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에 걸쳐 "하루도 일정없는 날이 없는" 삶을 살면서

나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몇 사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보며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지, 해야 하겠지, 당분간 조금 더 무리해도 되겠지. 많은 것들을 동시에 마음 쓰며 살 수 있겠지 

라며, 건방진 생각을 갖고 살다가

또 다시 고무줄이 끊어지려는 순간을 맞고 있는 것 같아.


아니, 사실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해. 난 더 잘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한 발 물러서 있고, 옆에 서 있으며 드러내지 않은 그만큼, 난 지금 누구보다 더 자유로운 것 같아. 그리고 책임을 더 지어야 하는 것 같아라고. 


다만. 내 스스로 작년부터 해오던 일, 새롭게 개척하려는 활동,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하며 작은 성과를 쌓고 있는 그것에 대해, "완전히 빠져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하루 종일 그것만 생각하고, 다른 모든 것을 제껴놓고,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재구성하며 날 던지고 싶고, 그래야 할 상황이다, 지금이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그렇게 느끼지만,


일정으로 가득찬 삶, 관계와 흐름에 주도권을 양보하는 삶이 오래 지속되면서, 

순전히 내가 주도해서 한 가지를 파고들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없어졌거나, 어딘가 깊숙한 곳에 파묻혀 보이지 않고, 손에 닿지 않는 상황. 

내가 지금 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데, 그것을 몇 달 동안 생각만 할 뿐 본격적으로 "돌입"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계속되니까 그 자체로 힘들고, 짜증나고, 위축되고, 두려워. 


작년의 그 많은 성취, 진척, 만남, 온갖 시운과 노력들을 올해 뭔가 잘 꽃 피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이렇게 아무 것도 못하며 시간만 간다는 느낌때문에 괴롭고,

어느새 내 스스로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여 "하루 하루 버티는" 삶이 된 것, 스스로의 삶을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우울하고 


휴식과 전환이 필요하지만 이미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정, 약속, 기대, 그리고 내가, 어쩌면 나만 느낀 "갈망"들.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빈마을에 내가 관여하는, 마음을 쓰는 걸 좀 당분간 줄여야겠어. 몇 사람에겐 미안. 

때맞춰 폰도 고장났네..  




우마

2011.02.14 03:20:05

각생이 맡고있던 부분이 꽤 되고, 든든했는데.. 응원할게. IT 활동가군.

살구

2011.02.14 08:45:16

음. 뭔가 이야기나누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간 우리 너무 격조했나

전화까지 고장이라니....흠...

손님

2011.02.14 11:10:33

긍께네, 나도 지각생 응원한다니께~ 으랏차차 기지개 켜고 어디라도 바람 좀 쐬고 와요~ -지선

손님

2011.02.14 22:13:26

각생 힘내용~아무리 날카로운 도깨도 벼리지 않으면 무뎌지죠!! 더욱도 날카로워지고 강해지는 각생이 되리라 믿어요!! 각생은 빈집 최고의 훈남이니까~~   엘군-

복² 냥

2011.02.15 02:43:44

음음...난 지각생을 잘 모르지만, 짧은기간동안 보고들은바,

지각생은 현재보다 조금 더 이기적(;;)으로 살아야 할것 같아요^^;

자신만을 위한 충분한, 보람된 휴식을 가지길 바랄게요.

손님

2011.02.19 12:39:24

할만큼 했다 싶으면, 툭 하고 마음의 줄이 끊어질 때가 있어요. 지쳐 나가떨어져서 다시는 안돌아보고싶은 상황까지 안가려면, 도대체 날 행복하게 하는게 뭔지 섬세하게 알아주고 선을 그어주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오더라고요. 지각생 화이팅! -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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