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공개적으로 얼굴과 실명이든 별명이든 나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으로...빈마을, 빈집에서 공공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불쑥불쑥 카메라와 필름이 돌 때면 그것에 대한 나의 불쾌함을 어떻게 표현하여야하나 늘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그건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불감증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편으로 있지만 그건 차치해두고) 최근에도 찍히는 줄도 모르고 찍힌 사진들이 기사화되어(주인공은 제가 아니었고 그냥 화면의 한 소품정도의 느낌이었지만) 그것에 대한 항의와 정정을 한 적이 있었지요. 개개인에 따라 언론이나 공개적 노출에 대한 민감성은 물론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민감한 편이기도 하지만요.
이번 문제도 저 개인이 직접 개입되거나 언급된 일은 아니지만, 상당한 불쾌감과 분노, 그리고 불신을 느꼈습니다.
취재온 기자님들 개인을 비난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되지만, 평소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큰 제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을 덧붙이려고 합니다.
기자이기 때문에, 취재요청을 했고 수락했기 때문에
취재를 위한 모든 제반과정(취재 대상이 인터뷰, 기사화되는 내용으로 인지하고 응답하는 내용 이외의, 서로의 신뢰와 화기애애한 취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사전 과정과 벽을 허물어뜨리는 과정, 기사화되기 이전 기사 내용 자체에 대한 기자와 취재 대상의 절충과정, 기사화된 이후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과 후폭풍에 대한 수습(?)과정 등)이 기자 개인의 판단에 의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도 되는건지,
인터뷰 내용과 공개되는 기사, 그리고 관점에 대해 취재 대상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물론 사실관계에 대한 서술, 보도나 논평, 논설 등에 대해서는 위의 의문이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언론의 객관성, 독립성 이런 부분들에 대해 검열(?)이 필요하다는 것도 아닙니다.
대개 빈집, 혹은 빈마을을 취재하려고 하는 기사들의 대부분은 이런 과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빈집 투숙객들의 결정에 의해 정중히 거절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은 비단 기사와 방송 뿐만이 아니라,
빈집살이를 하면서 찍히는 온갖 개인적인 사진과 영상, 그리고 공작빈의 제작물 등에도 동일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은 제가 타인의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얼마나 꺼리는지, 개인적인 신상공개에 얼마만큼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아시겠지만, 다시 한 번 밝히자면 전 정말 정색하고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이나 여지가 있는 상황이 오면 양해를 구하거나 거부하거나 상의하곤 합니다.
이번 기사에 대한 제 생각은 어디까지나 기획 취재로서 이번에 취재를 타진해 온(물론 제가 빈집에서 보아 왔던 대개의 언론이 다가오는 방법론적인 경향과 이번 취재에 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근거를 둔 부분이기에 저의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자님들의 경우는 충분히 그런 절충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고발성 르포도 아니고.
어쨌거나 빈집의 생활, 그리고 빈집에 머무는(길든 짧든) 투숙객들의 사생활, 그리고 개인사가 노출되는 이번 경우 기사는 경악을 금치못했습니다. 개인적인 잘못된 선입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기사에서 언급된 투숙객들 전체를 보며 "평소라면 분명 이 사람들 이런 내용을 이렇게 공개하도록 하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된 일이지?"라는 엄청난 의문과 함께 내용 공개에 대한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거나 두루뭉술 넘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빈집이 가고자 하는 커다란 방향성이나 빈집살이에 필요한 몇 가지 삶의 원칙들(에너지를 쓴다거나 장투/단투 비용과 같은), 그런 부분들과 빈집의 의의나 시작배경 등이 기사화되는 경우와 다르게 이번 기사는 개개인의 빈집살이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요. 심지어는 정말 사적인 생활터인 침대나 빨래와 같은 사진들이 쓰이기도 하구요. 그건 빈집에서 찍은 사진임에는 틀림없지만, 빈집을 드러내는 사진은 아니지요. 그리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빈집살이 중인 투숙객들이 언급되면서 대화의 내용이 편집되어 나간 기사도 처음이라 당황했습니다. 더군다나 그 기사의 주체가 한국일보도, 조선일보도 아닌 오마이뉴스라니요. 쩝. 솔직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연예란의 파파라치 기사를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기자님의 경력과 기술적인 역량을 떠나 빈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기사에 대한 파장, 그리고 거부감에 대한 반응에 적잖이 불만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거슬리거나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시정하겠다는 말은 어쨌거나 본인의 기사에 대한 저작권과 권위, 그리고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으로 보이고(이 부분은 저의 거부감 때문에 더욱 부정적이고 극단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지만) 기사를 내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들에 대한 딜(?) 이라고 느낍니다.
극단적으로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는(기사의 많은 부분들을 차지하긴 하지만) 분명 하지 않은 말은 아닐테지만 윤색과 각색에 따라 소설을 썼다는 느낌이 강하고 아예 전폭적인 수정을 해서라도 남겨야할 정도의 기사인가, 빈집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을 그정도까지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면서 빈집이 관여해야하나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소위 광고효과나 빈집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평가, 뭐 이런 저런 효과를 굳이 신경쓰면서 살아 온 빈집이 아니었다고 보기에 목 맬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렇게 말하면 그러면서 왜 이 기사에 그렇게 목을 매느냐, 이중적인 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제가 문제삼고 있는 부분이 빈집이라는 사실에 대한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나 평가, 입장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기사가 일방적으로 폭로한 빈집살이 중인 투숙객들의 언론노출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이라고 해서 모두 까발려져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연예인이건, 공인이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사생활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렇게 게시판으로 이런 식의 얘기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거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굳이 적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꽤나 고민했고)
이번 기회에 저 스스로도 생각을 정리해보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졸업작품이라 기사에 욕심내고 계시는 기자님들께도 어쨌거나 이런 입장을 표명해드리는 것도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긁어 부스럼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글을 씁니다.
왜 원치도 않았던 기사 내용 때문에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감정노동을 해야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