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집회의에 ‘빈고 빈집 잉여금 처리’ 안건에 대해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마을 회의에 참석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댓글에 적기에는 내용이 길어져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1. 빈고 공동체 통장에 있는 돈 대부분은 출자금이다.
 현재 빈고 공동체 통장에 모여있는 돈의 출처의 80%가량은 구름집에서 넘어온 돈입니다. 이 돈은 구름집 6년간 잉여금의 1/3을 빈고에 ‘구름집 적립금’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차원의 ‘출자금’으로써 적립한 돈입니다. 이후 노는집과 소담, 이락이네도 같은 재정원칙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당시 구름집 구성원들이 정한 재정원칙: 월말 회계 정리 후 잉여금의 1/3은 현재 구성원들이 처분, 1/3은 빈고에 출자, 1/3은 빈고에 선물한다.
 빈고에 출자한다는 것은 저축을 거부하고, 공유지의 확장과 유지에 기여하며, 공유지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상호부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구름집, 노는집등 빈집들의 경우 당시 빈고에 단체조합원 제도가 없어서 출자금이 아닌 공동체 통장으로 모았던 것뿐입니다. 
 결론은 현재 빈고 공동체 통장에 있는 돈 대부분은 ‘잉여금’이 아니라 ‘출자금’의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지내던 빈집들에서는 ‘잉여금’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모은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매월 회계정리를 하고 남은 잉여금은 각 집에서 정한 재정원칙에 따라 구분하여 적립하거나 처분하였습니다. 왜 잉여금이라고 부르는지...)
 그래서 이 출자금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빈고출자금으로써 공유지의 유지와 확장에 계속 사용되도록 두었으면 좋겠고, 정말 필요한 곳이 있다면 그때 논의하여 사용하였으면 좋겠습니다.

2. 공동체 통장에 있는 돈을 용도에 따라 명확히 구분했으면 좋겠다.
'잉여금'이라는 알 수 없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한데, 공동체 통장에 있는 돈은 출자금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겨울 대비적립금과 예전 마을회비의 잔액등을 포함합니다. 빈고에서는 공동체 통장으로 한꺼번에 관리하지만, 빈집의 회계는 각 항목에 대해 구분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그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 겨울대비 적립금: 겨울철 난방, 단열비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리미리 모아두는 적립금. 겨울철뿐 아니라 여름 냉방비 지원 등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2. 마을회비: 마을잔치, 마을회의, 빈집생일잔치 등을 위해 각 집에서 매월 1만 원~2만 원씩 모으던 돈. 마을회의+잔치가 사라지면서 안모으게 되었지만, 잔액이 일부 남아있을 수 있다.
3. 평집에서도 빈고에 공동체 출자를 하는 것을 포함하여 적립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빈고에서는 공동체 공간 이용의 조건으로 이용금의 10% 이상을 구성원들이 출자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평집 또한 조건에 맞게 구성원 개인출자 및 공동체 출자 계획을 세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회의록에 보면 ‘잉여금’의 사용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적혀있는데, '의견 1'과 '의견 2'에 맞물려서 기존의 출자금을 건드는 것 보다는 용도에 맞게 빈마을사람들이 새로 돈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재정원칙은 자치적으로 구성하시겠지만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공동체 통장을 정리하고자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동체 통장에 돈이 묵혀있으면 좋지 않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빈고, 빈집에서 나오는데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문제의식이 궁금합니다. 개인적 추측으로는
  1. ‘현 구성원들 가운데 공동체 통장의 돈을 모으는 데에 참여한 구성원이 극히 일부고, 돈의 출처에 대한 이해가 없어, 눈먼 돈이 될 우려가 있다’
  2. ‘새 빈집의 이용계획서에 이전 빈집에서 모은 출자금을 이용해서 이용조건 10%를 달성하는 것이 옳지 않다’
등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전, 현 빈집 사람들이 출자금과 적립금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재정원칙을 세운다면 처분하지 않고도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위의 문제제기의 2번의 경우 '새 빈집은 항상 빈고 이용금의 10%를 출자금으로 새로 모아 적립한다.'는 재정원칙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줄(+1줄) 요약.
- 빈고의 빈집 공동체 통장 안에 있는 돈은 출자금으로써 계속 빈고에서 공유지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모아두었으면 좋겠다.
- 공동체 통장 안에 있는 돈은 기존 회계에서 용처에 맞게 구분해 정리해왔다.
- 평집에서도 빈고에 출자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
- 기존 빈집 공동체 통장을 정리하려는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주운

2018.11.28 22:54:03

읽고 든 생각 남겨볼게요. 


1. 평집 구성원들은 이사 과정에서 빈고 상임과 출자금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시에 투숙객들의 개인 출자와 공동의 출자에 대한 개괄적인 계획도 세웠습니다. 각자가 계약 종료시까지 최소 얼마, 공동으로는 기존 노는집 때의 계획처럼 월별로 얼마씩 하는 방식으로요. 이 부분은 이용활동계획서에 적었습니다. 


2. 모인 돈이 잉여금이 아니라 출자금이라 말하시는 맥락이 참 좋았습니다. 빈집에서 '남은' 돈이 아니라 계획과 바람을 가지고 '모은' 돈이라는 느낌이 확 와닿아서요. 제가 알던 재난대비금으로써의 활용처 뿐 아니라 마을회의비 등 있다는 것도 알았구요. 우더의 말처럼 현 빈집 사람들이 모인 출자금에 대한 재정원칙을 세운다면 굳이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3. 다만, <처분>이 아닌 재정원칙의 차원에서 얘기해보자면 저는 여전히 일부를 빈고에 선물하고 무게를 좀 줄이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평집의 계획대로... 출자가 가능해지면 계약이 만료될 즈음엔 공통장에 모인 출자금이 구백 가량 될 것 같습니다. 이 기금에 대한 계획이라면 이사비용, 재난비용, 행사비용 정도가 있을 터인데, 저의 좁은 사견일 뿐인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엔 보증금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돈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돈이라는게 제 용도가 분명할 때 의미가 있음은 모두 동감(할까..?)하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필요한만큼이 어느정도이고, 그만큼으로 어떻게 줄이거나 늘릴 것이냐는 이야기를 먼저, 무엇보다 함께 해야겠지요. 

사씨

2018.12.05 06:44:53

빈집의 빈고 출자금(정확히는 재난대비금으로 모인 비용)을 정리하자는 의견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1) 그간 적립금을 모은 주요한 이유가 재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는데, 재난상황에 대비하는 목적에 비해 큰 돈이 쓰여지지 않은 채 묶여 있다 (2) 은평으로 이사를 하며 빈고와 그간의 빈집 출자금 정리 이야기를 하던 중 (1)의 맥락에서 출자금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돈을 사용/정리하지 않은 채 두는 건 어떻게 보면 무능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었고요. 이에 공감하여 출자금 정리를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은 ‘빈집의 목적이 없는/분류되지 않은 빈고 출자금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빈고에 선물할 수도 있을 거고, 빈집의 다른 활동에 쓸 수도 있겠지요. 은평집에서도 출자활동을 계속 할 것이고 이것은 빈고 공동체이자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과하게 많은 돈은 재정 상황에 대한 경계심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고요. 스스로 고민하고 재정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필요 이상의 출자금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출자금의 분류를 구분하지 않고 잉여금으로 이야기가 된 건 이야기 과정에서 뭉뚱그려지고 생략되며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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