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달래기

조회 수 3569 추천 수 1 2010.01.20 08:20:20

 

 

여우난곬족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新里 고무 고무의 딸 李女 작은李女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土山 고무 고무의 딸 承女 아들 承동이 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山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洪女 아들 洪동이 작은 洪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섬에 바디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멫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멫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

참 좋아서.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요부분.

이히힛.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20210225 빈집 게시판&공통장&폰 정리 회의 [1] 사씨 2021-02-26 12961
공지 '2014 겨울 사건의 가해자 A'의 게시글에 대한 빈마을 사람들의 입장 [19] 정민 2016-05-19 154611
1660 빈마을 반反성폭력교육 2회차 "성폭력 사건을 말한다는 것" 기록 file [8] 정민 2016-06-29 3579
1659 빈집이 지향하는 가치? [2] 지음 2010-02-07 3578
1658 아랫집은 [6] 손님 2011-03-02 3577
1657 스텐팬을 찾습니다.(스텐리스스틸 프라이팬) [1] 닥터스트레인지라브 2010-01-31 3576
1656 김장 속 재료 목록입니다. [5] 탱탱 2011-11-15 3573
1655 해방촌에서 함께 술 빚을 분들을 찾습니다. file 손님 2013-11-19 3572
1654 6/30 집사회의했습니다^^ [4] 잔잔 2011-07-01 3570
1653 2010 STOP! 성매매 영상제작 공모전 출품 안내(2010. 02. 09 ~ 03. 19) 손님 2010-03-19 3570
» 아쉬움 달래기 가인 2010-01-20 3569
1651 이대에요 [5] 손님 2010-02-20 3565
1650 이번주 일요일(7/29)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중단! 유기농 행진! file 손님 2012-07-25 3564
1649 2011년 마포의료생협 발기인 총회 file [1] 손님 2011-03-18 3564
1648 해방촌 아이들을 위한 책읽기 모임 4월 20일 아침 까페해방촌에서 만나요~ file [5] 베로 2013-04-15 3563
1647 허브연구소에서 알립니다 [7] 손님 2013-05-31 3563
1646 빈집에 대한 영어 소개... G-raf 2010-01-28 3563
1645 이발사와 김디온 - 서정과 계몽의 이중주 [2] 곤룡 2011-03-11 3562
1644 우리자리 공부방 게스츠하우스 빈집 탐방 입니다. [11] 손님 2011-01-14 3560
1643 일본어 스터디 사전 모임 금요일 영화상영 전 어때요?? [4] 복² 2011-07-07 3558
1642 유산균 재배양, 소주품평회 file [1] 손님 2011-02-05 3557
1641 아랫집 방문했던...... [6] 아톰 2011-02-27 3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