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에 대한 내 마음이 시들어 가는 이유가 뭘까 계속 생각하고 있다.
불편한 사람이 있다는 그 자체도 그렇지만
아랫집에 내가 뿌리 내릴 작은 토양마저 없다는 느낌 때문인지 모르겠다.
거실 쇼파에서 잠을 자는 것을 사람들이 불편해해서 남자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게 된 후일까
거실에 마냥 있다 잠을 자는 건 (쇼파이던 아니던) 그 자체로 뭔가 내겐 즐거움이었다.
방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사실상 꾸준히 어떤 자리를 이용하게 됐지만
나는 차라리 옥상에 전용 공간을 개척할 망정
여럿이 쓰는 자리에 고정적인 개인 공간을 만들어 쓰는 것이 사실 보기 안 좋았고,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다.
거실에서 밤잠을 자는 것은, 내가 게스츠하우스 빈집에 있다는 것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어떤 것이었는지 모른다.
어정쩡하게 내 공간을 확보해서 사실상 다른 사람들이 쓰기 꺼려하는 곳을 만들바에는
대놓고 내 공간을 완전 부정하는게 차라리 나앗달까.
잠을 자는 공간이란게 이렇게 느낌이 다를지 몰랐는데,
그저 거실에서 안자고 남자방에서 자게 된 후부터 내 마음이 붕 뜨기 시작한 것 같다.
남자방이 편하지 않다고 한 건 사실 예전부터였지만
그땐 사람이 싫어서는 아니었다. 근데 이번엔 사람이 싫어서이다.
최근에 집중해서 일을 해야해서 아랫집이 아닌 다른 공간, mwtv 사무실에서 민폐를 끼쳤는데
아랫집에 낮에는 있지 않고, 밤에는 잠시 거실에 있다 방에 들어가 자는 패턴이 되고 나서
아랫집에 대한 내 마음이 더 빠르게 식어가고, 굳어갔나 보다
물론 아랫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안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것 때문에 아랫집에 지금껏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그랬다는 것이다. 아랫집 거실, 빈집/빈마을에서 가장 열려 있는 공간.
그곳에서 몸을 옮긴 후부터는 나도 급히 "안정적 개인 공간"을 찾게 된 것 같고
남자방이 그렇지 못하고, 옥상의 방은 날도 춥고 김치도 두고 하면서 못쓰게 되고
그러니 결국, 아니 이참에 아랫집에서 내 마음이 살짝 떨어져 나오게 된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잘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잊고 있었는데 난 "손님"이니까.
건넛집에 갈 수 있으면 가고, 아니면 빈집 단골 손님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다.
↑ 밝은 지각생의 모습으로 빨리 돌아와요!