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맹으로부터 온 편지

조회 수 5361 추천 수 0 2011.06.04 23:27:12

날맹을 혹 모르시는 분도 계실까봐서. ^^

날맹은 평화를 사랑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친구이구요.

현재 영등포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더 궁금하시거나 편지를 보내고 싶으신 분은.

http://cafe.daum.net/copeace

서울시 금천우체국 사서함 165  -  837 문명진 (153-600)

개인적인 내용은 없어서 ^^ 편지 전문 올려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우마에게


빼곡빼곡 채워서 보내주신 엽서 고맙게 잘 받았어요. 하루하루 다를 바 없는 그러나 육체노동으로 고단한 날의 와중에 받는 편지가 제게 주는 엔돌핀 바이러스의 기운이 이곳을 견딜 힘을 주네요. 무엇보다 우마에게는 지난번 저 후원의 밤 때 행사 끝나고 빈집 돌아가는 빈다마 운전을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요. 음식 도와준 친구들도 고마웠지만 운반 문제를 해결해준 우마에게도 고마웠답니다. 다만 그 날 운전 때문에 같이 뒷풀이를 못해서 아쉬웠어요.


지금은 일요일 점심, TV에선 한 달 전 <전국노래자랑>이 나오고 있고 같이 있는 한 분은 낮잠을 자고 계세요. 나머지 두 분은 일을 나가셨구요. 취사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주말에도 배식은 해야 하는데 다행히 저는 일주일에 하루씩은 쉬고 있어서, 밀린 편지 답장도 쓰고 책도 읽느라 오늘 같은 휴일이 너무 귀하게 느껴지네요. 다음 주말에도 하루는 쉴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어요. 방 안에만 있어도 더운게 느껴지는데 바깥은 오늘 더 더울 것 같은 짐작이 드네요. 작업장 안에는 밥 짓는 기계, 국 끓이는 기계들이 큼직하게 있어서 열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하루종일 장화와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데,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은근히 걱정도 되고 그렇네요. ^^;


5.15 행사 사진을 여기서 보고 있는 한겨레 신문 지면으로 보았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밖에 있었으면 저도 같이 행사에 참여 했을텐데 말예요. 자전거 행진을 하셨다니 이래저래 즐거웠을 것 같은, 왜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그런 심보가 드네요. 여기 들어온 이후로 힘들 때마다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가 자주 떠올랐는데 며칠 전부턴 이발사 노래와 시와 노래가 떠올라서 혼자 흥얼대는 레퍼토리가 바뀌었어요. 여기서 듣는 노래의 종류가 법무부 로고송("법은 우릴 지켜주어요. 법은 우릴 자유롭게 해주어요, ~") 아니면 아이돌 노래가 대부분이라 출소하면 귀 정화도 좀 해주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ㅎㅎ


'공부집'이 생긴 소식은 (아마) 처음 듣는 소식인 것 같아요. 제 생각에도 빈집에 '얘기'가 없는 적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여기에 막상 와서 접해보니 군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완벽한 의사소통' 보단 시끄럽게 서로의 의견이 경합될 수 있는 것이 (민주적이고 서로 존중하는 전제 하에) 훨씬 더 '평화'의 모습에 가깝단 생각을 하게 되네요. 물론 당사자들은 더 고뇌하고 괴롭겠지만요. ^^; 아무튼 빈집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구, 빈집 논의가 생산적(?)으로 서로 상처받지 않으며 잘(?) 진척이 되길 바랄게요. 6월, 잘 지내시구, 빈집 식구들에게도 안부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 소식 전할게요.


2011. 5. 29. (일)  날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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