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강연에 빈집 소개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빈집은 기본적으로 열린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모든 공간이 극단적 열려있음과 극단적 닫혀있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간에 빈집은 열린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이겠지요.
최근에 잠시 애매한 위치로 빈집에 반에 반쯤 걸쳐 있으면서 약간은 밖의 시선으로 빈집을 보게 돼요.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빈집을 알고 있으니까. 이 사람들이 빈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빈집이란 곳의 벽은 무엇인지, 매력은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친구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보증금의 분담 비율로 인한, 손님을 초대하거나 친구를 부르는 일 등에서 생기는 갈등을 비롯한 것들을 들으며 새삼 빈집에 대한 매력을 다시 느꼈어요.
우리는 주인이 없다. 손님이 주인이고 친구가 주인이기 때문에 따로 누굴 쫓아내지 않고자 한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용을, 노동을 평등(모두 같음이 아닌 의미로)하게 분담하려 한다.
이러한 원칙들이 말이죠. 물론 빈집이란 공간의 원칙은 언제든 재구성되고 끊잆없이 합의되는 것이기에 이것이 빈집이다!라고 할수는 없겠지만요.
주장이라는 여전히 어색하고 설명하기 곤란한 역할을 어설프게나마 몇달간 하면서 뭐랄까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어요. 아무도 원치 않는 회의와 자발성보다는 의무감이 짙어지는 나를 포함한 회의 참석자들 그리고 부딪히는 다른 의견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가지 충돌하는 감정들, 부정적인 흐름들.. 어떻게 해야 할까. 웬만하면 흥분을 하지 않는 나도, 예민하게 반응하곤 하는 걸 스스로도 바라보면서 뭐랄까...씁쓸한
빈고, 빈집, 빈마을 등등 머리에 맴돌고 때로는 가슴에 맴도는 단어들에 대해 곱씹어보고 싶었고
여러가지 질문들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물론 정답은 없겠지만 , 또 서로의 차이만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간에 이야기가 없다면 같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이 드는대로 정리해보자면
먼저 빈집사람은 누구인가? 빈집은 어디인가? 빈고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네요.
아마도 빈집이 생긴 이후로 끊임없이 던져졌을 질문이겠지만 아직 생활기간이 길지 않은 장투로서, 또 최근의 분위기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로 불쑥 던져 봅니다..
빈집에 대해서 얘기할 때 누구든 빈집사람이 될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곤 하지만 우리 스스로는, 혹은 우리가 아닌 누군가는 끊임없이 빈집을 구분하고 싶어하고 이미 구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원칙중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한 주인장이 없다는 것, 그래서 기본적으로 열려있고자 하는 공간, 그래서 모든 이가 손님이자 동시에 주인으로 있고자 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빈집'이라고 여겨지는 공간에 사는 장투나 단투, 잠시라도 머무는 손님이라도 그 사람이 스스로 주인됨을 느끼고 빈집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한다면 빈집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그가 어디에 속해 있든지간에 빈집의 가치를 실현한다면 또 하나의 의미로 빈집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다만 어떤 빈집 사람이 또 다른 어떤 공간에서 그 '소유'의 공간을 갖고 유일한, 혹은 몇몇이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 '공간'은 빈집이라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위에서 빈집이라고 규정한 공간들, 그리고 길든 짧은 잠시 머물든 손님이자 주인으로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의 총체를 우리는 빈마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빈고를 말할 때 저는 참 어려워요. 아마도 돈문제라서 그런것일지. 제가 만나본 사람들은 빈고에 대해 느끼고 기대하고 인식하는 바가 참 다양했어요. 돈이 섞이는 의미에 대한 가치부여도 다르고.
빈고는 그저 빈집의 금고인것인가? 공동체, 혹은 공유의 가치를 추구하는 조합원들의 조합인가, 혹은 '빈집'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동의하는 사람들의 조합인것인가, 아니면 다른 여러 룰을 갖고 살아가는 공동체들에게도 공유될 수 있는 것인가. 그 속에서 빈집은 모두를 포괄하는 추상적인 존재로 있어야 하는 것인가, 혹은 빈집도 구체적인 공간과 소속성을 띠는, 적어도 어떤 특성으로 분류될 수 있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혹은 게스츠 하우스로서 빈고에 속해 있어야 하는 것인가. 빈고에 적립돼 있는 빈집 적립금, 이제는 빈고 적립금은 누구를 위한 돈이며 누가 그 용처를 결정해야 하는가. 그것은 새로운 공간을 확장하는데 보태야 하는 돈인가, 혹은 빈집의, 또 다른 공동체의 삶의 여러 불안정성에 대처하기 위해서 쓰여야 하는가. 빈고는 누구의 것이며 그 사람들은 빈고에 대해서 어떤 종료의 소속감? 공유감? 존재감? 주인의식? 이용가치? 등을 부여하고 있는가. 빈고재정표에 있는 여러가지 구분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최근에 새로운 빈고 운영위원들이 생기고, 또 여러가지 역할들을 나눠맡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제가 한 질문들에 대해 누군가는 수없이 답을 했을 수도 있고 고민중일수도 있겠지요. 이에 대한 서로의 고민들과 견해차이가 좀더 공유되고 드러나길 원해서 또 그것이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겨져서 장문의 섣부른 글을 올려요.
아직도 빈집에 처음 들어오던달 함께, 아마도 빈고 신입 조합원 교육이었을 거에요, 빈고 취지문을 낭독할 때의 설렘이 잊혀지지 않네요.
누군가는 대답하고, 또 누군가는 질문을 얹었으면 좋겠네요. 추상적이거나 파편적인 질문/대답들 감상들도 모두 좋으니 어찌됐던 누군가는 응답을 해줬으면 좋겠네요.
시스템이 응답하지 않으면 답답하잖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