고민하다, 계곡을 따라가면 어쨌던 산을 내려갈 수 있겠지라는 믿음으로

 

클라이밍을 조금 했다네.. 다행히 중간쯤 내려왔을때 예전 등산로를 발견하긴 했지만..)

 

얼하이후도 좋았지. 비싸서 배탈 생각은 못하구 그저 자전거를 타구 호수 주변을 돌려구 했는데..

 

호수주변을 감싼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들.. 논길 밭길 비포장된길, 골목길, 막힌길..

 

원래 목표로 했던 시저우란 마을을 찾아 도로였다면 한시간 정도 걸릴 길을 세시간이 넘도록 헤집고 다녔어..

 

마을 골목이 바로 호수로 이어지고, 집 벽너머로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거리고, 반쯤 물속에 몸을 담근 나무들 ,

 

마을마다 하나씩 있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아마 수호목같은 건가싶어), 농촌 마을의 봄날 논밭엔 분주히 일하는

 

손길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따리 고성에서 볼수 있는 깨끗한 옷들이 아닌 낡고 오래된 옷을 입은 주민분들과

 

오래되어 낡은 집들과 색바랜 벽들, 전통옷을 입으신 나이든 어르신들..

 

시저우란 마을에선 백로인지 학인지가 수십마리 넘게 가지에 앉아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았는데.

 

문득, 바이족의 바이(백)이란 백로(학)와도 연관이 있겠구나 싶었어..

 

흠.. 암튼, 좋았다네.. 어둡기전에 되돌아 오려구 자동차 도로를 타기 전까진 말이야..

 

쌩쌩, 빵빵, 부릉부릉, 온갖 소음과 매연속에 한시간쯤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너무나 좋았겠지..

 

그넘의 고물차들 어찌나 매연을 뿌려대는지.. 에휴.. 두번다신 중국선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지 한시간동안 무지 다짐했다네. 

 

 

그리고, 리장.

 

지금은 이틀째 밤. 고성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구, 지금은 자희랑이란 한인게스트하우스에 와 있어.

 

오늘 손님은 나뿐이구, 여기 운영하는 부부(결혼했남?) 중 남편은 호도협으로 트래킹 안내하러 갔다 내일 온다해서

 

낼 저녁에 만나서 앞으로의 여행일정이라던가 호도협 트래킹에 대해 이것저것 정보를 얻을 참이야.

 

참, 여긴 아파트라서 그런지 느낌이 왠지 빈집같아.

 

이층침대가 놓인 방도 그렇구.. 왠지 빈마을 사람들이 그리워 지네. 훗~

 

여기 좋은점은 우선 중국와서 첨으로 이렇게 맘놓구 인터넷을 게다가 한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첫번째겠군

 

게다가 인터넷폰이라 전화비 정말싸게 한국으로 전화도 할 수 있었구..

 

첫날 머물렀던 리장고성내 게스트하우스는 전망이 정말 이쁘긴 했지만,

 

엄청 느린 인터넷 사용하는데 시간당 5원이나 받는데다 한글자판은 꿈도 못꿨는데..

 

(게다가 화장실과 이불은 상태가 상당히.. 흠.. 30원짜리 도미토리지만 조금 그랬다네.)

 

암튼, 리장은 ..

 

흠.. 지금 이틀째긴 하지만.. 예뻐~

 

수허고성에서 오늘 죙일 있다 왔는데.. 예뻐~

 

아, 이제 그만 자야겠음! 지쳤다~

 

언제 다시 소식 올릴지 모르겠지만 암튼 다들 잘 지내~

 

돌아갈때쯤 빈마을에 빈자리 하나 없으면 어쩌나 걱정되니 넘 빈마을 가득 채우진 말구~^^

 

그럼, 안녕, 친구들 !!  

 

by. kun.


말랴

2010.03.30 07:22:53

어익후... 카메라를... 양쿤... 그래도...잘 댕기고 있구나... ㅎㅎ 

손님

2010.03.30 08:53:28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지만, 운남 여행중이시니 반갑네요.. 저도 쿤밍.리장에 한1년 살다왔거든요.. 자희랑은 최근에 생긴덴가 보네요.. 두총각네GH라고 있는데 거기도 한번 가보세요.. 거기가서 리장에와서 사는 총각들도 만나보고, 리장고성에서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사는 지우형집도 알려달래서 만나보시고요...몇달전부터 빈집에 한번 가볼까하고 홈피에 기웃기웃하는데, 오늘 왔다가 반가운글을 보네요. 저도 쑤허를 무진 좋아합니다.  -어룽

손님

2010.03.30 22:17:18

중국 다녀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장면들이 떠오르게 해주었오~ 흐흐 얼하이후....창산...하하...좋겠다 양군...

카메라...속상하겠어...음...어쩐다...그림을 그려~~~!!!!양군...오반가....

양군 호도협도 재밌게 잘 다녀오고^^ 아 글고 티벳도 가는거야???

궁금한게 너무 많아~ 잘 다니고 또 소식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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