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총회.jpg 2008년 처음 ‘아랫집’으로 시작한 빈집은 ‘손님들의 집(Guest’s House)’이라는 모토 아래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갔습니다.

오고 간 시간 속에서 빈집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러 일들을 했습니다. 다양한 실험들과 놀이, 논쟁과 화해가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자치·공유·환대라는 우리의 가치도 만들어졌죠.

빈집 사람들의 고민은 주거문제뿐만 아니라 빈가게(마을활동), 빈고(대안금융)로 확장되어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빈가게를 접게 되었고, 빈고가 공동체은행으로 진화하는 동안 빈집은 구성원들이 바뀌고 각 집들이 파편화되면서 가치에 대한 공감대와 내부의 공동체성 또한 줄어들었습니다.

10년 동안 우리가 쌓아 온 것은 어디에 갔을까요?


10년 동안 우리는 한 집에서 지낸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들 또한 많이 바뀌어왔습니다. 10년 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당장 1년 전, 2년 전의 논의와 결정사항도 새로운 구성원에게 공유하기 힘들었습니다.

빈집의 문화들은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억과 대화들로 일부 축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느 곳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명확히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단편적인 기억과 경험들이 파편화하여 떠돌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빈집살이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고 삶이 빠듯해짐에 따라 마을회의나 마을잔치는 귀찮고 불필요 한 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빈집의 거점인 해방촌은 소위 ‘힙스터들의 핫 플레이스’로 변모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의 여파로 집값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전셋집에서 월세집으로, 월세집에서(비싸지만 상태는 전혀 나아진 게 없는) 다른 월세집으로 이동해왔습니다.


빈마을을 유지시켜온 마을회의와 마을 잔치가 사라지고, 1여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빈집들의 이사, 빈집 10주년 생일과 맞물려 지속가능한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빈집에서 우리가 느끼는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이곳에 지내며,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

이곳의 가치는 무엇이고, 우리는 왜 이곳에서 행복하고자 하는가?

이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결과 그리 어렵지 않게 ‘평등’ 이라는 단어에 의견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나이, 젠더, 종, 자본, 학력, 장애 등에 따른 모든 위계와 차별에 반대하며  ‘평등’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사회가 들이대는 기준이나 편견 없이 온전히 개인과 개인으로써 (온전히 손님이자 주인으로써) 머무를 수 있는 주거공동체-공유지라는 이유에서 빈집에 있는 것 입니다.


그와 함께 현실적인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집주인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삶을 살 것인가?

우리가 서울에서 정착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의 삶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또한 우리의 목표는 우리만의 공동체를 가꾸고 발전시키는데 국한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어떠한 차별없는 공유지를 확장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한 문화 속에 거주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협동조합 ‘빈마을둥지만들기(빈둥)’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빈둥은 비영리협동조합이며 수익의 대부분은 공유지의 유지와 확장에 대한 사업비와 인건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빈둥이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은 이렇습니다.


  • 손님-주인맞이와 빈집살이에 대한 매뉴얼과 규약 제정

    • 기존 구성원들에게는 과중한 살림노동, 차별과 위계에 대한 방패막.

    • 새로 온 구성원에게는 어려운 빈집살이 적응의 불편함을 최소화.  

  • 법인소유의 집을 마련

    • 2년~4년마다 떠돌아다녀야 하는 생활에서의 해방.

    • 정착지로서의 역할을 함으로써 마을활동에 대한 안정성.

    • 집주인에게 가는 돈을 줄임으로써 공유지 확장에 투자.

  • 빈공유지의 확장과 마을공간 마련

    • 공유지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이가 올 수 있는 공간을 꾸준히 확보.

    • 주거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 마을공간을 마련해서 세미나, 잔치, 작업, 공연, 작업장으로 활용.

  • 여러 마을활동과 노동 지원

    • 회계, 집계약, 집관리 등의 노동에 대한 지원.

    • 구성원들의 마을활동과 생산활동 등에 대한 지원.

  • 공유지와 평등문화 증진을 위한 교육사업

    • 빈집내 세미나, 외부강사 초청 강연 지원

    • 공동체내 갈등해결지원


사회적협동조합 빈둥은 이제 시작입니다. 많은 부분이 미숙하고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디 4월 7일 오후 2시 해방촌이야기에서 열리는 창립총회에 오셔서 많은 의견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Ps. 조합원 가입하세요~!

Ps.Ps. 문의: 빈집폰 010-2548-1968이나 빈둥메일 bindoongcoop@gmail.com 으로 연락해주세요.




손님

2018.04.04 00:42:03

아직 집방문도 못한 손님으로 참견인게 아닐까 고민됩니다만... 이런 안내글에는 어디로 연락하면 좋다던지, 같은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존에 빈집을 아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나요? 

오디

2018.04.04 20:47:33

헉! 저희가 너무 무심했네요. 여러가지 질문이 있을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도 올수있었을텐데!

물론 대상은 열려있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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