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옆집 살림 이야기를 써 봅니다.
아. 오늘은 10시쯤 일어났나봐요.
거실에 나와보니 나무가 만들어놓은 맥주효모빵이 있어
한 쪽 뜯어먹다가 밥을 먹었어요.
커피를 내려먹고.
1. 요즘은 맨날 커피를 너무 먹어서
좀 적게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래도 자꾸 손이 가서 큰일.
옛날, 일할 때 자판기커피 마시드끼 그렇게 밥먹을 때마다 마시고 있어요.
커피콩을 힘겹게 수확할 농부들을 생각해서 하루 한 잔만.. 마시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왜케 땡기나.
오늘은 두 잔 마셨어요.
그 중, 과테말라 커피는 커피 전문서적을 뒤져보니 '담배향'이라 써 있더군요.
정말 담배향?
정말 커피는 담배 대용이었단 말인가... ㅎㅎ
2. 커피먹고 설거지하고 그러다가 가스렌지를 닦았어요.
한 달에 한 번 로테이션하는 옆집 집안일 나눠하기 중, 이번 달 제 역할은 주방정리.
주방정리는, 제가 진짜 잘 못하는 또 하나의 가사 영역이었는데
조금씩 익숙해지는 느낌이랄까.
가스렌지를 닦으려면, 일단 물을 끓여요.
뜨건 물을 가스렌지 에 술술 부어주고 좀 기다리면 기름때와 드런 얼룩이 다 녹아요.
걸레로 물을 빨아들여 몇 번 헹궈빨아요.
물론 이 때 가스렌지 삼발이랑 둥그런 쇠고리? 하여간 그런 드런 것들도 다라이에 넣어 뜨건 물을 부어놓으면
닦기 쉽지요.
훗.
난 맨날 퐁퐁이랑 수세미로 닦았었는데,
이렇게 하니 금방 하는군요.
역시, 청소달인 달군께 감사.
3. 요즘 뚜리는 저랑 잘 놀아요.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나섰을 때, 뚜리가 저를 발견하면 '헥헥헥헥-' 하며 웃으며 쫒아온답니다.
거의 강아쥐죠.
이제 슬슬 사람들이 하는 동작, 소리 다 따라하고, 같이 대화도 합니다.
나에 대한 낯가림이 거의 없는 듯 해서 둘이서도 잘 있어요.
오늘은 나무가 은행과 시장에 다녀오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빠빠이- 하고 나무가 사라지자 뚜리 칭얼칭얼.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설거지를 하며 가끔 뚜리를 돌아보고 까꿍을 했지요.
한 30초만에 진정.
뚜리는 혼자서도 수첩을 뒤적거리며 잘 놉니다.
가끔 까꿍- 혹은 꿍까-를 해주면 웃지요.
그러다가...
냄새가 나서 들여다보니
아기 식탁의자 안쪽으로 무언가가...
그것은 뭉툭한, 말랴 주먹만한 .. 덩.
ㅎ
온수를 틀고 뚜리를 뱃겨 욕조에 넣고
엉덩이를 닦아주었지요.
아... 그런데, 손끝에 뭔가 미끈.
미끈... 이게 뭐지...
뭔가 빠지지 않아, 손으로 잡고 뺐습니다.
쭈욱---
그것은. 그것은...
어제 먹은 약 10센티 가량의 미역줄기. ㅡ,.ㅠ
충격.
뚜리를 씻겨 기저귀를 채우고선 손잡고 걸으며 말했습니다.
"뚜리는 똥싸개 뚜리는 똥싸개-"
그러자 나무가 돌아왔어요. 뚜리가 환하게 웃으며 맞았지요.
4. 손님이 다녀갔어요.
토리. 시종일관 우리에게 폐끼칠까봐 걱정하는 듯.
시종일관 미안해요- 라고 해서 너무 미안했어요.
홍대에 집을 잡아 바로 나가는데, 너무 잘 대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네요.
다음에 오면 정말 잘 해드려야지...
5. 하루가 정말 빨리 가요.
벌써 저녁이 되었다니.
책 한 자도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하여간 좀더 부지런해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
벌써 1월이 끝나가요.
미역줄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