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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린 속에 부어넣은 알콜이 제대로 깨기도 전에 퉁퉁 부은 얼굴에 대충 로션 찍어 바르고는....
같이 밥 먹으려고 부리나케 아침 준비를 하던 켄짱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허겁지겁 출근을 했지요.
뭘로 해장을 해야 하나 쓰린 속을 달랠 방법을 궁리 중이었는데 문자 하나가 왔습니다.
"고객님 주문하신 도시락이 잠시 후 배달될 예정입니다" from 켄짱
명절이나 잔치 때 집에 올 친척들을 동구 밖에 나가 발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아이가 됐습니다.
타박타박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따라서 살구와 지음이 켄짱이 싸준 도시락을 들고 책방에 찾아왔습니다.
오렌지색 바탕에 별들도 귀여워라! 저 빛나는 도시락이여~!!!
자원봉사하는 대학생 친구들 다 물리치고 사무실에서 혼자 흡입하듯이 다 먹었어요^^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고마워요!
도시락 싸준 켄짱, 대학로까지 배달해 준 살구와 지음! 그 마음들에 쓰렸던 속이 다 채워졌습니다.
'나한테 이제 정말 함께 밥을 먹는, 마음을 써주는 식구(食口)들이 생겼구나' 실감한 하루입니다.
-고향집에 부모님이 계시긴하지만요 ㅎㅎ-
부엌살림이 좀 익숙해지면 솜씨는 없고 소박하지만 마음을 담은 상을 차려볼게요.
그동안은 보조로 열심히 도울게요.^^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네요.
활짝 열려진 현관문 안 쪽으로 두런두런 모여있을 사람들이 그려집니다.
오늘도 "잘 다녀왔습니다"
좋았겠다 도시락!^^ 식구 환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