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 아름다운재단 10주년 기념강연의 정리글을 읽고 오시면.. 이야기 시작할게요. 링크는.

http://happylog.naver.com/beautifulfund/post/PostView.nhn?bbs_seq=48097&artcl_no=123461067714

 

얼마 전, 모 웹 인턴기자분들이 인턴 졸업기사로, 빈집에 관한 글을 쓰셨었죠. 직접 지내보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같이 살면서,

고생 끝에 나온 기사. 다들 인턴 졸업을 축하하며 트위터로 RT. 소문 나고.. 그 웹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아는 곳이라. 소문 나고..

이후, 많은 분들이 문의 전화 주시고, 찾아오시고 하셨죠.

 

그 중, 어느 노신사 느낌의 어떤 분의 말이.

"젊은이들과 살면서 도움을 서로 주고 받고, 지내고 싶다."

어렵겠다는 말씀을 드리자.

"한 번만 끼워달라"

현재 계시는 그곳에서 하시는게 어떻겠냐. 혹 그쪽에 살고 싶은 젊은 친구들이 있으면 연결해드리겠다고 하자.

"내가 시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곳, 나름 자리 잡은 곳에서 함께 하고 싶다."

 

빈가게로 이동해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 대화 자리 이후.

"내가 사는 것이면 어떻게든 같이 살 수 있겠는데, 지금 다른 집에서 살면서 어느 집에 (그 노신사분을) 살게 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부담을 강제할 수는 없다."

 

다른 이야기.

"너는 장기투숙객이고, 나는 좀 자주 오는 단기투숙객이야. 너는 장기투숙객으로서, 뭔가 주인처럼 행세하고, 나를 손님 취급하고

내 의견에는 한계가 있다고 자꾸 말해."

나 역시 장기투숙객. = 좀 오래 머물고 있는 손님.

빈집을 시작한 친구들의 보증금과 그들의 대출금. 그들이 나름 노력해 구성해놓은 살림에 얹혀 살고 있는 한 사람.

물론, 시작한 친구들의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마음에 기대어 살고 있지만, 이곳은 복지시설이 아닌 집. 살림집.

그렇다고 공동체처럼 엄격한 규율 속에 있지 않은.

 

나 역시, 내가 있던 곳을 빈집처럼 열지 못하고. 이 곳, 해방촌에 와서 나도 빈집의 주인입네, 손님입네.. 하며 살아가는 중.

그러기에 오시겠다는 분들을 막을 수 없는 일.

 

여기서 잠깐. 기존의 (보증금을 낸) 친구들이 모두 떠나가면? .....

 

다시 원래 이야기. 아니, 그전에 또 다른 이야기.

빈집은 아랫집에서 시작, 새로 구했지만 이러저러하게 사라진 윗집, 뭔가 안맞아 나가있기 위해 구했던 앞집, 얼굴색이

약간 다른 친구들끼리 유쾌하게 지내던 (곧 계약해지 예정인) 가파른집, 몇몇이 모여 지내다가 자신들이 분담해야 할 부담이

늘어남에도 멋진 결단을 해준 옆집, 혼자 지내다가 뭔가 재밌을 것 같다며 직접 집을 구해 들어온 하늘집....

 

각 집들의 다양한 스토리.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옆집과 하늘집. 혹은 가파른집도.

다양한 방식으로 빈집에, 빈마을에 편입한, 편입하고 있는 예들.

그렇다면, 굳이 이곳, 해방촌이어야 하는 이유. 빈집, 빈마을에 살고 싶은 이유. 그런 것이 있다면.

왜 새로 집을 구해 같이 어울려 지낼 생각은 못하는지.

 

누구나 올 수 있기에, 누구나 쉽게 떠나갈 수도 있는 집. 그러면 남는 사람은? 그 월세는? 그 전세 대출이자는?

내면의 고민. 나는 어디까지 공유할까(혹은 같이 살아갈까)? 어디까지 열려 있을까? 어느만큼 빈집을 지지하고 아낄까?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 사람이 들어오면 집을 구해야 돼? 구했는데, 다시 사람이 빠져나가면? 집을 구하는 수고는 누가?

집 계약자, 대출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 다른 사람이 얼만큼 나눠 질 수 있을까?

그렇다고 모든이에게 영구히 빈집에 머물라고 할 수는 없는 일.

 

결국, 많든 적든. 자신이 사는 공간을 빈집처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는데.

그것이 굳이 선진국 견학하듯 빈집을 방문하고 살아봐야 가능한 일일는지는...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일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그냥 고시텔입네. 아니면, 그저 같이 살아가는 거니까

내가 고민할 부분은 딱 여기까지만. 이라고 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는 인간인가보오.

 

10주년 강연 때, 같이 살고 있는 멋진 친구들 (마냥 멋지기만 한 건 아니다. 살다보면 얘랑 내가 왜 이러고 살까 싶은 마음이

들 때도. ㅋㅋㅋ) 이 마무리 문장으로 한 이야기로, 되먹지도 않은 글을 일단 접어둔다.

 

"빈집 문을 여세요. 당신 집 문을 여는 것처럼.

 당신 집 문을 여세요. 빈집 문을 여는 것처럼.

 주인 없는 집, 알 수 없는 곳, 거대한 씨앗"


게름

2011.03.31 01:30:17

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해>를 하든 <몸에 밴 경험>이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되 타인(이미 태어난, 아직 태어나지 않은)에게 적용하는 자신의 기준을 자기에게도 오롯이 적용하는 사람들,

무조건 나눠야 한다/공유한다를 <의무감>으로 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과 나눠쓰고, 빌려쓰고, 빌려주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돈으로 자신의 특별함을 드러내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

....

뭐 그런 사람들(이거나, 되려고 하거나, 된)이 살아갈 수 있는 집이 빈집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고, 단지, 무임승차를 하려는 사람들이, 난 싫어요.

 

앗, 과격해졌다.

그래도 진보네, 좌파입네, 운동하네 하는 분들이 자꾸만 (너무 당연하게) 무임승차하려는 모습을 보이는게 싫어요. 모든 것을 해낸다가 아니라 하려고 노력한다와, 할 수 있는 만큼은 한다가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능력대로 일하고 필요한만큼 가져간다 고 그랬던가요, 맑스가... 나 그래서 그 아저씨 좋아했는데..

자가 반성중임다.  ... 최근 무임승차는- ㅎㅎ^^;;빈고총회 ........

 

갑자기 부끄..................이만 뿅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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