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중단된 반시대적 빈집을 계속 써보려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LAB39 라는 것을 발견했음. 언젠가 들어봤던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재밌다.
스쾃도 재밌고. -ㅅㅇ-
LAB39R을 소개합니다.
LAB39R은 영등포구 문래동창작촌에 위치한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와 공간을 공유하는 도미토리 침대입니다.
2007년 LAB39라는 공간을 여러명이 함께 사용하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문래동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스터디를 하던중, 정보 접근성에 문제를 느껴서 우발적으로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애초에는 LAB39공간에서 스터디와 연구등을 하다가 싸게 나온 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임대를 내었습니다. 싱크대가 공간 안에
있어서 밥을 해먹거나 간단히 씻기에 좋은 공간이었고 크기도 적당했습니다.
철공소 사무공간으로 사용하던 이 곳을 며칠에 걸쳐 청소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선정해서 약 4가지의 색으로 벽을 색칠하고,
책상을 구했습니다.
그러다가, 침대 4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침대를 만들어 보는 우리들은 우왕좌왕 침대를 만들었습니다.
주변 자이 아파트에서 매트리스 등을 주워왔습니다.
2층침대 2개, 4개의 침대가 만들어 진 이래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유럽의 친구작가들, 영국에서 귀국했다가 작업공간을 구하지 못해서 임시로 머물렀던 작가, 일본에서 독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현재는 용산참사를 취재하고 있는 친구,싱가폴, 일본등에서 온 작가들, 간디학교 3학년 학생 등 유쾌하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친구들이 다녀갔습니다. 특별한 규칙을 정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그전부터 모두 알고 있었던 사람들인 것 마냥 일시적인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은 무료입니다. 모든 서비스들도 없습니다. 그냥 우리는 침대 4개와 침구를 준비한 것 뿐입니다. 가끔 전기세에 보태라고
십시일반 하는 친구들도 있고, 이유없이 십시일반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지금(2009년 9월)은 다케우치라는 일본 독립 저널리스트가 장기 투숙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에 잠시 이곳에 머물다가 올 가을에
다시 장기로 머물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에 대한 심층 취재가 이번 방문의 목적입니다. 용산 현장에 있다가 이곳으로 옮겨온지 며칠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매일 한국어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동유럽의 에스토니아에서 온 NON GRATA 3명이 최근에 이곳에 짐을 풀었습니다. LAB39의 옥상미술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들은 지금 일주일 여정으로 도쿄와 교토에 갔습니다. 그들이 도쿄와 교토에서 머무는 곳도 LBB39R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10월이 되면 도쿄의 요요기 공원 노숙인 텐트촌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미사꼬가 또 이 침대를 사용합니다.
잠을 자야만 하는 존재인 인간은 잠자는 곳 때문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간략한 잠자리 만으로도 우리는 만날수
있습니다.
LAB39R는 침대 4개로 한국과 그외의 나라들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